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80대 김모 씨는 5분 거리에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찾는다.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보다 이곳을 더 선호한다는 그는 여기에서 과일을 자주 산다. 소포장 판매라서 한 번에 적은 양을 사는 자신에게 맞는 데다 샤인머스캣이나 사과처럼 비싼 제철과일도 할인을 자주 해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올여름엔 초당옥수수 한 소쿠리를 싸게 사서 아랫집 이웃과 맛있게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보다 작고 동네 슈퍼마켓보다 큰 SSM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소비자가 많이 찾는 소매 유통채널이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규모는 대형마트에 밀리고, 근거리 상권은 편의점에 자리를 뺏기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SSM이 최근 달라졌다. “대형마트보다 가깝고 편의점보다는 신선한 상품이 많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의 쇼핑 패턴 변화에 맞춰 신선식품과 가성비 카테고리를 키우고 지역밀착형으로 전략을 수정한 게 성공 요인이다.
또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사려는 심리가 강한 신선식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끌어올린 점도 성장 원동력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유통업계 동향에 따르면 SSM 매출의 92.6%가 식품이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71%) 편의점(57%)에서 팔린 식품 비중보다 훨씬 컸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는 과일과 축산 등 신선식품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매출 상위를 기록했다.
그중 돋보이는 물품은 맥주다. 그간 맥주는 편의점에서 ‘4캔 만 원’ 행사로 구매하는 게 트렌드였지만 이 역시 SSM으로 주도권이 넘어오는 추세다. 50대 직장인 윤모 씨는 매주 금요일이면 퇴근길에 아내와 함께 마실 수입 맥주를 SSM에서 산다. 윤 씨는 “편의점만 싼 줄 알았는데, 집 앞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며 “4캔을 한꺼번에 사지 않고 2캔만 사도 착한 가격이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체인 오퍼레이션 전략도 펼치고 있다. 본사가 주도해 상품 처리를 맡고 점포는 영업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기존엔 신선식품 가운데 생선의 경우 매장 내부 별도 공간에서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낸 후 포장했다면 이제는 처리 과정을 공장에서 모두 마친다. 덕분에 매장 효율성이 증가했다. 예전보다 적은 면적에 매장을 열 수 있고, 유휴 공간을 영업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됐다. 체인 오퍼레이션 기술을 도입한 GS더프레시 관계자는 “쇼핑 수요에 부응하고자 포장 작업이 완료된 신선식품, 밀키트, 반조리 식품의 매대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SSM 인기에 힘입어 슈퍼마켓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경남 창원에서 활약하던 ‘미스터아빠’가 지난해 7월 수도권에 진출한 것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동, 인천 서구 청라동 등 서울 인근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으며 최근엔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도 가맹점이 생겼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한 미스터아빠는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폐점한 매장들을 인수해 오프라인 채널도 늘리고 있다. 서준렬 미스터아빠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이 전달하는 시각적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본다”며 “우리는 광고비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는 데 투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동네 골목에 슈퍼마켓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지만 물건을 싸게 사려면 앱을 깔아야 하는 등 노하우가 필요해 중장년층이나 고령층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며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기존 쇼핑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점포는 SSM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GS더프레시 제공]
근거리 쇼핑 승자, 최대 13% 매출 증가율
지난해 8월부터 매출 증가율이 꾸준히 상승한 SSM은 올해 8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기록적 폭염으로 ‘백캉스’(백화점+바캉스) 트렌드와 추석 선물 특수로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나온 실적이라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8월에 백화점 4.4%, 대형마트 5.9% 상승률을 보일 때 SSM은 전년 동월 대비 6.7% 상승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2월엔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이 12.6%에 달했다. 2023년 1분기를 제외한 이후 모든 분기에서 SSM은 대형마트와 백화점보다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그래프 참조).SSM이 소비자를 유인한 주된 요인은 접근성과 소용량 위주 상품이다. 동네마다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보니 차 없이도 퇴근길이나 주말에 가볍게 들러 필요한 물건을 소량으로 구매 가능한 것이 매력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신선식품을 적은 양으로 자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대형마트에도 소량 판매가 있지만 4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주된 구성이라 1인 가구 등을 위한 소포장은 SSM에서 구매하는 게 더 편리하다.
또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사려는 심리가 강한 신선식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끌어올린 점도 성장 원동력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유통업계 동향에 따르면 SSM 매출의 92.6%가 식품이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71%) 편의점(57%)에서 팔린 식품 비중보다 훨씬 컸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는 과일과 축산 등 신선식품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매출 상위를 기록했다.
그중 돋보이는 물품은 맥주다. 그간 맥주는 편의점에서 ‘4캔 만 원’ 행사로 구매하는 게 트렌드였지만 이 역시 SSM으로 주도권이 넘어오는 추세다. 50대 직장인 윤모 씨는 매주 금요일이면 퇴근길에 아내와 함께 마실 수입 맥주를 SSM에서 산다. 윤 씨는 “편의점만 싼 줄 알았는데, 집 앞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며 “4캔을 한꺼번에 사지 않고 2캔만 사도 착한 가격이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1시간 안에 집 앞까지 배달도 가능
SSM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전략을 강화 중인데, 특히 퀵커머스(매장 인근에 한해 구매 후 1시간 이내 배달하는 서비스)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와 배달 주문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당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구입한 상품을 집 현관 앞까지 배달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즉시배송을 위해 경쟁사인 배달의민족과도 협업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22년 10월부터 1시간 배송 퀵커머스 ‘이마일’을 통해 근거리 쇼핑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체인 오퍼레이션 전략도 펼치고 있다. 본사가 주도해 상품 처리를 맡고 점포는 영업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기존엔 신선식품 가운데 생선의 경우 매장 내부 별도 공간에서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낸 후 포장했다면 이제는 처리 과정을 공장에서 모두 마친다. 덕분에 매장 효율성이 증가했다. 예전보다 적은 면적에 매장을 열 수 있고, 유휴 공간을 영업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됐다. 체인 오퍼레이션 기술을 도입한 GS더프레시 관계자는 “쇼핑 수요에 부응하고자 포장 작업이 완료된 신선식품, 밀키트, 반조리 식품의 매대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SSM 인기에 힘입어 슈퍼마켓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경남 창원에서 활약하던 ‘미스터아빠’가 지난해 7월 수도권에 진출한 것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동, 인천 서구 청라동 등 서울 인근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으며 최근엔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도 가맹점이 생겼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한 미스터아빠는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폐점한 매장들을 인수해 오프라인 채널도 늘리고 있다. 서준렬 미스터아빠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이 전달하는 시각적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본다”며 “우리는 광고비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는 데 투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동네 골목에 슈퍼마켓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지만 물건을 싸게 사려면 앱을 깔아야 하는 등 노하우가 필요해 중장년층이나 고령층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며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기존 쇼핑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점포는 SSM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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