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현대차가 각각 선보인 저가형 전기차 모델 ‘EV3’(왼쪽)와 ‘캐스퍼 일렉트릭’. [각 사 제공]
“레이 EV와 별 차이 없는 가격대가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장 큰 메리트다. 좌석도 생각보다 좁지 않아서 바로 계약했다.”
최근 사전 계약을 진행 중인 저가형 전기차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고려하면 EV3는 3000만 원대, 캐스퍼 일렉트릭은 2000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해 두 모델 모두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기아와 현대차가 저가형 모델을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에 나선 모습이다.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최근 사전 계약에서 판매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EV3는 6월 4일 시작한 사전 계약 물량이 3주 만에 1만 대를 돌파했고, 이후 2만 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7월 9일 사전 계약을 개시한 만큼 아직 구체적인 계약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캐스퍼 일렉트릭 제조사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올해 생산 목표치를 기존보다 25% 늘렸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도 “사전 계약을 마쳤다”는 인증 글이 줄을 잇는다.
EV3, 사전 계약 물량 2만 대 예상
그 밖에 EV3에는 플래그십 모델인 EV9에 없던 각종 신기술이 적용됐다. 통상 신기술이 고가 모델에서 저가 모델 순으로 내려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저가형 모델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V3에 최초로 도입된 대표 신기술로는 ‘스마트회생 시스템 3.0’이 있다. 회생제동에 자율주행을 접목한 기술로,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선행 차량과 거리,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토대로 적정 수준의 자동 감속이 이뤄진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2000만 원대 초중반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승부처로 삼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 모델부터 사전 계약을 진행하고 이후 프리미엄, 크로스 모델을 순차로 선보일 예정인데, 인스퍼레이션 기준 세제 혜택과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서울시 보조금 적용)로 받았을 때 가격이 2100만 원 정도다. 사회초년생 또는 세컨드 카로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다. 기존에 거의 유일한 경형 전기차 선택지였던 ‘레이 EV’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해 출력이 205㎞에 불과했던 레이 EV와 달리 캐스퍼 일렉트릭엔 NCM 배터리가 탑재돼 최대 315㎞까지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캐스퍼 내연기관 모델의 단점 중 하나인 좁은 내부 공간 문제를 개선해 경형이 아닌 소형 차종으로 분류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저가형 전기차, 캐즘 극복 앞당겨”
전문가들은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성공이 전기차 캐즘 극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출시된 저가형 전기차 모델들은 단지 가격만 내린 게 아니라, 성능·옵션 등 여러 방면에서 고급화를 꾀해 엔트리카로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기차 캐즘에는 충전 인프라, 화재 위험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돌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향후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그 와중에 ‘사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저가형 전기차들이 등장한 것이라서 분명 캐즘 종료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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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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