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을 먹여 키웠다는 유황오리는 일반 오리와 영양학적으로 다르지 않다. 오리는 황을 흡수하지 못하고 모두 배설하기 때문이다. GETTYIMAGES
황은 우리 몸속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케라틴으로 이뤄진 머리카락, 손톱, 피부 각질층이 단단하게 우리 몸을 지켜주는 데는 황의 공이 크다. 황은 우리 몸에서 물질을 분해하고 합성하는 과정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를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다.
유황온천, 무좀 치료엔 일부 효과

황은 인체 구성 원소 중 약 0.3%를 차지한다. GETTYIMAGES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를 살펴보자. 쥐에게 체중 ㎏당 2g의 유황을 먹여도 치사율은 50%를 넘지 않았다. 황이 체내에 그다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과 쥐를 포함해 대다수 동물은 황 원소를 소화기관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거의 그대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오리나 닭에게 유황을 먹이면 어떨까.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리나 닭은 유황을 먹어봤자 몸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다 배설한다. 즉 유황오리나 그냥 오리나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맛도 없는 유황을 먹은 오리는 스트레스를 조금 받았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사람들은 유황이라는 단어에 쉽게 현혹될까. 황은 공기 중에서 여러 요인에 의해 서서히 분해돼 황화수소(H₂S)를 만들어낸다. 이 화합물은 병원균에 독으로 작용해 살균효과를 낸다. 유황온천에서 나는 달걀 썩는 냄새가 바로 황화수소 때문이다. 황화수소는 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어 여드름이나 무좀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피부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던 옛날 유황온천은 분명 쓸모가 있었다.
하지만 동물에게 유황 자체를 사료로 먹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유황을 먹으면 오리가 항암 등 건강 증진 효과를 가지는 식품으로 변한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이런 음식을 먹은 다음에 “왠지 건강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가짜 약을 먹고도 건강해지는 위약 효과는 실제로 존재하니 말이다.
육류, 생선, 달걀, 콩만 잘 먹어도 황 충분히 섭취
최근 황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 ‘식이 유황’이라며 MSM(Methylsulfonylmethane)이 팔리고 있는데, 이 물질을 섭취하면 관절염 통증이 완화되고 연골 재생에 도움이 되며 콜라겐 생성이 촉진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MSM은 황을 포함하는 유기화합물로 우리 몸에 소량 존재한다. 원소 상태인 유황을 먹으면 인체가 흡수하지 못하니 인체가 흡수할 수 있는 유기화합물 형태로 황 성분을 섭취하라고도 광고한다.하지만 대다수 보충제가 그렇듯이 이 물질이 기적적인 회춘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대규모 임상이나 장기 연구를 통해 입증된 적은 없다. 황 성분은 그냥 밥만 잘 먹어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식이 유황의 효용성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를 멀리하면 좋겠다. 황 성분은 육류, 생선, 달걀, 콩류, 견과류, 마늘, 양파, 양배추 등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사춘기는 처음이라’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