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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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 중인 운동권 아들 위해 성당 가서 기도하고, 냉수 떠놓고 빌고 …

경기도지사 손학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5-02-03 1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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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배 중인 운동권 아들 위해 성당 가서 기도하고, 냉수 떠놓고 빌고 …
    “감옥에 가거나 도망 다닐 때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위해 새벽에 성당에서 기도하고, 집에 와서는 냉수 떠놓고 빌었습니다. 어머니한테는 천주님이나 대문이나 장독이나 이런 게 다 하나였어요. 자식 사랑에는 모든 게 다 신이고 기도의 대상이고, 그런 게 어머니의 마음이죠.”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보지 못했다. 손 지사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임종 6개월 전 병원에서다. 유신 반대 운동을 하다 지명수배가 돼 도피생활을 할 때, 어머니가 암에 걸려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체포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으로 내달린다.

    “네가 왜 왔니. 네 형들 다 죽이려고 왔어. 빨리 가라.”

    암울했던 시절,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본 반가움보다 수배자를 둔 다른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는 어머니에게 3만원을 꺼내놓는다.

    “손주(자)들 오면 사탕이라도 사주세요.”



    “이게 웬 돈이니? 혹시 빨갱이 돈 아니냐.”

    도망 다니느라 어머니 임종 못해 가슴 찢어질 듯

    막내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어머니는 돌아가신다. 아들 하나 잘못 키워서 다른 아들들 고생시킨다는 죄스러움을 품에 안은 채로 말이다.

    “다른 죄도 아니고 아들이 정말 빨갱이일지도 모른다는 의혹과 두려움을 갖고 돌아가셨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그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무섭고 엄격하게 자식을 가르쳤다. ‘아빠’는 물론이고 ‘엄마’라는 소리를 입 밖에 내본 기억이 없단다.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려고 행동이 흐트러지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 지사는 지금도 ‘어머니’ 말씀대로 밥 한 톨 남기거나 떨어뜨리는 법이 없다.

    “끝에 꼭 밥에 물 말아서 밥그릇을 씻듯이 먹어야 했는데 밥이 한 톨이라도 떨어지면 그걸 그냥 놔두지 못하는, 물론 그때 다 어렵기는 했지만 음식에 특히 엄격하셨습니다. 서리한 오이 한 개를 툇마루에 숨겨놓았다 들켜 호되게 꾸중을 들은 기억도 있습니다.”

    그 시절 아낙이 으레 그렇듯, 어머니는 교장선생님이던 남편을 잃고 고생을 무던히 했다. 밭 매고, 산에서 나무 하고, 솎은 채소 시장에 내다 팔고…. 똥지게 지고, 밭 매느라 부르튼 손이 아파 쩔쩔매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단다. 얼마 전 그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편지를 올렸다.

    ‘보고 싶은 어머니! 하늘나라에서는 나무 안 해도, 밭 매고 똥지게 지지 않아도 편히 살 수 있겠죠. 어머니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막내아들이 빨갱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돌아가셨을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니! 하늘나라엔 이념 대결, 이데올로기 전쟁 때문에 받는 고통은 없겠죠. 어머니! 천당서 풍성한 양식 마음껏 드시고 건강하세요. 저는 아직도 어머니 말씀대로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밥 잘 먹고 건강합니다. 막내아들 학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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