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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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트렌드 ‘콕’ 최고 정보원 하나 키우시죠

세상의 창 ‘잡지’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trendhitchhiking@gmail.com

    입력2014-05-26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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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트렌드 ‘콕’ 최고 정보원 하나 키우시죠

    매달 발행되는 잡지를 읽는 것은 트렌드를 파악하는 좋은 방법이다.

    매달 한 번씩 아주 호사하는 시기가 있다. 대개 월간지는 마지막 주에 다음 호가 나오는데, 그때 여러 잡지를 몰아 보는 재미에 빠진다. 일간지보다는 주간지, 주간지보다는 월간지에 좀 더 심도 깊은 얘기가 많다. 나는 특히 전문지를 선호하는데, 적어도 특정 분야에선 그달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햇살 비치는 창가 테이블에서 커피 한 잔 두고 두툼한 월간지를 천천히 음미하듯 훑는 건 아주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볼 수도 있지만 종이잡지를 직접 손에 들고 종이냄새와 잉크냄새를 맡으며 읽는 맛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어떤 화려한 잡지라도 1만 원짜리 한 장 정도면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만 원의 행복’ 중 단연 최고를 꼽자면 잡지다. 우리는 모두 각자 취향이나 관심사가 있다. 그걸 잡지에서 풀어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전문으로 다룬 잡지를 구독하는 건 꽤나 매력적인 ‘작은 사치’가 아닐까.

    월간 ‘신동아’ 등 잡지 편력

    내 잡지 애호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어릴 때부터 집에 있던 ‘신동아’ 같은 월간지를 자연스레 읽었으며, ‘샘이 깊은 물’과 ‘뿌리깊은 나무’를 본 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였다. 잘 못하는 영어로 ‘뉴스위크’를 뒤적였던 기억도 있다. 고등학생 때는 우리나라 첫 시사주간지였던 ‘시사저널’의 창간 독자가 됐고, 스무 살 무렵엔 ‘키노’ 같은 영화잡지를 구독했다. 자라면서 때론 구독하는 잡지에 비평이나 지적을 가하기도 했다.

    잡지에 대한 애정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백과사전이 과거를 다루는 세상의 창이었다면, 잡지는 내게 현재를 다루는 세상의 창이다. 그리고 미국 ‘라이프’지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 요즘에도 미국에 갈 때마다 벼룩시장에 들러 1940~60년대 ‘라이프’지를 구해오곤 한다.



    잡지 애호가로서 내게 주어진 최고 흥미로운 인연이 하나 있다. 사실 나는 지금 잡지사 편집장인 아내와 산다. 이건 잡지 애호가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거다. 나도 처음부터 잡지사 편집장과 결혼한 건 아니었다. 살다 보니 아내가 월간지 편집장을 하게 된 것이다. 운명이다 싶었다. 잡지를 신기해한 꼬마가 잡지를 적극 소비하는 소년이 되고, 잡지에 글 쓰는 어른이 되고, 수많은 잡지 기사를 정보원 삼아 일을 하는 데다, 잡지사 편집장과 살고 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셈이다.

    요즘도 매달 수십 종류의 잡지를 본다. 물론 다 정기구독하지는 않는다. 구독료도 부담스럽고, 그 많은 잡지를 보관하는 일도 부담스럽다. 막대한 양의 잡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도서관을 이용한다. 아무리 작은 공공도서관이라도 최소 수십 종에서 많게는 백여 종의 각 분야 잡지가 있고, 과월호도 일정 기간 보관해둔다. 그러니 하루 날 잡아서 훑어보며 잡지와의 애정을 나누기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게다가 그걸 다 누리는 게 공짜이기까지 하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공짜가 또 있으랴.

    수많은 잡지를 한번에 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먼저 훑어보면서 중요한 이슈와 꼼꼼히 봐야 할 이슈를 가려낸다. 그렇게 걸러진 이슈를 다시 읽는다. 읽으면서 생긴 궁금증이나 연결되는 다른 의문점은 따로 찾아서 이해한다. 나는 이렇게 하면서 시사, 정치, 경제, 과학부터 디자인, 건축, 농업, 예술, 자동차, 패션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사실 분야는 다 달라도 그 모든 게 우리의 관심사이자 소비 대상,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며, 넘나들다 보면 진짜 중요한 이슈가 뭔지 더 잘 알게 되고, 서로 연결되는 흥미로운 지점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하는 건 직업적인 이유도 있다. 트렌드 전문가로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인사이트(insight·통찰력)를 찾기 위해 이런 방식의 정보 습득과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잡지를 좋아한 덕에 지금 트렌드 분석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잡지에서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그 인사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꼽으라면 시대감각, 즉 트렌드 파악력이나 이해력이 아닐까 싶다. 이건 세상을 보는 인사이트에서 오는 선물이다.

    도서관에서도 얼마든지 잡지를 볼 수 있는 시대에 구독의 장점은 잡지를 마음껏 찢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잡지가 다루는 주요 이슈를 찢어 벽에 붙여놓고, 연결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한눈에 잡지 한 권, 아니 그달의 전문 분야 이슈를 통합적으로 살필 수 있어 인사이트를 기르는 데 아주 좋은 훈련도 된다. 1만 원짜리 한 장이면 살 수 있는 잡지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연결해 인사이트를 끄집어낸다면 수천만 원, 아니 수억 원 이상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당신이 부자라면 각 분야 전문가를 상시로 고용해 심도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고, 트렌드 전문가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결국 자기 안목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넘치는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그 속에 담긴 진짜 답을 통찰해낼 수 있을지가 문제다. 세상의 좋은 것 치고 쉬운 건 없다. 그런데 오랫동안 쌓인 건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 남들이 쉽게 흉내 내지도 못한다.

    핵심 트렌드 ‘콕’ 최고 정보원 하나 키우시죠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2층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잡지를 살펴보는 모습(왼쪽)과 4월 18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책 나눔 한마당’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배부되는 잡지 및 도서를 살펴보는 모습.

    귀중한 자산 인사이트 키우기

    잡지 애호가만 얻었던 세상의 놀라운 안목을 여러분에게도 주고 싶다. 누군가는 잡지의 위기라고 하는데, 경쟁력 없고 전문성 없는 잡지는 분명 위기다. 하지만 앞으로도 잡지는 우리에게 깊이 있고 전문적인 정보원으로서 늘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트렌드다. 어떤 트렌드가 지금 떴는지, 앞으로 뜰 것인지는 비즈니스를 하든 안 하든 누구나 관심을 갖는다. 내가 트렌드 전문가라서 그런지, 이것에 대해 묻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잡지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장 쉬우면서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는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다루는 분야다. 뭘 좋아하고, 어디에 끌리는지를 보려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 영역을 두루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트렌드는 숱한 점에서 선을 발견하는 분야다. 다양한 분야의 점을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를 선으로 잇다 보면 우리가 정말 궁금해하는 내일이 어렴풋하게나마 보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 작은 사치인 잡지, 특히 전문 월간지 구독은 매달 1만 원 정도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이 될 것이다. 여기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작은 사치를 맘껏 누릴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이러다 앞으로 도서관에 가면 잡지 코너에 사람이 잔뜩 줄 서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서울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과 종로구 정독도서관의 오랜 단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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