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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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맞바람, 이 부부 용서됩니까?

마시 태지딘 감독의 ‘라스트 나잇’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4-18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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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맞바람, 이 부부 용서됩니까?
    한 부부가 같은 날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성의 유혹에 빠진다. ‘라스트 나잇’은 얼핏 줄거리만 놓고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 우리는 ‘불륜’을 다룬 수많은 영화를 봐왔다(소설, 드라마,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불륜을 다룬다). 하지만 마시 태지딘 감독은 ‘라스트 나잇’을 통해 닳고 닳은 소재로도 충분히 세련되고 신선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 분)와 마이클(샘 워싱턴 분)은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결혼 3년 차 부부다. 4년간 연애 끝에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나 애정 관계에서나 남 보기에 부족할 게 없는 삶을 산다. 어느 날 부부동반 모임에서 조안나는 마이클의 직장 동료 로라(에바 멘데스 분)를 만나고, 남편과 로라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부부는 말다툼 끝에 오해를 풀지만, 다음 날 마이클은 로라와 함께 출장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조안나는 우연히 프랑스 파리에서 출장 온 옛 연인 알렉스(기욤 카네 분)와 마주친다. 출장지에서 로라는 마이클을 적극 유혹하고 알렉스 역시 조안나에게 여전히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부부는 서로 다른 이성에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라스트 나잇’은 불륜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와 거리가 있다. 부부 중 한 쪽을 가해자로 한쪽을 피해자로 만들지도, 종국에는 파탄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불륜을 가슴 아프고 애틋한 사랑으로 미화하지도 않는다. 태지딘 감독은 마치 평범한 일상을 비추듯 담담하게 두 주인공의 하룻밤 외도를 그려낸다. 농도 짙은 정사신이나 머리 쥐어뜯는 싸움신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감독이 연출하면서 힘을 실은 부분은 주인공들의 내면이다. 여성 감독이기 때문일까. 감독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관객은 스크린 밖에서 인물들을 관찰하기보다 그들의 감정에 몰입해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장면도 흥미롭다. 대표적인 것이 택시 신. 등장인물들은 택시를 자주 타는데, 그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같은 뒷좌석에 앉더라도 위치나 자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안나와 마이클은 부부동반 모임에 갈 때는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앉지만, 돌아올 때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창밖만 바라본다. 조안나와 알렉스 역시 서로에게 끌릴수록 택시에서 앉는 거리가 가까워진다.



    하룻밤 맞바람, 이 부부 용서됩니까?
    영화의 세련미를 높여주는 데는 조안나의 패션도 한몫한다. 상류층 뉴요커인 조안나가 입는 드레스, 란제리 등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하다. 이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영화와도 닮아 있다.

    부부는 각자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재회한다.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다른 이성과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것과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불륜에 가까운가, 불륜은 용서받을 수 있는가…. 관객은 영화가 막을 내리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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