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3

..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해도 관저는 밖에 두는 게 좋다

[안영배의 웰빙 풍수] 現 관저 터,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덮칠 듯한 위태로운 형세

  •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입력2025-11-09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948년부터 2022년까지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머물렀던 청와대 관저. 뉴스1

    1948년부터 2022년까지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머물렀던 청와대 관저. 뉴스1

    정부가 올해 안에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떠나 북악산 자락 청와대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라면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이 완성될 때까지는 당분간 청와대에 머물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청와대 관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이전을 반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로 유명한 유 관장은 “대통령 집무실은 청와대 공관으로 옮기더라도 대통령 가족이 거주하는 관저만큼은 삼청동 안가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관저에 대해 “우물이 있던 곳이라 습하고, 산비탈에 바짝 붙어 있는 음습한 자리”라고 평하면서 “건축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생활공간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고 밝혔다.

    해로운 음기(陰氣), 혹은 살기(殺氣) 관통

    청와대 관저가 음습한 터라는 유 관장의 주장은 필자가 대중 강연이나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필자는 주간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청와대 권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축물은 대통령 집무실보다 대통령 가족이 머무르는 관저다.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떠난 후인 2022년 5월 일반인에게 개방된 청와대 관저는 대통령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대통령 부부의 침실 공간을 관통하는 기운이 사람에게 좋은 생기(生氣)가 아니라 해로운 음기(陰氣), 혹은 살기(殺氣)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청와대 관저를 방문하면 이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기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다. 이런 관저에 오래 머물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정서적으로도 타격을 입어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주간동아 1472호 게재).

    필자가 보기에 청와대 관저는 사람과 집의 상호 관계성을 따지는 풍수적 배려를 일절 고려하지 않은 건축물이다. 관저 터는 음기가 뻗친 지형이다. 관저 뒤쪽에서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산비탈을 올라가면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언제라도 굴러 떨어져 관저를 덮칠 듯이 위태롭게 펼쳐져 있다. 터 뒤쪽은 든든하고 안정적이어야 좋다는 풍수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진 장소인 셈이다. 

    게다가 청와대 관저가 경복궁에 일직선으로 배치된 근정전 등 주요 전각들과 동일한 남북축(南北軸)에 놓인 점도 찜찜한 대목이다. 경복궁 남쪽 출입문인 홍례문을 거쳐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근정전-사정전-강녕전-교태전 등을 지나 정북 방향으로 직진하면 바로 청와대 관저와 맞닿는다. 이는 대통령의 거주 공간을 조선왕조의 절대 권력과 연결함으로써 국민에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건물이나 주거지 배치가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에 대해서는 동서양 건축가가 모두 공감하는 바다.  



    유 관장은 청와대 관저 사용을 반대하는 근거로 북악산 등산로 개방도 언급했다. 청와대 뒤 북악산은 국민에게 계속 개방하는 편이 좋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관저를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저 쪽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등산로는 이미 유명 관광코스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아와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등에 올릴 정도다. 그러니 그간 여러모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고 구설에도 올랐던 청와대 관저를 재사용하기보다 관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북악산 명소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관광지로 개발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대통령 관저 후보지 물망에 오르내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 동아DB

    대통령 관저 후보지 물망에 오르내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 동아DB

    청와대 동쪽 ‘삼청동 안가’가 길지

    그렇다면 대통령 관저는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 유 관장은 관저 후보지로 청와대 동쪽에 있는 ‘삼청동 안가’를 꼽았다.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이 한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때 내란 관련자들과 회동했던 장소로 주목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유 관장에 따르면 삼청동 안가는 문 전 대통령 때도 유력한 관저 후보지로 거론됐다. 그러나 공사 규모가 만만치 않은 데다 문 전 대통령이 세종을 더욱 마음에 둔 듯해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풍수적으로 볼 때 삼청동 안가는 청와대 관저보다 지형상 안정됐을 뿐 아니라, 명당 길지에 들어서 있다. 대통령 가족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며 살 만한 거주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삼청동 안가를 관저로 사용하기 어렵다면 바로 그 아래쪽에 있는 국무총리 서울공관을 임시 관저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곳은 풍수의 생기(生氣) 측면에서는 삼청동 안가보다 다소 격이 떨어진다. 하지만 역사적 공간으로서 무게감과 특별함이 있다. 조선 중기 태화궁(太和宮)이 있던 곳으로, 왕자들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이 터는 대한제국 시기 고종이 군부대신을 지낸 이윤용에게 하사한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광복 이후인 1948년부터 1961년까지는 국회의장 공관으로, 1961년 5월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국무총리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지금 이 건물에서 태화궁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1979년 기존 한옥 별당을 고쳐 ‘삼청당’이라는 이름의 오·만찬 회의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현판을 쓴 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한다. 또 관저 경내엔 등나무(천연기념물 제254호), 측백나무(천연기념물 제255호)가 있다. 이곳은 삼청동 안가와 비교할 때 건물 용도 개조 등 추가 노력을 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통령이 임시로 머무는 공간으로는 좀 더 적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국가 균형 발전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도 강조했다. 따라서 대통령 관저 위치는 세종에서 찾는 게 순리일 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공관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GETTYIMAGES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공관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 GETTYIMAGES

    시진핑 관저 위치는 대단한 길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거주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이스트윙(동관) 철거 공사로 시끌벅적한 미국 백악관은 매우 빼어난 풍수 명당터다. 세계를 주무르고 경영할 만한 역량을 갖춘 터라고 할 수 있다. 이 터는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도시계획자인 피에르 랑팡과 함께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랑팡은 최고의 풍수 감각을 갖춘 인물이었던 듯하다.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의 국가주석 공관이 자리한 중난하이 역시 대단한 길지다. 시진핑 주석은 자금성 서쪽 지역에 자리한 베이징 중난하이의 친정뎬(勤政殿)에서 집무를 보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등 세계 경영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외에 프랑스 대통령의 집무 및 거주 공간인 엘리제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머무는 크렘린궁 등도 한결같이 역사적 배경과 함께 빼어난 땅 기운의 덕을 누리는 곳이다. 명당은 그 크기만큼 격을 갖춘 지도자에게 커다란 뒷배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거처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기운이 약해 보이는 곳은 일본 도쿄 총리 관저와 한국 청와대 관저다. 한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해가려면 대통령의 공간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게 풍수의 논리다. 요즘처럼 세계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 대통령은 힘을 갖춰야 한다. 대통령의 공간이 가지는 풍수 경쟁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강력한 스텔스 무기가 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