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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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 내년 대선에도 영향 미치나

기존 유예 및 탕감 정책 종료… 바이든 정부 새 정책, 정부 부채 자극 우려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3-10-1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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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가 8월 말로 종료되면서 소비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가 가계 소비 여력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만큼 관련 정책 종료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자금대출과 관련된 정부 정책에는 크게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와 ‘학자금대출 탕감’이 있다.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3월부터 시행됐으며 현재까지 총 8번 유예가 연장됐다. 하지만 6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 결과로 통과된 재정책임법 2023(Fiscal Responsibility Act of 2023)에서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항목 수정을 제한함에 따라 인당 최대 2만 달러(약 2720만 원)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연장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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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득자·젊은 층 소비 둔화 가시화 가능성

    또한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인당 최대 2만 달러 학자금대출 탕감 정책 역시 가동이 중단됐다. 미 대법원이 올해 6월 29일 “국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미 대통령에게 해당 정책을 시행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당초 이 정책의 혜택을 보는 국민이 4300만 명 이상이며, 그중 2000만 명은 학자금대출 상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7월 기준 학자금대출의 92.6%가 사적 대출이 아닌 연방정부 대출로, 현재 유예 및 탕감이 논의되는 학자금대출은 연방정부가 빌려준 대출이다.

    이에 따라 미국 가계는 10월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를 앞뒀는데, 현재 그 부담을 완화해주고자 상환액을 탕감하거나 줄이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6월 말 바이든 행정부는 인당 최대 2만 달러 학자금대출 탕감 프로그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SAVE(Save on a Valuable Education) 플랜’을 발표했다. 학자금대출 월상환액 부담을 현재보다 낮추는 것이 골자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플랜에서는 연방 빈곤선의 150%를 웃도는 소득금액의 10%까지 상환하게 했지만, SAVE 플랜은 연방 빈곤선의 225%를 웃도는 소득의 5%까지 갚도록 수정했다. 또한 기존 대출 잔액이 1만2000달러(약 1632만 원) 이하인 경우 20년이 아닌 10년만 부채를 상환하면 잔액이 탕감되도록 했다. SAVE 플랜은 당초 내년 7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조항은 올여름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며 내년 7월 수혜를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 교육부는 SAVE 플랜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학자금대출을 20~25년 동안 장기 상환한 80만 명에게 7월 대출금 탕감을 통보했다. 또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9월 30일까지 12개월간 채무불이행이 발생해도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는 온-램프 기간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SAVE 플랜이 본격 가동하는 2024년 7월 전까지 간접적인 상환 유예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조치에도 10월부터 재개될 미국 학자금대출 상환은 소비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금대출자 13명 중 1명은 학자금대출 이외 대출을 연체 중이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비학자금대출을 연체한 학자금대출자의 비중은 3월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가 종료될 경우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대출자도 5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학자금대출 상환이 재개될 경우 우선 단기적으로는 대출자들의 가처분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학자금대출액은 7월 기준 1조7740억 달러(약 2414조 원·그래프 참조), 연방정부 학자금대출 부채 평균 잔액은 3만7717달러(약 5131만 원)다. 이를 10년간 균등 분할상환 한다고 가정할 경우 인당 한 달에 314달러(약 42만7000원) 구매력 감소가 발생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 누적 초과저축이 감소 중인데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초과저축 감소 속도가 빨라질 수 있으며, 소비 여력 또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연령별 학자금대출 비중을 보면 주로 40세 이하 연령층이 많이 포함돼 있고, 고소득자 중심으로 소득에서 학자금대출 비중이 크다. 고소득자와 젊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서비스 소비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비스 중심의 미국 소비 둔화가 연말로 갈수록 가시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급격한 소비 감소와 경기침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SAVE 플랜으로 학자금대출 상환액이 줄어들 경우 부정적 영향이 완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연방 빈곤선 미만이라 대출금 탕감을 받는 대출자는 100만여 명으로 추산되며, 2024년 9월 30일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않아도 신용등급 불이익을 연기해주는 온-램프 기간이 이어진다는 점도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일회성 탕감 정책과는 다른 SAVE 플랜

    한편 향후 10년간 SAVE 플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미 의회예산국(CBO) 추산 2300억 달러(약 312조8100억 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펜 와튼 예산 모델’ 분석 추산 3610억 달러(약 491조 원)로, 이는 모두 2022년 11월 발표된 학자금대출 부채 탕감 프로그램에 대한 CBO의 추산 비용 4000억 달러(약 544조2000억 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기존 최대 2만 달러 대출 탕감 프로그램은 이미 존재하는 부채에 대한 일회성 탕감인 반면, 새로운 SAVE 플랜은 앞으로 발생하는 부채에 지속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정부 부채 우려를 자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새로운 학자금대출 보조는 대학 등록금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국 SAVE 플랜에 따른 총부채 탕감액이 급등할 수 있다. 과거에도 로스쿨에 대한 대출 상환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로스쿨 등록금이 상승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학자금대출 상환 이슈는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점차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내년 대선과 맞물리면서 재정 및 정부 부채 문제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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