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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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홀릭

톰프슨은 울고 람은 웃다

오소 플레이

  • 이사부 골프 칼럼니스트 saboolee@gmail.com

    입력2017-07-18 14: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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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시 톰프슨은 눈물을 흘렸지만, 욘 람은 웃었다. 최근 골프 규칙 개정이 만든 풍경이다.

    7월 10일 새벽 유러피언투어 아이리시오픈에서 람은 합계 24언더파를 치며 대회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람은 “세베 바예스테로스,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닉 팔도, 콜린 몽고메리, 로리 매킬로이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이 가졌던 트로피를 얻게 된 것을 믿을 수 없다. 최고의 한 주였다”며 거창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람은 2016~2017시즌 PGA투어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다. 스페인 출신이지만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했고, 지난해 6월 프로 전향을 선언한 뒤 초청받아 출전한 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거치지 않고 올 시즌 바로 PGA투어에 입성했다. 그리고 입성 5개 대회 만에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가 유러피언투어에도 진출해 아이리시오픈에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깔끔하지 못했다. 분명히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냥 넘어갔다. 톰프슨의 눈물이 만든 새로운 규칙 때문이었다.

    람은 마지막 라운드 6번 홀에서 명백한 오소(誤所) 플레이를 했다. 오소 플레이란 공의 위치를 잘못 놓고 치는 것을 말한다. 6번 홀 그린에서 람의 긴 버디 퍼트는 홀 앞에서 멈췄다. 동반 플레이어였던 대니얼 임과 거의 같은 위치였다. 그래서 람은 홀을 향해 공의 뒤쪽에 마크하지 않고 오른쪽 옆에 마크했다. 그리고 대니얼의 퍼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퍼트를 이용해, 헤드 크기만큼 오른쪽(홀을 향해 서서)으로 마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니얼이 퍼트를 한 뒤 람은 원래 자리로 마크를 옮겼다. 그 뒤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대로라면 공을 마크의 왼쪽에 놓아야 한다. 하지만 람은 마크의 앞쪽, 즉 홀과 더 가까운 곳에 공을 놓고 파 퍼트를 했다. 거리는 원래 위치보다 1~2cm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은 TV 중계화면을 통해 나갔고, 대회 경기위원회에서도 인지했다. 그리고 경기위원이 13번 홀로 가 이동 중이던 람과 대화를 나눴다. 대니얼에게도 경기위원이 질문했다. 대화가 끝난 뒤 람은 웃으면서 다음 홀 티잉그라운드로 서둘러 갔고, 경기위원은 페널티가 없음을 선언했다.

    그러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난리가 났다. 톰프슨은 똑같은 상황에서 4벌타나 받았는데, 람은 페널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톰프슨은 4월 L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인스퍼레이션 3라운드에서 람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공 옆에 마크한 뒤 공을 마크 앞쪽에 놓고 퍼트를 한 것이다. 이것이 중계화면에 잡혔고, 그다음 날 4라운드 때 신고를 받은 경기위원회는 톰프슨에게 오소 플레이 2벌타, 벌타를 표기하지 않고 3라운드 스코어카드를 제출해 스코어카드 오기 2벌타 등 모두 4벌타를 부과해 단독 선두에서 밀려나게 했다.

    람은 여기서 2벌타를 받았더라도 우승에 지장이 없었다. 이미 2위에 큰 타수 차로 앞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는 아무도 모른다.

    람이 벌타를 받지 않은 것은 톰프슨의 페널티 사건 이후 너무 잔혹하다는 여론에 따라 새로운 골프 규칙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4월 말 발표된 새 규칙에 따르면 카메라가 미세한 규정 위반을 포착하더라도 경기위원회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벌타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크한 뒤 공을 다시 놓을 때도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합리적인 행동을 했다고 판단되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번의 경우 람이 공을 놓을 때 동반 플레이어가 유심히 보고 있다 지적했다면 오소 플레이가 돼 충분히 벌타를 받았을 상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동반 플레이어였던 대니얼은 퍼트를 한 뒤 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주변에 경기위원도 없었다. 따라서 람 스스로 자신의 오소 플레이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경기위원회에서도 벌타를 부과할 수 없다.

    경기위원은 취재진에게 “람이 정확한 위치에 공을 놓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몇 밀리미터 오차는 있을 수 있다. 람도 공의 위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놓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벌타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벌어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TV를 보고 있다 반칙을 했다고 신고해 처벌받게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다면 문제는 더 커지고 규칙을 개정한 영국왕립골프협회(R&A)나 미국골프협회(USGA)는 비난받을 것이 틀림없다.

    톰프슨의 벌타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회장에 있던 몇몇 선수는 많은 선수가 마크한 뒤 공을 살짝 옮겨놓는 행위를 한다고 말했다. 짧은 퍼트가 남았을 때 거리가 1~2cm 줄어드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경사가 있는 상황에서 옆으로 움직였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래 위치에서는 공이 휘어져 들어가야 하지만 옆으로 살짝만 옮겨도 편하게 퍼트를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람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경기위원이 선언했으니 규칙을 벗어난 것이 아닌 만큼 람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평소 하던 대로 한 것이라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경기 동영상을 본다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 것이다. 골프는 마음속에 항상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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