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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함과 폐쇄성을 향한 통쾌한 테러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
2007-09-12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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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함과 폐쇄성을 향한 통쾌한 테러

엄숙함과 폐쇄성을 향한 통쾌한 테러

작품 ‘the Road to the Museum(박물관 가는 길)’(왼쪽), 작품 ‘Pool(수영장)’.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거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데다, 조금 새롭다 해서 작품의 생명력이 오랫동안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 작품에서 느껴지는 작가들의 기대와 열망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젊은 작가 강유진의 작품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게다가 젊은 미술과 젊은 세대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독특한 자극이 있다.

그림의 배경은 미술관이나 수영장 같은 모던하고 차가운 공간이 대부분이다. 그 공간에 어떤 이질적인 것들이 침투한다. 예를 들어 식물원, 심장, 고깃덩어리 같은 것들이다.

그럼 그 공간은 외부의 습격을 받아 무너진, 테러를 당한 곳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원근과 공간의 질서가 파괴되고,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중첩된 층들과 현란한 원색 속에서 도시적 공간은 치명적인 뭔가와 충돌한 듯하다. 그런데 이 파괴적인 이미지들은 불안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화려하고 통쾌하며 강렬하다.

작가는 간혹 새빨간 물감, 심장, 고깃덩어리들로 미술관이나 건축적으로 완성된 공간을 와해시키기도 한다. 공간이 거짓된 엄숙함과 폐쇄성이라면 그 공간을 와해시키는 행위는 인간이 인간을 위해 저지르는 테러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테러는 단순한 위협이나 폭력이 아닌 에너지의 폭발과 그 속에서 느끼는 통쾌함이다.

현대의 젊은 그림들이라면 어떤 에너지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 단지 일상에서 작은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우리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에너지 말이다. 그래야 적어도 젊은 작가의 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8월30일부터 시작된 강유진의 작품 전시회 ‘Gallery’는 갤러리 ‘썬 컨템포러리’에서 9월16일까지 열린다.



주간동아 603호 (p82~83)

이병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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