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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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여전한 주택 임대차시장, 아파트는 연착륙할 듯

임차인 구하기 어려운데 연립·다세대는 신규 공급 늘어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입력2024-04-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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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연립·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뉴시스]

    서울 시내 연립·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뉴시스]

    주택 임대차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전세가와 월세가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전세’와 ‘깡통전세’ 우려는 여전하다. 2월 기준 아파트 전세가는 2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15% 가까이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이미 한국은행은 “2년 전 전세가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주택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역전세 우려가 시장에 만연했음을 지적했다. 임대차시장이 완전히 안정을 되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차시장 불안감, 2000년대 들어 최고

    2000년대 이후에도 임대차시장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수년간 떨어지며 매매 수요 침체와 공급 부족이 동시에 찾아온 2013~2014년, 전국 입주 물량이 장기 평균치를 상회해 전세가가 하락한 2019년이 대표적이다. 다만 최근 역전세난 우려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필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언론 보도에서 ‘역전세’ ‘깡통전세’가 언급된 빈도를 분석한 결과 2022~2023년에 각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살펴보면 예년보다 적은 입주 물량과 이에 대체로 반비례하는 전세가 등락률 간 격차도 여전히 크다.

    임대차시장 불안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금리 등락폭이 컸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2020년 8월 2.32%로 저점을 찍고 2022년 말 5.16%를 기록해 2배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각각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자를 매달 내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오르면 같은 보증금이라도 부담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세가와 월세가 간 전환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의 일시적 역전도 전세가 하락에 한몫했다. 전세자금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해지자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두드러진 것이다.

    두 번째는 임대차 2법 도입 영향이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뼈대로 한 임대차 2법은 임차보증금 인상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임대차 2법은 2020년 8월 시행됐는데, 법령 도입 후 처음 재계약이 다가오는 시점인 2022년 8월까지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아파트, 연립, 단독주택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을 포괄하는 지수) 상승폭은 8.9%에 달했다. 아파트만 따로 보면 13.2%로 상승률은 더 높았다. 이렇듯 전세가가 단기간에 빠른 상승폭을 보인 것은 2010~2011년 이후 처음이다. 전세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음 국면에선 하락세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임대차 2법 도입이라는 정책적 변수는 금리로 대표되는 거시경제적 요인과 함께 시장 불안을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연립·다세대 등 상품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늘어나는 등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도 한몫했다. 기본적으로 전세사기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매우 적은 상황을 악용해 일어난다. 이에 따라 보유 가치보다 사용 가치에 방점이 찍히는 연립·다세대 주택에서 전세사기 및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빈발했다.



    주택 임대차시장 불안이 매매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주택 임대 가격이 내리고 금리가 오르면 매매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갭투자 매수인의 부담이 커진다. 특히 이른바 ‘영끌’ 투자를 한 경우가 문제로 떠오른다. 이들은 향후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자기 재산뿐 아니라 미래 수입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가처분소득이 줄어 주택을 처분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거나 채무를 상황하지 못해 임의·강제 경매로 넘겨지는 물건이 적잖은 상황이다. 이 매물들이 경매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면 주택시장 전반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아파트 경매 동향을 살펴보면 2022~2023년 떨어진 낙찰가율(감정 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이 회복세를 보여 연착륙할 공산이 크다.

    결국 부동산시장의 이목은 전세가 추이에 쏠리고 있다. 최근 임대 가격 상승세가 월세에서 전세로 옮겨 붙으며 전세 가격도 다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이후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점도 전세가를 높일 수 있는 변수다. 향후 임대시장의 구조적 안정성은 지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30채 미만 소규모 분양, 통계도 안 잡혀

    다만 같은 임대차시장에서도 주택 유형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파트에 비해 연립·다세대 주택 시장의 어려움이 배가될 것이다. 정부는 1·10 부동산대책에서 소형주택 공급을 촉진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에 신규 연립·다세대 주택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 주택의 공사 기간이 비교적 짧은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립·다세대 전월세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만 늘어나면 시장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연립·다세대 주택 분양은 실거주보다 임대용 투자가 주를 이루는데,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여전한 탓에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30채 미만 소규모 분양의 경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점도 변수다. 시장 상황을 당국이나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신축 연립·다세대보다 아파트 같은 주택 유형을 고려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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