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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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인생의 열쇠가 될 다섯 가지 질문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7-08-21 17: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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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마지막 강의
    제임스 라이언 지음/ 노지양 옮김/ 비즈니스북스/ 192쪽/ 1만2500원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에 편견이 있다. 다 알고 있는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비결’이라고 폼을 잡거나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거들먹거림이 깃든 책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이 오히려 이런 편견을 심화할 수도 있었다. 미국 예일대를 수석 졸업하고 버지니아대 법학 박사과정을 전액 총장 장학금을 받으며 마쳤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 밑에서 재판연구관을 했고, 이후 버지니아대 로스쿨 특훈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학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펼쳐든 순간 이런 편견이 기우였음을 느꼈다. 폼을 잡지도, 거들먹거리지도 않은 것은 물론, 실용적이면서 깊이가 있었다. 특히 자신의 깊숙한 사생활을 책의 핵심인 ‘다섯 가지 질문’(상자내용 참조)과 연계해 담담히 보여주는 수더분함이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지난해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졸업식에서 본인이 축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가 사회로 나가는 초년생에게 해준 조언은 바로 ‘질문’이었다.

    “자신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라. 후회 없이 살고 싶다면 질문을 습관처럼 달고 살아라.”

    그가 던진 ‘다섯 가지 질문’이라는 화두는 큰 화제를 낳았고, 축사가 동영상으로 제작돼 빠르게 전파됐다. 이 동영상의 조회 수는 1000만 건이 넘었다.

    다섯 가지 질문은 하나의 큰 고리를 이루고 있다. 어떤 사안을 다루거나 인간관계를 맺을 때 순차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면 질문을 하기 전엔 보이지 않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 질문을 열쇠로 표현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문을 만나는데 그 문을 열려면 가장 자주 사용해야 할 열쇠로 다섯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잠깐만요, 뭐라고요?’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던져야 하는 물음이다. 무슨 일이든 문제의식을 가져야 이해든 해결이든 깨달음이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급한 결론이나 경솔한 판단을 방지하고자 그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것이다.

    두 번째 ‘나는 궁금한데요?’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그걸 실현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물음이다. 첫 번째 질문과 연계하자면 어떤 사안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그게 왜 그런지, 뭘 할 수 있는지 묻는 단계다. 

    세 번째 질문인 ‘우리가 적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는 앞의 질문에서 사안을 파악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의미다. 특히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할 때 의견이 엇갈릴 경우 공통분모를 합의한 뒤 일단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 질문은 시작조차 하지 않아 뒷날 후회하는 것을 막아준다. 시도했다 실패한다면? 저자는 “그럼 재미있는 실패담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의견불일치, 두려움, 무력감, 나태, 외부 방해꾼 때문에 우리가 나아가지 못할 때 이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네 번째 질문은 ‘어떻게 도울까요?’다.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모든 관계의 기본이 된다는 취지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이것이라고 지레 짐작해 일방적으로 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질문을 통해 상대가 자신의 문제에 주도권을 갖게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준다.

    다섯 번째 질문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이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를 스스로에게 꾸준히 묻는다. 이 질문은 삶의 핵심에 집중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수단이 된다. 계속해서 이 질문을 던져야 질문의 대답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는 것이다.

    어떤가. 너무 쉽다고? 그렇다면 이 쉬운 질문들을 자신과 주위에 끊임없이 던지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는 건 어떤가.




    인플레이션의 시대
    김동환·김일구·김한진 지음/ 다산3.0/ 448쪽/ 1만7000원


    2008년 하반기부터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시작된 미국의 저금리 기조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친화적 정책 덕에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코스피시장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도하는 가운데 전고점을 훌쩍 넘어 지수 3000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경제 지각변동이 예측되는 변곡점에서 국내 유명 투자 전문가 3명이 손을 잡았다. 저자들은 책에서 ‘현재의 자산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대주제 아래 사회 · 경제적 변화가 가져올 주식 · 부동산시장의 미래를 내다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함규진 지음/ 제3의공간/ 492쪽/ 1만9000원

    세계사를 뒤흔든 68개 조약을 통해 인류 역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담았다. 조약을 둘러싼 복잡한 역사적 정황과 조약이 맺어지는 과정, 당시 조약 당사자 간 이해관계 및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조약이 성취한 것과 숨긴 것을 날카롭게 집어낸다. 힘과 폭력의 역사 속에서 조약이 때로는 강자를 대변했지만 균형과 평화를 가져온 사례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된 한일위안부협정, 한중어업협정, 남북한경제협력합의서,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등의 성격과 한계, 재개정 가능성 등을 분석했다.






    시를 읽는 오후
    최영미 지음/ 해냄/ 244쪽/ 1만5000원


    시인 최영미가 세계의 명시 선집 ‘시를 읽는 오후’를 출간했다. 3부 3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동서고금의 명시 가운데 시인이 특히 아껴 읽었던 작품을 골라 그 원문과 함께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담은 우리말 번역과 해설을 덧붙였다. 딜런 토머스의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등 시 44편이 수록됐다. 시어의 의미와 배치, 구조와 운율까지 분석해 독자는 시의 구조에서 오는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시인의 삶과 각 작품에 얽힌 일화가 읽는 맛을 더한다.








    로컬 지향의 시대
    마쓰나가 게이코 지음/ 이혁재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20쪽/ 1만4000원

    일본에선 2050년 지방인구 감소로 900개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정부 차원의 ‘지방 창생(발전) 전략’이 진행 중이다. 저자는 일본 후쿠이, 가미야마 등 작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도시를 소개한다. 공장 유치 대신 개조한 고택을 사무실로 제공한 가미야마나 도자기 특산물을 관광과 연계한 하사미를 통해 지역발전 전략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일본처럼 저출산 후유증이 곧 닥칠 한국의 지방발전 전략을 세우는 데 유용할 듯하다.

    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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