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한 달도 안 된 신생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Wanna One·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이 아이돌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활동 기간 1년 5개월 가운데 이제 20여 일이 지났을 뿐인데, 워너원의 성과는 놀라움 그 자체다. 현재 워너원은 YMC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지먼트 대행을 맡고 있지만 활동 기간이 끝나면 멤버 모두 각자 소속사로 돌아간다.
4월 케이블TV방송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워너원 멤버들은 6월 16일 하성운이 마지막 멤버로 뽑히면서 완전체를 이뤘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들의 질주는 날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워너원이 ‘EXO(엑소)’ ‘방탄소년단’을 잇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쩌면 이미 그렇게 돼 있는지도.
워너원은 8월 7일 데뷔곡 ‘에너제틱’을 발표하자마자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멜론, 지니, 엠넷, 네이버 등) 1위를 차지한 건 물론이고 각종 케이블TV방송,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 트로피를 싹쓸이하며 데뷔 3주 만에 12관왕 위업을 달성했다. 데뷔와 동시에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건 워너원이 처음이다.
멤버 개개인이 거느린 팬덤도 엄청나다. 특히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 초반부터 20, 30대의 전폭적 지지로 ‘누나부대’의 관심을 독차지한 강다니엘은 ‘섹시 다니엘’ ‘멍뭉(강아지를 귀엽게 부르는 말) 다니엘’로 불리며 팬들에게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디 강다니엘뿐이랴. 나머지 워너원 멤버 모두 수십만 명의 국민 프로듀서에게 선택받은 아이돌인 만큼 제각각 치명적인 매력을 장착하고 있다.
‘마음속에 저장’하고픈 미소년 박지훈
“내 마음속에 저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상반기 콘텐츠 속 최고 유행어로 선정한 말이다. 양손 엄지와 검지로 사각형을 만드는 특유의 포즈와 함께 이 말을 유행시킨 인물은 바로 워너원 멤버 박지훈. 전매특허인 그의 ‘내 마음속에 저장’ 포즈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단체사진을 찍을 때 따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박지훈은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본격적으로 방송되기 전 홍보영상에서 단 몇 초간 등장으로 ‘프듀 윙크남’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방송이 시작된 뒤에는 중반까지 줄곧 국민 프로듀서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위 자리를 지켰다. 강다니엘이 첫 방송에서 23위에 불과하다 최종 1위에 오르는 드라마틱한 순위 변화를 보여준 것과 달리, 박지훈은 방송 내내 3위권을 벗어나지 않아 데뷔가 확실시되는 멤버였다. 박지훈은 마지막 방송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대형소속사 소속도 아니고, A급도 아니던 그가 첫 방송부터 1위로 도약하고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말 그대로 잘생겨서 붙은 별명 ‘얼굴 천재’에 이어 ‘유행어 천재’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그를 ‘고정 픽’으로 삼은 ‘워너블’(워너원 팬덤)의 이야기를 종합해 범상치 않은 그만의 매력 포인트를 집중 분석했다.
팬들이 박지훈의 매력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곱상한 외모다. 별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얼굴만 봐도 멋있다” “열일하는 얼굴”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전형적인 ‘예쁜 남자’다. 배우 이현우를 닮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박지훈은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연습생들이 뽑은 비주얼 베스트 톱 11에서 당당히 1위에 선정되며 경쟁자들에게도 인정받았다. 그를 1등으로 선정한 연습생들은 “딱 봐도 예쁜 얼굴” “잘생쁨(잘생김+예쁨)” “풋풋하고 똘망똘망하다” “반짝이는 느낌”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가 고민이라는 얼굴 홍조마저 팬들의 눈에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블러셔 컬러처럼 아름답게만 보일 뿐이다.
애교 넘치는 모습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이름 석 자보다 먼저 ‘프듀 윙크남’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애교 윙크는 트레이드마크고, 다른 애교는 옵션이다. 많은 시청자는 흩날리는 꽃가루 너머에서 회심의 윙크를 날린 미소년을 좀 더 오래 보고자 TV 앞에 앉았다. 덕분에 초기부터 팬덤을 구축한 박지훈은 스스로 애교가 많은 것이 단점이라고 하면서도 다양한 애교를 보여줘 팬들의 ‘고정 픽’으로 자리 잡았다. 의미 불명의 의성어 애교 ‘꾸꾸 까까’ 역시 박지훈이기에 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들은 박지훈에게 반전 매력이 있어 더 좋다는 반응이다. 특히 춤 실력이 압권이다. 팝핀이 자신 있다는 그는 무대 밖에서 장난기 많은 모습과 달리 무대 위에서 상남자로 돌변한다. 온몸을 활용한 파워풀한 댄스 실력은 곱상한 얼굴과 대비돼 극적 효과를 낸다. 자기 홍보(PR) 시간에 매력 포인트라고 얘기한 ‘넓은 어깨와 튼실한 허벅지’ 덕에 귀여움을 뽐내기에 적격인 ‘Oh Little Girl’과 야성미, 섹시미를 드러내야 하는 ‘상남자’ ‘Get Ugly’에서도 박력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같은 그룹의 배진영과 함께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멤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지훈은 어쩌다 부모를 잘 만나 아름다운 유전자를 타고나고, 연습생 101명 가운데 운 좋게 카메라에 윙크하는 장면이 찍혀 ‘고정 픽’이 된 행운의 사나이일 뿐일까. 팬들은 ‘NO’라고 입 모아 외친다. 팬들은 타고난 끼와 외모 외에도 그가 엄청난 ‘노력파’였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박지훈은 7세 때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드라마와 영화, 광고, 뮤지컬 등에 출연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래서 다른 연습생에 비해 유독 과거 사진과 영상이 많다. 심지어 교과서에서도 모델로 활동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방송 비하인드 영상을 봐도 그는 녹화 내내 수십 차례 윙크를 하며 화면에 잡힐 단 한순간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유행어는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캐릭 체인지’ 속 대사를 변형한 것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 위한” 연구의 산물이다. 오래전부터 연기를 해왔기에 ‘소녀시대’ 윤아, ‘미쓰에이’ 수지, ‘EXO’ 디오(도경수), ‘ZE:A(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나 박형식 같은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워너원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팬들의 마음속에 저장된 결정적 모먼트
01 흩날리는 꽃가루 속 윙크 장인
02 국민 프로듀서 마음속에 입주 신고
03 어려서부터 준비된 스타
예능·섹시·연기 다 되는 ‘매력 부자’ 옹성우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98만 표를 얻어 조 5위로 워너원 멤버가 된 옹성우는 데뷔 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 샛별’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옹성우의 예능감은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도 주목받았다. 중간 순위 발표 당시 자신이 높은 순위에 오르자 “정말 정말 진짜 대박 리얼 헐 완전 감사드립니다”라며 전무후무한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재치 있는 표정과 짓궂은 장난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았다. 포지션 평가 ‘Get Ugly’ 무대에서는 이소룡 표정 연기로 팬들의 환호를 샀다. 유난히 작은 얼굴에 쭉 뻗은 팔다리 등 얼핏 보면 아이돌보다 배우에 더 가까운 비주얼을 가진 그는 ‘망가짐 따윈 상관없다’는 듯 자유자재로 익살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냈다. 고난도의 팝핀, 깔끔하고 힘 있는 웨이브 등 화려한 춤 솜씨도 옹성우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정식 데뷔를 앞두고 첫 출연한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는 차세대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심지어 ‘정말 신인 맞나’ 싶을 정도의 노련함과 능청스러움으로 팬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인사부터 남달랐는데, 방송에서 옹성우는 “국내 최초 옹씨 연예인 옹성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홍성우 아니고 옹성우, 공성우 아니고 옹성우, 웅성우 아니고 옹성우, 온성우 아니고 옹성우”라며 재치 있게 자기 이름을 강조했다.
또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화제가 됐던 ‘슬레이트’ 동작을 선보여 유재석, 김용만, 지석진 등 ‘조동아리’ 멤버들을 열광케 했다. 이처럼 옹성우는 3주간 이어진 ‘해피투게더-워너원 특집’에서 매회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이며 조동아리 멤버들마저 ‘입덕’(어떤 분야의 오타쿠가 됐다는 뜻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아이돌과 관련된 것을 찾는 일에 입문하는 것)시키는 데 성공했다.
옹성우 그 스스로도 예능에 대한 욕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MBC every1 ‘주간아이돌’에서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다. 내 개그에 웃어주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진다”고 밝혔다. “얼굴이 잘생겼는데 ‘노잼’(재미없음)이면 어떠냐”는 MC 데프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현재 동서울대 연기예술과에 재학 중인 옹성우는 4월 자신의 모교 축제무대에 올라 ‘프로듀스 101 시즌2’ 타이틀곡 ‘나야 나(PICK ME)’의 안무를 선보여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상 속 옹성우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즐겁게 ‘나야 나’ 춤을 소화한 뒤 이어 나온 다른 음악에 맞춰 수준 높은 프리댄스를 선보였다.
현재 옹성우는 배우 김성균, 보이그룹 ‘서프라이즈’, 걸그룹 ‘헬로비너스’ 등이 있는 판타지오 소속이다. 데뷔 전부터 온라인 쇼핑몰 피팅 모델, 헤어 모델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예인의 꿈을 키웠다. 그는 지난해 7월 무렵 판타지오에 발탁돼 연습생 과정을 거치던 중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타지오 한 관계자는 “성격이 워낙 밝고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라 오디션프로그램에 나가도 잘하리란 믿음이 있었다. 원래 연기를 준비하고 있어서 다른 아이돌 연습생들에 비해 춤 실력이 부족했는데, 잠도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 탓에 옹성우는 워너원 데뷔 전에 비해 몸무게가 4~5kg 빠졌다. 판타지오 관계자는 “연습생 기간 중 열심히 몸을 불려놨는데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면서 다시 빠지기 시작하더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안쓰럽다”고 말했다.
옹성우의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는 최근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통해 새삼 입증됐다. 8월 25일 데뷔 후 첫 생일을 맞은 옹성우는 한국 팬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세계 각국 팬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옹성우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팬들이 준비해놓은 선물 사진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일본 팬들은 옹성우를 위해 ‘전광판 생일 축하 광고’까지 준비했다. 일본 신주쿠 등지 전광판에 옹성우의 생일 축하 광고를 실어 ‘꿈을 이룬 옹성우를 축하한다. 늘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띄운 것. 한국 팬들 역시 영화관·지하철 스크린 광고로 옹성우의 생일을 축하했다. 서울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관 2, 4, 6관에서 진행된 스크린 광고는 ‘WHO IS HE’라는 메인 카피를 중심으로 옹성우의 무대 영상, 예능프로그램 출연 장면 등이 송출됐다.
또한 옹성우의 팬카페 ‘옹리유’는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시내 일부 카페에서 진동벨 광고를 진행했다. 음료를 주문한 후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 모양의 진동벨 화면을 통해 옹성우 관련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 해당 기간 홍대 앞 한 카페에 다녀왔다는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옹성우 생일 이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약속 장소를 홍대로 잡았다. 진동벨 작은 화면을 통해 얼굴을 보니 화면 밖으로 당장 튀어나올 것 같아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옹성우는 연기자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그는 단편영화 ‘성우는 괜찮아’에 출연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성우는 괜찮아’는 판타지오 소속 신인 배우 6명과 국내 감독 6명이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 영화로, 극중 옹성우는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 지망생을 연기했다. 오디션에서 각종 수모를 당하지만 노래와 춤을 통해 자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노래와 춤, 랩은 물론 연기 실력까지 갖춘 옹성우. 워너원 활동 이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팬들의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팬들의 마음속에 저장된 결정적 모먼트01 ‘Get Ugly’ 무대에서 선보인 이소룡 표정 연기
02 “정말 정말 진짜 대박 리얼 헐 완전 감사드립니다”
03 파이널 데뷔 평가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