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동아DB]
김 교수는 자연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를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자다. 미국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는 2000년 10월호에 ‘향후 20년간 세계 과학 발전을 주도할 20명의 과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김 교수를 꼽으면서 ‘충돌의 여왕(Collision Quee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 교수의 연구 분야가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인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인 데서 따온 것이다. 2012년 김 교수는 수많은 소립자 가운데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인 힉스 입자를 발견하고 이후 힉스 입자의 성질을 밝히고 있다.
‘충돌의 여왕’ 별명을 가진 입자 물리학자
김 교수는 고려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UC버클리대를 거쳐 2003년부터 현재까지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6년부터는 물리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 입자물리연구소인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부소장을 지내며 명성을 쌓았다.고려대에서 배운 단결·협동이 연구에 도움
‘비주류’인 한국인 여성 학자가 미국물리학회장이 됐다.
“1986년 미국으로 유학 와서 거의 40년간 입자물리학을 연구했다. 입자물리학 실험은 국제 공동 협력을 요구하는 분야다. 개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가 협력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과 소통,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부소장, 시카고대 물리학과 학과장 등을 맡으며 쌓은 다양한 경험이 미국물리학회 회장에 당선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입자물리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려대 1학년 때 물리학과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진 야구반 ‘쿠피’ 선배들과 가까워진 것이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물리학 중에서도 입자물리학에 빠진 것은 4학년 때 강주상 교수님의 양자역학 강의를 듣고부터다. 그분의 명쾌한 강의에 반해 이후 강 교수님 연구 분야인 입자물리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강 교수님의 지도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입자물리학 중 실험 분야에 흥미가 생겨 연구 분야를 입자물리 실험으로 바꿨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를 꼽는다면.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인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연구다. 이 연구를 통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갖게 됐는지 알 수 있다. 기본 입자들이 질량을 갖지 않았다면 이 세상은 존재할 수 없었다. 이 질량의 근원 연구를 위해 질량이 큰 W보손 입자와 톱쿼크 입자들의 질량을 측정했다. 이 측정을 통해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의 질량’을 예측했다. 힉스는 단순히 수많은 소립자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라서 입자물리학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현재는 어떤 연구에 집중하고 있나.
“2012년 힉스 입자를 발견해 10년간 힉스 입자의 성질을 연구했다. 특히 힉스 입자가 암흑물질에도 질량을 부여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중점을 뒀다. 최근에는 힉스 입자가 자신과도 상호작용을 하는 지에 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물리학의 매력에 빠진 것인가.
“고려대에서 학문뿐 아니라 인간관계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 생애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고, 감사하는 시간이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1980년 고려대에 입학해 2학년까지 탈춤반에 빠져 지냈다. 또한 ‘쿠피’ 야구단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하며 고려대의 멋도 알게 됐다. 3학년이 돼서야 물리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 물리학과 교수님들은 학자뿐 아니라 스승으로서도 롤모델이 됐다. 강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선배들의 지도와 배려 덕분에 입자물리학의 기초 지식을 잘 쌓을 수 있었다.”
고려대에서 생활이 세계적 석학이 되는 데 바탕이 된 것 같다.
“물리학뿐 아니라 학문은 사람에 의해 발전한다. 고려대에서 배운 공동체 의식, 단결, 정의, 협동은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는 과학자인 내게 중요한 바탕이 됐다. 특히 탈춤반에서 활동하며 선후배, 동기들과 진지하게 학문과 인생을 고민하면서 배운 인간관계와 리더십이 연구팀을 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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