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트코인 사도 될까.”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이하 개당 가격)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하락이 시작됐다는 의견과 반등을 위한 조정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스탠다드차타드는 3월 18일 올해 비트코인 가격 전망치를 기존 10만 달러(약 1억3300만 원)에서 15만 달러(약 2억 원)로 파격적으로 상향하며 반등 의견에 힘을 더했다. 반면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 공동창립자인 얀 하펠과 얀 알레만은 3월 13일 X(옛 트위터) 계정 네겐트로픽(Negentropic)에서 “비트코인이 5만8000달러(약 7700만 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아직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지 못한 K-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족은 어떤 투자전략이 유효할까. 3월 20일 국내 대표 비트코인 옹호론자인 오태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교수를 만나 비트코인 1억 시대 투자전략을 짚어봤다.
오태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교수. [박해윤 기자]
비트코인 수익률 200배
비트코인에 투자한 계기가 궁금하다.“2014년 영어공부를 위해 외신을 보다가 일본 암호화폐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파산했다는 뉴스를 보고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외국 비트코인 논문을 찾아보니 결국 미국이 비트코인을 품을 수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들어 당시 50만 원이던 비트코인을 다량 매입했다.”
지금 비트코인은 1억 원대다. 수익률이 200배라는 얘긴데.
“2014년 비트코인을 구입하고 이후에는 추가 매수를 하지 않았으니 200배가량 수익을 낸 게 맞다. 하지만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10년간 보유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변동성이 커 6개월 이상 보유하기 힘들다. 최근만 봐도 1억 원이 넘다가 9000만 원 초반까지 하락하지 않았나(그래프 참조). 1억 넘을 때 비트코인을 샀다면 9000만 원대에서 2~3개월 버티기가 쉽지 않다.”
“2014년 50만 원대에 샀던 비트코인이 30만 원대까지 하락해 2~3년간 머물 때도 그 시간을 다 버텼다. 경영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고 쓰면서 자연스럽게 화폐와 금융 관련 분야를 공부하게 됐고, 그러면서 현재 국제금융무역 시스템의 한계를 알게 됐다. 비트코인이 그 한계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보다 미국이 결국 비트코인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컸다.”
4차 반감기 효과 선반영
최근 1억 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이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데.“과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투기적 자산으로 여기고 단기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경제학자나 IB 최고경영자(CEO) 등이 비트코인을 폄하해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투자 회사끼리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시세조종도 가능했다. 작전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000조 원이 넘어 작전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이 주류가 돼 작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거만큼 급등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비트코인 상승은 현물 ETF 승인 영향이라고 보나.
“과거 세 차례 반감기 직전에는 비트코인 시장이 안 좋았다. 반감기 이후에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지나야 가격이 한꺼번에 올랐다. 반면 4월에 시작되는 4차 반감기를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이 이미 상승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반감기 효과 선반영과 현물 ETF 승인이다. 이 두 요소가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현물 ETF 승인 직후에는 왜 상승하지 않고 오히려 하락했나.
“아마 당시 시장이 현물 ETF 승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것은 기관뿐 아니라 기업도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후 시장이 그 의미를 조금씩 파악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것 같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기관 매집이 시작돼 매도 물량이 사라지면서 발생했다. 기관들이 장외시장(OTC) 비트코인을 거래했는데, OTC 물량이 바닥났다.”
과거에는 반감기 6개월 이후부터 비트코인 불장이 됐지만, 이번 4차 반감기는 상승장이 일찍 시작된 것이라고 보나.
“아직 불장은 아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해 다들 관심은 있지만 선뜻 사지 못하고 있다. 가격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살 때가 불장이다. 앞서 세 번 반감기는 단순하게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이번 4차 반감기는 매우 특별하다. 이미 비트코인은 총 2100만 BTC 가운데 1960만 BTC 이상이 채굴된 상태라서 경제학적 반감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리적 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현물 ETF 승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악재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악재가 있나.
“반감기로 지난해 대비 올해 줄어드는 비트코인 채굴량은 10만 BTC다. 그런데 2014년 마운트곡스 파산 당시 묶였던 20만 BTC 가운데 14만 BTC가 올해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14만 BTC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설령 채권자들이 14만 BTC를 전부 매도하지 않고 보유한다 해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부정적 뉴스는 과하게 반영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4차 반감기는 반감기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긴가.
“맞다. 반감기 효과는 있겠지만 과거 반감기에 20배 올랐다고 이번에도 20배 오를지는 미지수다. 다만 비트코인 반감기는 미국 대선과 맞물린다. 대선 결과에 따라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2차 반감기 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한 후 가격이 폭등했다. 만약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면 슈퍼리치들은 지정학적 자산이자 안전자산인 비트코인을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있다면.
“두 가지 긍정적인 뉴스가 있다. 우선 홍콩의 현물 ETF 승인이다. 홍콩 현물 ETF가 승인되면 중국 슈퍼리치들이 중국의 반비트코인 정책을 피해 홍콩 현물 ETF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산유국들도 국부펀드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매집하고 있고, 일본 연기금이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비트코인이 과거 경제 버블처럼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는데.
“비트코인은 독특한 자산이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보다 훨씬 크지만 여전히 거품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자산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이 논란은 끝났다고 본다.”
현물 ETF보단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그렇다면 포모족은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사야 하나.“비트코인은 강남 아파트고, 이더리움은 분당 아파트다. 알트코인은 휴전선 근처에 있는 땅이다. 만약 통일이 되면 휴전선 주변 땅값이 폭등하겠지만, 영원히 통일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조정이 올 때 약간 무리다 싶을 정도의 돈으로 비트코인을 잡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면 마음고생을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3억 원을 뚫으면 과연 안 사고 버틸 수 있을까. 그때 부랴부랴 사면 3년은 고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해지면 ETF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나.
“4·10 총선을 분기점으로 한국도 현물 ETF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모멘텀을 만들고 싶다는 뜻 아닌가.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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