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를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형성한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d3/c4/ab/67d3c4ab1e50d2738250.jpg)
금융정보를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형성한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GettyImages]
이 사건은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현대 금융사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오늘날 금융사기는 과거와 달리 텔레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대규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채널을 통해 금융정보를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형성한 사람을 ‘핀플루언서’(Financial+Influencer)라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사기를 친다. 투자자는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만하다고 착각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지만 조작된 정보나 근거 없는 내용이 많으며, 핀플루언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 다수를 속이는 경우가 적잖다.
과거 금융사기는 주로 다단계나 폰지 사기 형태였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 찰스 폰지라는 사기꾼이 국제우편 쿠폰 투자로 고수익을 약속하며 벌인 사건을 말한다. 폰지는 투자자들에게 ‘45일 만에 50% 수익 실현’을 약속했는데, 실제로는 기존 투자자에게 신규 투자자의 돈을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폰지 사기는 흔히 다단계 구조를 가지며, 초기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을 지급해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로 하여금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지속불가능한 구조라 신규 투자금이 줄어드는 순간 붕괴된다.
암호화폐, 미술품도 사기 대상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폰지 사기 주인공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인이자 증권 중개인이던 버나드 메이도프다. 메이도프는 650억 달러(약 94조5700억 원) 자금을 모으며 20년 이상 사기 행각을 이어오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인출하면서 범죄 사실이 드러나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블록체인 벤처기업이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매일 0.4%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역시 폰지 사기로, 투자 초기 몇 달간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이자를 지급하다가 신규 투자자가 확보되지 않자 중단했다. 대전과 충북 청주 등지에서 확인된 피해액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투자사기 대상은 주식뿐 아니라 미술품, 대출,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 암호화폐 등으로 다양하다.
금융사기는 발생 시기와 관계없이 몇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먼저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유혹한다. 초기에는 일정 수익을 지급하고 전문가나 유명 인사 등을 사칭 혹은 이용해 신뢰를 구축한다.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사기임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법과 규제의 허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기술을 활용하기에 수사도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급격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사기가 많아지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유명 금융 전문가의 얼굴과 음성을 조작한 영상이 투자사기에 쓰이는 사례도 있다. 유튜브나 SNS에 유명 애널리스트가 특정 주식 또는 코인을 추천하는 듯한 영상을 올려 신뢰도를 높이고 투자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금융사기범은 언제나 탐욕을 자극한다
이처럼 금융사기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이러한 사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투자자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새로운 감시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투자자 스스로 철저히 검증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누구든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100% 사기라고 봐야 한다. 어떤 금융회사도 특정 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며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을 통해 당신에게만 중요한 정보를 준다거나 급등주를 추천한다면 이 역시 사기다. SNS나 메신저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주의해야 한다.
금융사기의 핵심은 투자자 심리를 자극하는 데 있다. 특히 탐욕과 신뢰는 금융사기범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두 가지 요소다. 사기범은 투자자로 하여금 높은 수익을 기대하게 만들고, 신뢰할 만한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피해자가 경계심을 풀고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금융시장이 복잡해져도 금융사기의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100년 전 폰지 사기부터 오늘날 AI 기반 금융사기까지 사기범은 언제나 탐욕을 자극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속였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결정이 혹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거나 고수익을 노리는 탐욕에 의한 것은 아닌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또 자신이 신뢰를 갖는 이유가 정당한지 등도 숙고해 투자사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