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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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개방 이후 관건은 ‘돈 조달’

남한과 공식 경제교류 자체만으로도 획기적 진전…섣부른 기대는 금물

  • 입력2005-06-21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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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경제 개방 이후 관건은 ‘돈 조달’
    김용순 북한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서울 방문에서 9월25일 남북한 경제 실무회담이 확정됨에 따라 남북경협이 중요한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경제 실무회담에서 논의될 안건과 후속 조치의 여부다.

    이미 정부는 이번 경제 실무회담에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청산결제 △분쟁 조정 등 네 가지 의제가 다뤄질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러한 4대 의제는 그동안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돼오던 대북 경협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조처들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 자본을 받아들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수용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홍지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한실장은 “북한이 이러한 협정 체결에 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남한을 공식적 경제 교류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홍실장은 “이를 통해 북한의 대남전략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무회담은 그동안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진행되던 북한 진출과 투자사업이 남북한 정부 간의 제도적 보장을 받아 추진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북한이 자본주의의 경제적 장치라고 할 수 있는 이중과세 방지와 투자보장 협정 등을 체결할 경우 북한 경제의 개방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무래도 투자 자산의 훼손 방지나 훼손에 따른 보상문제 등이 명확하게 정리되면 북한 진출을 노리면서도 투자 위험 때문에 주저했던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의 진출에 걸림돌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현재 경제 실무회담에서 투자보장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의 남북대화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문제를 북한이 수용한 것인 만큼 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대체로 낙관적인 분위기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정균 박사는 “기술적으로 밀고당기는 협상이야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경제 실무회담에서 논의될 4대 의제는 이미 우리측이 꾸준히 요구해왔을 뿐 아니라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언급되어 있는 사안이므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팀장은 남북경협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경협의 칼자루를 북한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잘 되어가리라’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북한이 남북경협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오는지가 관건이지만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조동호 박사의 이런 지적은 ‘경협, 그 이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면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하겠지만 만약 북한이 어느 순간에 U턴이라도 한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재정 때문에 허덕거리는 마당에 이를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북한이 U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관건은 남북경협에 따르는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기금을 지원받는 방안이 간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 방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IBRD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IMF에 일단 가입해야 하고, IMF에 가입하면 해마다 거시경제지표들을 제출해야 하는 등 국제 기준과 보조를 맞춰나가야만 한다. 당연히 자금 지원에도 까다로운 조건이 붙게 마련이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까지 이러한 국제경제 시스템이 요구하는 의무사항을 준수할 정도로 완전한 시장경제를 채택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세계은행 관계자조차도 국제기구의 대북한 지원에 대해 섣불리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파견 근무 중인 재경부 소일섭 국장은 “제임스 울펜손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한 경제 지원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낸 사실이 국내언론에서 의외로 크게 다뤄진 것을 보고 놀랐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소국장은 “9월 말 IMF-IBRD 연차총회에서도 북한 관련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정균 박사도 국제사회를 통한 기금조성 문제에 대해서는 비관적 분석을 내놓았다. 김박사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은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만큼 크게 기대할 것은 못 된다. 북-일 수교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일본측의 전쟁 보상금도 가장 손쉽게 북한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인 것은 분명하지만 북-일 수교협상 진행과정을 지켜보아야 하는 문제인데다 북-일 관계 진전은 북-미 관계 진전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크게 기대할 것은 못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남북경협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초기단계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가 개성공단을 조성하게 되면 인천이나 평택의 항만 물류시설을 공동사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SOC 투자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모델로 제시된다. 결국 문제는 경제실무회담을 통한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얼마나 북한 경제를 개방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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