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클로바X 8월 공개
네이버는 하반기 AI 서비스를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5월 열린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초대규모 한국어 학습량을 보유한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GPT-4에 대응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하이버클로바X의 한국어 능력은 GPT-3.5의 영어 수준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8월 24일 외부에 공개된다. 네이버는 이달 검색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 ‘큐:’도 선보일 계획이다.네이버는 올해 시장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다. 상반기 네이버 주가가 3%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4.7%)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AI 열풍이 불면서 빅테크와 AI 관련주가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돼 네이버 주주들의 박탈감이 더욱 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발표하며 투자자의 관심을 끈 반면, 네이버는 관련 서비스 공개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네이버의 AI 서비스가 공개되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7~8월 검색 특화 생성형 AI 서비스 큐:, 개선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전후로 AI와 관련된 중기적인 수익화 방안과 장기적인 전략 방안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비용 문제가 복병이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잇달아 관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은 2월 22일(현지 시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AI를 활용하면 기존 키워드 검색보다 10배 많은 비용이 든다”며 “여러 방법을 통해 비용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네시 회장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추론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2년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구글만의 고민이 아니다. 챗GPT의 아버지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역시 “연산비용이 눈물이 날 정도”라며 생성형 AI의 비용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챗GPT의 검색 1회 답변 비용은 2센트(약 25원)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구글이 바드를 활용해 검색엔진을 운용하려면 내년까지 60억 달러(약 7조6500억 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구글이 검색 3조3000억 건을 처리했는데, AI 챗봇이 이 가운데 절반에 대해 50자 내외로 답변한다고 가정한 경우다. 지난해 알파벳이 벌어들인 순이익 600억 달러(약 76조5000억 원)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사용량이 늘어나거나 답변 내용이 길어지면 비용은 추가될 수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감가상각비 두고 설왕설래
AI 기반 검색은 복잡한 컴퓨팅(연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AI 챗봇 등을 훈련 및 운용하려면 대량의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 설비가 필요해 설비 투자 비용도 막대하다. AI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과정에서 고성능의 직접회로(IC)가 사용되기에 전기 소모량도 늘어난다.네이버 역시 AI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비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네이버 영업이익 재산정 움직임도 관측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7월 5일 “초거대 AI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감가상각비가 연간 1000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네이버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네이버는 올해 들어 비용 문제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약 2조 원에 북미 1위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는 등 잇달아 대규모 지출을 한 탓이다. AI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인프라 개발 등이 예상되는 만큼 비용 통제가 중요하다. 네이버 측은 “예년 인프라 비용은 매출 대비 7% 내외였으며 AI 투자 수요가 늘어나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이외 분야’에 대한 투자를 효율화하는 식으로 비용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설비 감가상각 내용연수 연장은 비용 문제에 대한 주요 대응 중 하나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서버 등 주요 설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4년에서 5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기업들이 서버와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내용연수를 5~6년으로 늘리는 추세인 만큼 네이버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방법을 사용하면 매년 상각되는 비용이 줄어 기업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알파벳은 이 방법으로 올해 감가상각비를 34억 달러(약 4조3400억 원)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결과였다. 당시 네이버는 영업이익 3305억 원을 달성해 시장 전망치(3171억 원)를 앞질렀는데, 이는 주요 장비의 내용연수 연장에 의한 회계이익(225억 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 보수적으로 회계를 운용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자산에 대한 내용연수를 짧게 잡는 경향이 있으며, 시장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나친 설비 사용이 자칫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해당 조치는 서비스 자체에는 영향이 없고 회계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내용연수 연장이 문제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비용보다 품질 집중 계획”
프로그램 효율화 작업도 비용 절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검색 플랫폼 가운데 최초로 HTTP/3를 도입하는 등 프로그램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HTTP/3는 앱/브라우저와 웹 간 데이터 교환을 위한 3세대 표준 프로토콜이다. 이를 도입할 경우 기존 HTTP/2보다 빠르고 안정적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간접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내기도 한다. 검색 안정성 및 속도를 높여 효율성을 제고하면 사실상 비용 절감을 이룬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AI 시장 선점을 두고 격렬한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당장은 비용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관련 사업 공개를 앞둔 단계라 당장은 비용 문제보다 서비스 품질과 기술 향상에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네이버가 다양한 비즈니스와 산업을 겨냥한 맞춤형 AI를 준비하는 만큼 비용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헤네시 회장은 “챗봇이 광범위한 검색 작업을 수행하기보다 한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이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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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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