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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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 제대로 관리하면…

서울 마포구 500가구 월 9만 원씩 줄어 비리 적발돼도 과태료 처분에 그쳐 실효성 낮아

  • 박세준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12-05 1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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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관리비 비리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관련 법령의 미비로 예방이 어렵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동아DB]

    아파트 관리비 비리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관련 법령의 미비로 예방이 어렵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동아DB]

    반복되는 아파트 관리비 분쟁을 근절하고자 정부가 나섰다. 법을 개정해 관리비 사용내용과 아파트 회계명세 등을 전부 공개하도록 한 것. 하지만 아파트 관리비 비리 피해자들은 단순히 공개 범위를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에 허점이 있어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가 충분히 문제를 숨길 수 있다는 것. 만약 적발된다 해도 처벌수위가 낮아 대부분 과태료 처분을 받을 뿐이다.

    장기수선충당금, 물가보다 6배 올라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관리비는 전부 정부 시스템에 공시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4항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관리비명세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K-APT)에 공개해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해당 아파트를 검색하면 △공용관리비 △개별사용료 △장기수선충당금 월 부과액 등으로 구분된 관리비 총액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크고 작은 공사에 들어간 장기수선충담금이다. K-APT에 공시된 전국 아파트 관리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관리비 3개 항목 가운데 올해 장기수선충당금이 지난해에 비해 8.9%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약 1.3%)에 비하면 6배가량 오른 것. 같은 기간 공용관리비도 3.7% 상승했다. 한편 개별사용료는 오히려 7.5% 하락했다. 

    장기수선충당금과 공용관리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공시된 관리비명세만으로는 이 돈을 정확히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에 쓸 금액을 미리 걷는 것이다. 따라서 월 납부금만 명시돼 있고 해당 금액의 용처는 알 수 없다. 공용관리비도 상황은 마찬가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은 세부 내용까지 명확하게 공개돼 있지만 아파트 내 전구 교체 등 간단한 수리 및 교체에 들어간 비용인 수선비의 경우 세부명세가 없다.

    이와 같은 미비점을 해결하고자 아파트는 대부분 관리비 회계감사를 받는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 제26조에 의거, 매년 관리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감사 결과는 K-APT에 공시된다. 이를 통해 일부 부정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K-APT 공시에 따르면 회계감사 대상인 전국 9009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약 17%인 1610개 단지가 회계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지 못했다. 



    실제 부적합 판정(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을 받아야 할 단지가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4월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3349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2014 회계연도 아파트 관리비 회계감사 결과를 심리해 이 중 53.7%가 부실감사라는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된 단지는 총 1800개. 부실감사 유형으로는 ‘공사계약 검토 소홀’이 35.9%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장기수선충당금 부과 검토 소홀’(28%), ‘감사업무 미참여’(16.2%) 등이었다. 

    회계감사 제도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파트선진화운동본부(아파트운동본부)가 10월 발표한 ‘아파트 회계감사의 문제점과 개선점’ 보고서는 아파트 회계의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회계감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따라서 회계감사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결손금처리계산서, 주석 등 재무제표상 문제다. 반면 공사비 과다계상이나 개별사용료 부당징수 등은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회계감사는 회계장부에 적힌 내용대로 돈이 들어오고 나갔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외의 부정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사비 과다계상은 회계에 안 드러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서 아파트를 검색하면 
관리비 외에도 수리·보수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서 아파트를 검색하면 관리비 외에도 수리·보수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관리비 부당 사용 내용이 회계장부에 남을 수 있으나 이마저도 아파트 내부에서 쉽게 고칠 수 있다. 아파트운동본부 측에 따르면 대다수 아파트는 회계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전산 회계 시스템을 사용한다. 회계장부를 수정하면 그 내용이 전부 시스템 서버 로그기록으로 남기 때문. 하지만 회계장부를 수정하더라도 감사에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아파트 전산 회계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 대부분 외부 민간업체라 로그기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서 관리비 회계장부 수정에 관한 로그기록이 전부 삭제된 사건도 있었다. 관리비 지출명세 가운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의되지 않은 사항이 있어 지자체가 회계감사 및 실태조사에 나섰으나 이에 앞서 회계장부 수정 내용이 전부 지워진 것. 

    물론 회계감사 외에도 관리비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아파트에서 이뤄지는 크고 작은 공사나 계약은 전부 아파트 게시판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따라서 공사비 과다계상 같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 계약 내용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8조에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공사, 용역 사업계약 내역을 계약 체결 1달 내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게다가 각 아파트가 공사, 용역 등의 계약을 위해 낸 입찰 공고 및 결과, 수의계약 내용도 모두 K-APT에 공시된다. 

    하지만 이 공시 제도에도 구멍은 있다. 공개 입찰 전 서류심사 등에서 이미 의혹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A아파트는 올해 노후배관 설비 교체공사업체 선정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해당 입찰은 공사 실적, 공사비 등 다양한 조건을 두고 경쟁 입찰하는 적격심사제 방식이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많기 때문에 보통 적격심사제 공개입찰은 서류심사를 거친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24조에 따르면 공정한 심사를 기하고자 입찰과정 채점기준을 공고문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채점기준 가운데 일부인 입찰가격 산출 방법을 공고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기준은 현장설명회에서 공개됐다. 문제는 이 현장설명회에 참여 자격 제한이 있었다는 점.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업체만 현장설명회에서 입찰가격 산출 방법에 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입찰과정에 의문을 가진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해 구청이 입찰방식을 공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 측에 보냈다. 이처럼 입찰과정에서 부정이 일어날 경우 공시된 입찰문서로는 이를 알아낼 수 없다. 공시된 문서는 최종 입찰된 업체와 맺은 계약서이기 때문. 

    처벌수위가 낮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아파트 관리비 사용명세에 이상이 있거나 공사비 과다계상 및 이를 위한 부당입찰 등이 밝혀져도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형사처분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법 제97조와 제98조에는 징역이나 벌금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형사처분이 내려지려면 관리비 부당사용 명세 외에 이를 통해 피의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한 서울 시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는 “적발 시 내야 하는 과태료보다 공사비 과다계상 등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므로 일부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관리비 비리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표를 믿는 수밖에?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홈페이지. 관리비 추이 파악, 다른 아파트와 관리비 비교 등을 할 수 있다.[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홈페이지 캡쳐]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홈페이지. 관리비 추이 파악, 다른 아파트와 관리비 비교 등을 할 수 있다.[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홈페이지 캡쳐]

    결국 현행법상 아파트 관리비 비리의 확실한 예방책은 입주자대표의 관심뿐이다. 아파트 관리비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이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치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가 나서서 아파트 수리·보수 비용 과다계상을 막고 관리비 사용명세를 꼼꼼히 점검한다면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바뀐 서울 마포구 B아파트의 경우 관리비 부과 총액이 전년 대비 5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그동안 과도하게 지출되던 공사비용을 정상화한 결과다. 아파트에 500여 가구가 사는 것을 감안하면 각 가구가 매달 내야 할 관리비가 9만 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입주자대표가 제대로 일한다면 관리비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입주자대표의 관심이 없으면 아파트 관리 주체 마음대로 관리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아파트운동본부 관계자는 “입주자대표를 잘못 선출하면 관리비는 (관리 주체나 업체 중) 먼저 본 사람이 임자다. 이 과정에서 관리 주체와 업체들의 농간으로 발생한 피해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고 밝혔다. 경기도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는 “꼭 입주자대표가 아니더라도 아파트 관리비 사용명세에 의아한 점이 있다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길고 어려워 입주민은 대부분 대표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는 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6월부터 아파트 내 모든 문서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다. 굳이 문서를 출력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 생산부터 보관까지 전부 전자결재 시스템을 거치게 하겠다는 것. 서류 분실이 없으니 관리사무소에서는 주민들의 정보 공개에 충실히 응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아파트 내부 문서 공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2개 아파트 단지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아파트운동본부에서는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홈페이지(openapt.seoul.go.kr)를 통한 전 아파트의 공통회계관리 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한다. 아파트운동본부에 따르면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홈페이지에는 아파트 관리비 회계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다. 따로 회계장부를 쓴 뒤 이를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장부 작성부터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의 ‘에듀파인 학교회계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하지만 현재 해당 홈페이지에는 관리비 및 공사·용역 계약서 공시 시스템만 있고 회계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 아파트운동본부는 전국 단위의 아파트 관리비 회계입력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아파트 관리비 비리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 홈페이지에 아파트 공통회계관리 프로그램이 탑재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파트가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서울시의) 공통회계관리 프로그램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사용하는 회계관리 프로그램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많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서울시 공통회계관리 프로그램 사용을 원하지 않았다. 현재는 업무 단순화를 위해 각 아파트가 매달 올리는 관리비명세만 게재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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