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2000년 213억원 모금 … 공천헌금 문제 자주 불거져

아태재단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한 차례도 후원회를 열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말 쿠폰을 발행해 7억원 정도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재단 관계자는 “운영자금은 후원금으로 충당할 뿐 다른 경로의 자금 모금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13억원은 결산보고서에 기재된 액수일 뿐 실제로는 훨씬 많은 돈을 모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수시로 터져나온 아태재단 후원금 모금과 관련한 뒷얘기들과 결산서 내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치헌금설은 이런 의혹들을 뒷받침한다. 선거철만 되면 아태재단 후원금을 둘러싼 공천헌금 문제가 자주 불거졌다.
96년 공천을 신청했던 민주당 전신 국민회의 출신 한 전직 의원의 전언. “96년 2월, 동교동 핵심 K씨가 아태재단 쿠폰을 사라고 해 5000만원어치를 샀다. 공천을 앞두고 누가 사지 않겠는가. 그 후 불안한 마음에 다시 그 액수만큼 쿠폰을 더 샀다.”그렇지만 이 인사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후원금 외에 별도의 공천헌금까지 요구하는 당 지도부의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인사의 주장이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공천에서 탈락한 다른 한 인사는 당시 “중앙당 후원금 1억원과 아태재단 후원금은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아태재단 후원금이 공천과 관련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거 국민회의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아태재단이 김대통령의 집권 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쿠폰을 발행해 재단 후원금을 받았지만, 쿠폰 등을 통한 모금은 누구로부터 얼마를 거뒀는지 알 수 없다”며 재단의 후원금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아태재단 쿠폰을 사는 경우가 있다. 95년 민선 1기 노원구청장에 당선된 최선길씨가 대표적인 경우. 그는 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거법위반 사건에 휘말렸고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던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은 그의 집에서 아태재단에 낸 5000만원의 후원금 영수증과 아태재단 후원회원 위촉증서 등을 발견했다. 당시 신한국당 한 관계자는 “구청장 한 사람에게 5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면 전국의 구청장 시장 도지사에게서 받은 후원금 규모는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비아냥거렸다.
“일부 기업 특혜 제보” … 제2 이수동 사건 터질 수도
이수동씨 사건이 터지면서 또 다른 차원의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특검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한나라당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수동씨가 각종 인허가 및 인사 등에 개입, 편의를 봐주고 재단 후원금을 모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용호씨가 전달한 5000만원은 인터피온 주가조작 건으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던 이씨가 “조사를 무마해 달라”며 전달한 로비자금이라는 게 특검측의 중간 결론.
경우에 따라 제2, 제3의 이수동이 숨어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비리 사건이 터지면 관련된 내용들이 한꺼번에 제보 형태로 이어진다”고 밝히고 “아태재단에 후원금을 낸 일부 기업인들이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제보가 2, 3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이수동 사건이 터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아태재단측은 이수동씨 사건이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자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수동씨 개인 비리를 마치 재단 비리라도 되는 양 몰고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일해재단의 경우처럼 빼앗길 수도 있는 이곳에 정치자금을 숨겨두겠느냐”며 “어른(DJ)이 돌아올 이 자리에 아들이 바늘방석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재단에 돈이 없어 직원도 줄이고 은행에 빚도 졌는데 무슨 자금을 숨겨둔단 말이냐(상자기사 참조)”며 세간의 의혹을 부정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9월 대검 국정감사 때 이용호씨 자금의 아태재단 유입 의혹을 제기한 이주영 의원은 “이 전 이사가 받았다는 돈은 5000만원이 아닌 상당히 큰 액수”라며 더 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