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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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자동차·그룹주 펀드 국외▶ 브라질·프런티어 마켓

후회하지 않을 펀드 공략법 … 자산과 지역 따라 ‘차별상승’ 예상

  • 조충현 한국펀드투자연구소 소장 smcon@naver.com

    입력2009-12-22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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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IT·자동차·그룹주 펀드 국외▶ 브라질·프런티어 마켓
    ‘후한서(後漢書)’의 ‘양수전(楊修傳)’에서 유래된 말 중에 ‘계륵(鷄肋)’이 있다. 이는 당시 위(魏)나라 조조(曹操)가 촉(蜀)나라 유비(劉備)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싸우다 진퇴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한 말로, ‘닭의 갈비는 먹을 것이 없으나 그래도 버리기 아깝다’는 뜻이니, 이렇다 할 이익도 없으면서 버리기에는 아까운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

    올해 국내 펀드시장 역시 크게 먹을 것이 없으나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과 같은 장이었다. 그만큼 시장 관계자의 고민은 깊었다. 2009년 국내지수는 1100포인트에서 시작해 1600~1700포인트까지 상승했지만 펀드 열풍이 한창이던 시점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원금 회복은 아직도 먼 얘기다. 그동안 난 손실규모에 비하면 겨우 한숨을 돌릴 정도다.

    국내 투자자들은 그나마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해외에 잘못 투자한 경우는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 해였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모두 손해가 났을 때는 함께 시장을 원망하며 위안을 삼았으나, 국내외 펀드 간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자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속을 끓이며 이제나저제나 환매할 시기를 저울질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사실은, 올 한 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 다른 국가들에선 지수가 상승하면서 펀드 설정액이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유독 지수가 상승할수록 오히려 돈이 빠져나가는 ‘환매런’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환매런을 놓고 본전에 집착하는 성숙하지 못한 투자 행태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2009년 대량 환매 지속 현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시장에 대한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 시장 불신은 환매된 자금을 펀드시장에서 직접투자시장 혹은 안전자산인 CMA나 MMF로 이동하게 했다. 이 때문에 펀드시장은 치고 나갈 에너지가 차츰 고갈되고 있다. 하루속히 시장이 신뢰할 만한 조치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속도가 붙은 환매 추세를 막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룹주 펀드, 신영마라톤펀드 주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적지 않은 수익률을 거둔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여전히 절반 가까이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최근 15개월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408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308개로 집계됐다. 이 중 -40~-30%대의 초라한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만 52개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주식형은 652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9개 펀드만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중국 본토 펀드가 64.28%의 최고 평균수익률을 올렸고, 다음이 브라질(31.63%), 인도(23.78%) 순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26.15%), 북미(-20.7%) 지역은 -20%대, 일본 펀드는 -30.86%의 큰 손실률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대형 펀드가 17.35%, 중·소형 펀드가 5.93%의 수익률을 거둠으로써 대형 펀드가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의 자금동향을 보면 국내·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무려 11조원가량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7조1741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3조8200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12월9일, 금융투자협회). 특히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역대 최장 기간 자금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흥국, 아·태, 인도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출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이들 지역의 펀드 규모가 비교적 큰 데다(중국 펀드 36%, 브릭스 펀드 20%) 수익률도 높아 투자자들의 환매 수요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국인 러시아, 브라질 및 기초소재 부분은 자금 순유입으로 집계돼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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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리츠 펀드, 일본·유럽 펀드 우선 정리

    그렇다면 2010년에 펀드 투자자들은 어떤 펀드를 버리고 어떤 펀드를 취해야 할까. 국내 펀드부터 살펴보면, 시장 자체에 대해선 ‘황금빛 전망’이 주를 이룬다.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10년 국내 경제 및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12월9일)에서 “한국 상장기업의 내년 실적 추정치 대비 주가가 다른 아시아시장보다 크게 저평가돼 있다”면서 “내년 코스피 지수는 23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유망 업종으로는 수출 관련 수혜업종인 전기·전자(IT)·자동차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거래물량이 늘어날 건설·철강·운송 및 이자율 인상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업종을 지목했다.

    최근 정부도 내년 성장률 목표를 5%대로 삼는 등 경기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일부에서 필요성을 제기하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문제는 경기회복 기조가 유지되곤 있지만 아직 글로벌 위기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 따라서 유망종목에 펀드를 넣어두되 언제라도 시장이 급등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시장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이 큰 섹터 펀드를 보유하기보다는 기대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대형주를 많이 포함한 펀드를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게 적절하다. 중장기적으로 계속 보유할 만한 펀드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그룹주 펀드(예를 들어 삼성그룹적립식펀드), 신영마라톤펀드, 한국네비게이터펀드와 같은 국내 펀드를 투자 목록에 포함시키는 게 좋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유망한 해외 펀드로는 중국 펀드와 브라질 펀드를 선순위로 꼽을 만하다. 정책효과가 확실한 중국과 함께 자원부국이면서 강력한 내수시장을 겸비한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는 동시에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의 특수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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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 최근 출시된 삼성투신운용의 삼성 차이나파워팩 펀드(재간접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펀드는 투자자산을 중국 본토 A주 ETF(상장지수펀드)와 홍콩 H주 ETF에 50:50 비율로 투자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 환매기간이 최대 1개월 이상 걸리는 중국 본토 펀드의 단점도 주식이 아닌 ETF에 투자함으로써 극복했다. 지수상승에 따른 수익을 8~9일 안에 얻을 수 있게 된 셈. 동부증권과 SC제일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또 하나 시간을 두고 특별히 지켜볼 지역이 ‘프런티어 마켓’(개척지 시장)이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이 해당되지만, 시야를 좀 넓혀 보면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남아메리카의 일부 나라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시장은 펀드 열풍이 불던 2007년 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금융위기에 휩쓸린 이후 다른 지역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 가장 탄력적으로 반응을 보일 지역도 바로 이곳이다. 물론 정치적 위험 등이 큰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이나 케냐,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에 정보도 없이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가진 잠재력에 점수를 준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이 지역에 투자하려면 국내 운용사보다는 해외 정보력이 월등한 해외 운용사의 역외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지난 3년간 소외됐던 역외 펀드도 최근 다시 주목을 받는다. 자원부국 프런티어 마켓 펀드의 권토중래(捲土重來)와 함께 해외 펀드와의 차별조항 제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역외 펀드는 제외한 채 해외 펀드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 15.4%를 면제해줬지만 2009년 말로 이 혜택이 만료되면서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와 외국에서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된 것. 예를 들면 미래에셋운용의 인도 펀드와 피델리티의 인도 펀드를 순전히 수익률만으로 비교하게 된 것이다.

    역외 펀드는 해외에서 만들고 운용하므로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대 강점은 상품이 다양하다는 것.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 투자가 중국, 인도 등 주요국 시장에 편중된 것과 달리 역외 펀드는 주요 국가 외에도 인도네시아, 태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을 구비해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운용 규모가 커 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가 유리하다는 장점과 펀드 운용사의 오랜 펀드 운용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역외 펀드가 모든 점에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해외 펀드와 달리 현지통화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따지므로 환율변동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외 펀드에 관심이 있다면 선물환계약 여부를 꼼꼼히 따져서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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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와 상의한 후 신규 가입이나 갈아타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

    원자재 중심 이머징 마켓 이점 많을 듯

    펀드를 사고팔 때, 또는 갈아탈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먼저 펀드 리모델링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투자자금만을 기준으로 리모델링을 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 가장 무게를 둬야 할 교체, 환매 기준은 그 펀드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다. 여러 지역의 해외 펀드에 동시다발적으로 가입한 경우 중국, 브라질은 일단 뒤로 미루고, 글로벌 리츠 펀드, 일본 펀드, 유럽 펀드부터 정리하는 편이 좋다. 특히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3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데다 엔화 강세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리츠 펀드도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고 회복국면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우선적인 환매대상이다.

    또한 보유 펀드 중 러시아 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조절이 필요하다. 유가 상승 기대감만으로 지속 보유하기에는 러시아 경제가 너무 취약하다. 차라리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규모 국가행사를 앞둔 브라질 펀드가 유리하다. 덧붙여 최근 두바이 사태에서도 경험했듯 재정상태가 취약한 국가(헝가리, 우크라이나, 아일랜드, 스페인,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펀드에도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해외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새해를 맞으면서 꼭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펀드과세다. 내년부터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그간 수익이 발생한 부분이 과표(4000만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일부를 환매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로 전환하는 게 좋다. 그러나 일반과세 대상자라면 상대적으로 과세율이 낮아 세금보다는 국가 및 펀드 성과에 주의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

    새해에는 투자 펀드에 대한 리모델링이 올해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1월 말부터 시행 예정인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펀드자산 재분배에 촉매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싼 수수료나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참아온 투자자들과 고객유치 경쟁에 뛰어든 펀드판매사들의 수요가 맞물려 투자자산 재조정에 본격 매진할 공산이 크다. 우선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혜택 만료에 따라 국내 주식형으로 자금이 이전해오는 비중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새해 초 종합주가지수가 1700포인트 이상에서 안착한다면 단기 이익실현을 위해 고점에서 쏟아져나온 환매 물량과 신규가입 물량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향후 펀드시장의 향방을 정하게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은 3.1%. 선진국은 1.3%, 신흥시장은 5.1%이다. 이 예측에 근거를 둔다면 2010년에도 이머징 마켓 증시의 상승세가 선진국 대비 상대적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펀드 위주의 재테크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적지 않을 듯하다. 또한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선진국 시장의 경기회복과 제조업 및 건설 부문 생산확대 등으로 실수요가 살아나며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원자재 펀드는 지속적인 관심 섹터가 될 수 있다.

    정통 펀드 외에 ELS(주가연계증권),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주가연계 구조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 최근 이들 상품으로 자금이 조금씩 이동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풀린 막대한 돈의 힘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흐름을 이끌었다면, 2010년에는 호재가 있는 자산과 지역에 차별적 상승이 예상된다. 펀드 유형이나 지역을 선택할 때 더욱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Tips

    1월25일부터 시행되는 펀드판매사 이동제

    금융감독원은 시스템 시험 운영 및 확인 작업을 거쳐 내년 1월25일 1단계 펀드판매사 이동제를 본격 시작한 후 상반기께 2단계 활성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판매사 이동 절차는 간단하다. 기존 판매사에서 계좌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5거래일 안에 이동을 원하는 판매사에 계좌확인서를 갖고 방문, 계좌를 개설하고 이동 신청을 하면 된다. 따라서 펀드판매사 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펀드 서비스도 대폭 강화되는 중이다. 펀드 판매수수료를 ‘제로’로 낮추는가 하면 펀드 매수 시 주식워런트증권(ELW)을 무상으로 제공해 펀드 수익률 하락에 적극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펀드관리 서비스도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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