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시세표’는 집값 향방을 알려주는 중요 길거리 데이터다. [뉴시스]
공정사진 업로드 많을수록 실수요자 비중 커
유망 분양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수십 대 일, 혹은 수백 대 일을 넘기 일쑤라 당첨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미분양 물건을 잘못 매수했다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이럴 때 부동산 앱에 업데이트되는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면 해당 미분양 단지가 똘똘한 미분양인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다. 비록 저조한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더라도 이후 선착순 분양이 호조를 보이는 단지라면 부동산 앱에 해당 단지의 ‘공정사진’이 점차 증가한다. 수억 원, 수십억 원의 분양권을 계약했다면 으레 이 아파트가 안전하게 지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공정사진을 업로드하면서 관심을 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수요자는 투자자보다 건설 품질이나 하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정사진이 많이 업로드되는 분양 단지일수록 실수요자 비중이 크다.악플 급증하면 미분양 완판 가능
공정사진 외에도 똘똘한 ‘줍줍’의 시그널은 또 있다. 소위 ‘욕세권’ 단지로 불리는, 비판 댓글이 급증하는 단지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에는 욕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콘텐츠는 고도화된 알고리즘에 이끌려 온라인의 무대 뒤로 퇴장당한다. 청약경쟁률이 저조하고 초기 대량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는 비판 댓글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속아서 분양받은 사람은 어쩌나” “미친 분양가로 분양하다니…” “이런 데 누가 살고 싶어 하겠나” 같은 댓글이 쏟아진다. 이때 미분양 단지는 선착순 분양 이후부터 달리는 댓글들이 중요하다. 만약 분양 초기 쏟아진 비판 직후 아무런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면 무관심의 증거다. 해당 단지는 장기 미분양이 될 확률이 높은 반면, “투자가치는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 실거주하고 싶어요” “로열층 계약했습니다” 등 분양권 계약에 대한 ‘변호 댓글’이 증가한다면 미분양이 소진되고 있다는 증거다. 초기 미분양의 절반 이상 소진되면 안티들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또한 분양자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분양 단지와 관련된 논쟁이 더욱 격화된다. 긍정과 부정, 양극단의 주장이 힘의 균형을 찾아갈 때가 안티에겐 ‘사촌이 집을 사면 배가 아픈’ 순간이 되는 것이고, 배가 아픈 안티들이 쓴 악에 받친 댓글들은 정점에 달한다. 이때가 바로 미분양 완판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다.빅데이터 감성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부동산시장도 주요 뉴스 키워드를 바탕으로 ‘찐’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게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9월 부동산 분야 빅데이터 이슈 키워드 1위로 ‘대출 규제’가 꼽혔다(그래프 참조). 9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은행의 대출 규제 공조가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대출 규제’에 대한 여론의 빅데이터 감성분석 결과는 어떨까. ‘긍정감성’ 50%, ‘부정감성’ 50%로 나타났다. 긍정감성은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집값 안정을 기대하는 심리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정감성에서는 혼란스러운 대출 정책으로 생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 심리와 피로감이 포착됐다. 이슈 키워드 2위는 ‘사전 청약’이다. 이 키워드는 부정감성이 78%로 압도적 비중이었다. 그 이유는 본청약과 입주 지연, 분양가 인상에 따른 청약 포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감성분석을 통해 본 대한민국 부동산 심리의 현주소는 ‘정책 혼선에 따른 불안, 피해 심리 확산’으로 요약된다.
부동산시장의 민낯은 길거리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금리인하 시대다. 다시 상업용 부동산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오피스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 꼭 확인해야 할 길거리 데이터는 ‘우편함’이다. 호실별 우편함이 오래된 고지서와 각종 홍보물로 가득 차 있다면 그만큼 공실이 많아 해당 부동산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분양 상가는 호실별 분양 가격 편차가 클수록 비우량 상가일 확률이 높다. 통상 목이 좋은 1층 상가의 분양가가 가장 높게 책정되는데, 그 외 호실의 분양 가격이 A급 호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면 해당 상가는 A급 호실 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미분양 상가의 판매가 본격화하고 상권이 활성화될 경우 포착 가능한 길거리 데이터는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상가 주차장’이다. 인적이 드문 미분양 입주 상가의 경우 집객을 위한 프로모션 일환으로 ‘주차비 무료 정책’을 시행한다. 그러나 공실 상가가 점차 채워지고 상권도 널리 알려져 손님이 제법 찾아오면 밀려드는 차량의 통제를 위해 유료제로 전환하게 된다. 돈이 되는 신축 상가를 선점하고 싶다면 관리되지 않던 우편함이 말끔해지고, 엘리베이터의 층별 안내판이 빼곡히 채워지며, 주차장이 유료로 전환되기 시작한 상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길거리 데이터 주목해야
아파트 투자 역시 길거리 데이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N세권의 ‘격’을 따져보는 것이다. 같은 ‘스세권 ‘쿠세권’이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이 있다. 스세권의 경우 고품격 경험을 추구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쿠세권의 경우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집값 격차는 격의 시대로 갈수록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집값 향방을 알려주는 길거리 데이터는 또 있다. 바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시세표’다. 대형마트에 가면 9900원짜리 제품이 많다. 판매를 위한 ‘9자 마케팅’인 것이다. 부동산도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시장이라면 매물을 10억 원보다는 9억9000만 원에 내놓을 것이다. 즉 관심 지역에 임장을 다니다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시세표에 ‘9자 마케팅’을 연상케 하는 ‘9’로 끝나는 매물 가격이 다수 포착된다면 해당 시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더욱 저렴한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면 매도자가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10억 원에 좀 더 얹어 10억3000만 원, 5억 원에 조금 더 얹어 5억2000만 원에 내놓기 마련이다. 따라서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시세표에서 기존 시세에 좀 더 얹은 매물 가격이 다수 포착된다면 해당 시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상승 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