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K&홍대 푸드 콘텐츠 프로젝트 공간 ‘아웃나우(OUT NOW)’. [구희언 기자]
뜨끈한 마라탕에 바삭한 누룽지를 올리고 그 위에 새하얀 솜사탕을 얹은 음식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줬다. 다들 기자가 처음 이 메뉴를 접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마라탕에 솜사탕이라니, 상상도 못 해본 조합인데 과연 맛이 있을까.
답은 의외로 “맛있다”였다. 마라탕 국물에 누룽지를 조금 부숴 넣어 솜사탕과 함께 먹으니 설탕 뿌린 누룽지의 단맛과 마라탕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그럴싸했다. 그리고 이 메뉴는 기자가 만든 게 아니라 현재 서울 AK&홍대 푸드 콘텐츠 프로젝트 공간 ‘아웃나우(OUT NOW)’에서 맛볼 수 있는, 유튜버 히밥(본명 좌희재)이 만든 것이다.
6월까지만 파는 한정 메뉴
‘아웃나우’의 대표 메뉴인 천지마라탕과 샌드바오, 비프 찬스. [구희언 기자]
‘아웃나우’는 AK&홍대가 3월 말 오픈한, 유명 푸드 인플루언서와 셰프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주로 온라인에서만 소비되던 인플루언서들의 푸드 콘텐츠를 오프라인 매장에 접목했다. MZ세대의 특징인 ‘팬덤’과 ‘다양성’에 집중한 실험 공간인 셈. 오픈 초기에는 매장 한쪽 유리로 된 오픈 스튜디오에 메뉴 개발에 참여한 유튜버가 방문해 방송을 하기도 했다. 로봇 자동화 푸드테크 기업 ‘웨이브(WAVE)’와 협업한 덕에 매장에 움직이는 로봇 팔이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히밥 외에도 구독자 286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양수빈, 중식 스타 셰프 정지선 등이 개발한 다양한 메뉴 12종을 맛볼 수 있다. 각 인플루언서가 개성을 살린 메뉴를 내놨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하면 된다. 원하는 인플루언서의 메뉴만 집중 공략해도 되고 여러 종류를 섞어서 주문할 수도 있다. 기자가 간 날은 비교적 한산해 여유롭게 메뉴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날 방문객들이 많이 주문한 건 천지마라탕이었다.
3인의 개성 가득
인플루언서가 방송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구희언 기자]
매장 방문 전 가장 기대한 건 이연복 셰프와 사제지간인 정지선 셰프가 개발한 메뉴였다. 아무래도 인플루언서보다 중식 한길만 파온 셰프가 개발에 참여한 메뉴가 맛이나 질 측면에서 다르지 않을까 싶었던 것. 정 셰프는 전공을 살린 샌드바오 4개 종류(짜장, 매운 크림 새우, 어항육사, 대만소시지)를 내놨다. 가격은 각 8900원.
짜장면에 들어가는 그 짜장, 어항육사 그대로를 담은 샌드위치였다. 중식 한 접시를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콘셉트라 신선했다. 다만 빵이 페이스트리라 안 흘리고 깔끔하게 먹기가 쉽지 않았는데, 입 쩍 벌리고 먹기에 부담스러운 사이라면 데이트보다는 친구들과 든든한 한 끼를 위한 메뉴로 추천한다.
이 메뉴들은 6월 25일까지만 파는 한정판이다. 히밥, 양수빈, 정지선이 1기이고, 2기에는 새로운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또 다른 신메뉴를 공개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도 찍고 포식도 했다면 소화를 시킬 겸 같은 층에 최근 문을 연 빈티지 소품숍 ‘이와야(iwaya)’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인플루언서 맛집
온라인 쇼핑몰이 잘되면 오프라인에도 매장을 내듯, 온라인에서 흥한 인플루언서들이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는 사례도 늘었다. 숨은 맛집이 ‘입소문’ 덕에 온라인에서 흥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온라인에서 흥한 사람들이 오프라인 핫 플레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아래 소개하는 매장들은 ‘팝업스토어’가 아닌 상시 운영되는 곳이다.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은 지난해 2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정원분식’을 열었다. 구독자 160만 명인 유튜버 승우아빠(본명 목진화)는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레스토랑 ‘키친마이야르’를 냈다.
이외에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레스토랑 아진’은 유튜브 요리보고 조리보고(구독자 27만 명)의 운영자 최아진이 운영하는 식당이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문츠바베큐’는 유튜버 문츠(구독자 12만 명)가 운영하는 바비큐 전문점이다. 구독자 142만 명의 유튜버 아리키친(본명 김아리)은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에 지점이 있는 디저트숍 ‘아리키친’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