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방송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7회에서 제시 신곡 ‘Cold Blooded’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댄스 크루 ‘홀리뱅’. [Mnet 캡처]
‘프로듀스 101’의 조작 스캔들이 드러나기 전까지 Mnet의 가장 큰 악명은 소위 ‘악마의 편집’이었다. 특정 출연자에게 오해를 일으켜 대중의 욕을 먹게 하는 편집을 일컫는다. 그러나 진짜 ‘악마의 편집’은 경쟁 구도를 강조한다는 기획 의도를 구현해내는 특정한 기술이다. 출연자들이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듯이 연출하는 것이다. 냉정히 생각하면 감정 수위와 경쟁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취업 경쟁률이 높아진다고 지원자들의 감정이 더 격해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서사에 몰입한 우리는 어쨌든 그 같은 분위기를 강하게 느낀다. 그리고 감정 때문이라도 더 이기고 싶다는 투지를 상상해버리기도 한다. 어찌 보면 아주 프로페셔널한 동기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밑바닥 감정싸움 연출은 여성 출연진을 대상으로 더 두드러진다.
Mnet vs 출연자 구도 탈피해야
‘스우파’ 열풍은 출연자들의 열정과 기량이 주는 경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일부는 역설적이지만 Mnet이기에 전달되는 것이기도 하다. Mnet이 깔아놓은 지저분한 판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진짜를 펼쳐내는 출연자들. 특히 여성의 경우 치졸한 ‘캣파이트’ 기획에 뛰어들어 이를 전유해버리는 멋진 사람들. 그 공은 물론 출연진 개개인의 것이지만 어쩐지 기시감이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가 그랬고, ‘퀸덤(Queendom)’과 ‘굿걸(GOOD GIRL)’이 그랬으며, 이번은 ‘스우파'다.‘Mnet vs 출연자’ 구도를 시청자는 쉽게 ‘세상 vs 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부정하고 부조리하며 억압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고, ‘나’는 그 속에 갇혀 있다. 강자는 교활하고 악랄하며, 약자는 정직하고 선하다. 그래도 진짜 재능과 진심이 어떻게든 승리하는 모습을 가끔은 보고 싶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한국인에게는 흔한 세계관이다. 그래서 Mnet 서바이벌에 빨려들듯 몰입한다. 출연자들의 인성 논란이 매번 뜨거운 것도 그래서다. ‘프로듀스’ 시리즈에서도 아끼는 출연자를 ‘악랄한 세계’로부터 구출하고 싶은데 그 방법이 최종 선발뿐이기에 투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가 많았다.
바꿔 말해 Mnet이 악역으로서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특정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아니다. Mnet 서바이벌의 기본 문법이다. 그 세계를 배신하고 진가를 발휘하는 출연자들을 보는 것은 늘 짜릿하다. 그러나 그것마저 Mnet 기획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허탈해진다. 이미 의도적으로 악역을 자처한 방송국이 욕을 먹는다고 아플 것 같지도 않다. 출연자가 판을 엎는 모습도 멋지지만, 다음에는 다른 것에 열광하고 싶다. 우리는 이보다 나은 기획의 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정직하고, 덜 치졸한. 결국 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