주간동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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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세 인상 ‘제동’ 건 국회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

“유해·형평성 따져 신중히 접근…로비·압력설은 불손하다”

“일반 담배 대비 52% 세금 내 ‘과세 공백’ 아니다 … ‘슈퍼 예산’은 꼼꼼히 따질 것”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09-01 17: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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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를 올리려다 조경태 기재위원장(사진)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렸다. 기재위는 8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 발의)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여야 만장일치로 이뤄진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합의가 위원장 반대로 하루 만에 뒤집어진 것. 28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담뱃세 인상과 유해성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에 호통 쳤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액체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전자기기로 담뱃잎 고형물을 쪄서 증기를 피우는 방식이다. 6월 미국 필립모리스 ‘아이코스’가 국내에 처음 출시돼 큰 인기를 얻자 영국 BAT사도 비슷한 ‘글로’를 8월 내놓았고, KT&G는 10월 자체 개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계 담배회사의 로비설과 소비자의 응원전 한가운데 선 조 위원장을 8월 30일 국회 기재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담뱃세 인상을 주장하는 분들은 세금 인상이 안 되면 ‘과세 공백’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일반 담배 대비 52%에 이르는 세금을 내고 있다. 마치 세금을 내지 않는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

    현재 갑당(20개비) 4500원 하는 일반 담배는 담배소비세(1007원), 개별소비세(594원) 등 약 3323원(74%)이 세금이다(표 참조). 갑당 4300원 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소비세(528원), 개별소비세(126원) 등 약 1740원이 세금이다. 개별소비세법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어 파이프 담배 수준의 개별소비세를 내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자기기를 사용해 가열하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는 만큼 담뱃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갑당 468원을 더 내야 한다.



    “일반 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비중은 이탈리아 40%, 포르투갈 46%, 그리스 35%, 네덜란드 21%, 일본 30% 등 대부분 20~40%대인데 우리나라는 52%이다. 개별소비세를 올리는 것은 증세 문제인데, 우리가 조사해보니 선진국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인체에 덜 유해하다고 봐 세금을 적게 매겼다. 이탈리아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소 작용이 없어 타르가 발생하지 않아 제품 유해성이 낮다’며 일반 담배보다 60% 낮은 세금을 매겼고, 영국도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95% 적다’며 세율을 낮게 적용했다. 나라별 ‘아이코스’ 분류 기준도 ‘찐 담배’ ‘파이프 담배’ ‘기타 담배’ 등 다양했다. 그럼 우리도 유해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닌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유해성이 입증돼야 과세가 정당하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간접세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소득이 적은 국민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지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박 장관은 8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코스의 유해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부처와 충분히 상의하겠지만 객관적인 유해성 자료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반 담뱃값 1000원 내려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에 착수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반 담배처럼 개별소비세를 594원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냈다.  
    “내가 김 부총리에게 (세금 인상 관련)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담배 제조사 자료를 복사해왔더라. 내용 파악도 안 돼 있고…. 그런데도 세금을 안 올리면 국고는 줄고 외국계 기업의 수익만 늘어난다고 말하면 되나. 구체적인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얘기하니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이 반박을 못 했다.”

    식약처 유해성 검사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김 부총리가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하기에 내가 ‘그 정도 수준이면 식약처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호통 쳤다. 나도 공학(토목공학 박사)을 전공한 사람인데,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인지 외국계 담배회사의 조 위원장 로비설도 돌았다.
    “그렇더라.(웃음) 누구도 만난 적이 없다.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과세의 정책적 관점에 관한 문제다. 국내 기업이든, 외국계 기업이든 공정하게 보려는데 로비나 압력을 말하는 건 불손하다.”

    2015년 국민 건강 증진을 이유로 담뱃값을 2000원 올렸지만 금연 효과는 미미해 ‘서민 증세’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담뱃세를 낮추자’고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반기지 않는 거 같다.  
    “솔직히 그때 많이 올렸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일반 담뱃값은 1000원가량 내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세금을 내는 흡연자의 흡연권도 보장해줘야 하고. ‘흡연은 질병’이라고 광고하는 게 진심이라면 담배를 팔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는 나라가 나서서 팔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은 ‘일반 담배에 비해 풍미가 떨어져 금연 전 단계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이용한다’고 얘기하더라. 맛이 없어 담배를 덜 피우게 된다는 건데,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권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민 건강 문제인지, 세금 문제인지는 명백하다. 여야가 바뀌어 서로의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국회의원이라면 세금은 혈세(血稅)라 생각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세율을 정해야 한다.”

    담배 판매로 인한 세수는 2014년 7조 원 수준이었지만, 담뱃값을 올린 2015년엔 10조5000억 원, 지난해엔 12조4000억 원으로 상승했다. 따라서 기존 일반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가 전자담배로 옮겨가면 세금은 덜 걷히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429조 원 규모의 2018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기재위가 ‘슈퍼 예산’ 심사에 나서야 하는데.
    “그렇다.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사실 공무원 수를 많이 늘리는 데 혈세를 쓴다는 건 걱정이다. 공무원 수는 동결하거나 줄이는 게 현명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공무원 월급은 누가 주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나라가 준다’고 답한다. 사실 공무원 월급은 내가, 우리가 주는 거다. 내가 낸 세금이 내게 돌아올 혜택에 쓰여야지 다른 곳에 쓰이면 부당한 거 아닌가. 꼭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구수는 줄고 있고, 우리나라 채무 1433조 원 중 52%(752조 원)가 공무원·군인 연금 부채인 상황에서 공무원 늘려 임금 주고, 연금 대신 내주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훨씬 커진다. 공무원 증원을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일자리’라고 하는 이유다. 청년을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보건·복지·노동(고용)인 듯하다. 올해보다 16조7000억 원(12.9%)이 늘어난 146조2000억 원을 책정하면서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돌파(34.1%)했다. 공무원 3만 명(중앙정부 1만5000명)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인상, 공적임대주택 17만 호 공급,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 자금, 아동수당 신설 등이 포함된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12.4% 늘어난 19조2000억 원. 조 위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방독면  ·  요오드제 지급해야”

    “예산안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자 3조 원을 지원한다고 돼 있다. 일자리 늘린다면서 최저임금은 급격히 올리고, 또 그 공백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전국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주 80%는 ‘알바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가게에 아르바이트생 대신 자동주문기기를 들여놓거나, 사장이 일을 더 하겠다고 나서는데 일자리가 늘까.

    최근 호주 경제인들과 얘기하던 중 우리나라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올랐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 ‘지역마다, 업종마다, 연령대마다 사정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올리느냐’고 반문하더라. 우리는 천편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니 영세 소상공인의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수익률이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적용하는 기준은 달라야 하고, 최저임금이 절대 선(善)도 아니다. 미국, 중국,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고, 숙련도나 연령에 따라 차등을 두는 나라도 많다.”

    0~5세 아동수당(10만 원) 지급과 기초연금 인상은 어떻게 보나.  
    “국가운영 방식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키는 힘이 우선이어야 하고, 경제가 잘 돌아가야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며, 복지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안보와 경제, 복지 가운데 우선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시대와 상황에 맞춰 균형감 있게 살펴야 한다. 복지를 위해 선행돼야 할 경제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복지에만 편향되면 그리스나 브라질처럼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각종 연금과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이 처음 50%를 넘어 재정건전성도 따져봐야 한다. 수당도 연금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선 유사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안전 장비를 지급하는 게 옳지 않나.”



    “우리나라 외교부 있는지…”

    안전 장비라면….
    “예를 들어 방독면 같은 거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고, 안전 장비를 제공할 의무도 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에게 방독면을 제공한다. 알아보니 방독면은 개당 4만2000~4만5000원 하더라. 화재 발생 시 인명 사고는 대부분 질식사인 만큼 화재나 북한의 화생방전에 대비해 집집마다 방독면을 지급해야 한다. 매일 방독면을 보면서 안보와 안전을 생각할 수도 있고. 핵 공격에 대비해 방사성 요오드의 흡수를 막아준다는 ‘요오드제’를 지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살충제 달걀’ 사태가 발생했다면 농어촌에 안전한 생산시설을 지원해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유도하는 식으로 예산을 쓸 필요가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일자리 창출과 연구개발에 먼저 예산을 쓰는 게 맞다.”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여파로 중국 현지 현대자동차 공장 4곳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렇다. 독립국인 대한민국이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방어용 무기 사드를 배치하겠다는데 중국이 ‘배치하지 마라’는 건 내정간섭이다. 그리고 롯데, 현대차 등 우리 기업의 중국 현지 경영이 위태로운데 외교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외교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든지, 강력한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 굴욕외교이자 사대(事大)사상이 따로 없다.”

    대만은 어떤가(조 위원장은 한국-대만 의원 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만의 사드 레이더는 4000km까지 탐지 가능하다고 하더라. 중국 남부지역을 다 탐지할 수 있는 거리다. 반면 우리는 탐지 거리가 800k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중국이 저렇게 나오는 건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북한 핵·미사일과 생화학무기는 2억 명을 살상할 수 있는데, 이들 무기에 대한 중국의 의견부터 밝히라고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 목소리 잘 내는 시민단체는 왜 가만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는 반대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한중 FTA에 대해선 잠잠하다. 미국 측에 요구하는 걸 중국에게도 요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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