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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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지나도 손실…” 1년 새 140만 개미 ‘국민주’ 삼성전자 떠났다

삼성전자 소액투자자 2년 연속 감소… 8월 저점 매수로 일부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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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8-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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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동아DB]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동아DB]

    직장인 전모 씨(31)는 4월에 3년 3개월 동안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식을 떠나보냈다. 전 씨의 삼성전자 평단가는 9만3900원으로 ‘10만전자’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지인들의 권유로 매수했다. 매수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3년이 지났지만 도무지 평단가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 씨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헤어질 결심’을 한 이유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주가가 다시 9만 원대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아 -10% 수준에서 손절하고 나왔다”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 수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424만7611명으로 지난해 6월 대비 142만708명 감소했다(그래프 참조). 삼성전자 소액투자자가 2년 연속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2020년 6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액투자자는 1% 미만 지분을 소유한 투자자로 사실상 개인투자자와 같은 의미다.

    삼성전자는 ‘국민주’로 일컬어지며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다. 2017년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수는 10만 명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개인투자자 수는 60만 명대로 급증했고, 2020년 동학개미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소액주주가 매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급기야 2022년에는 소액주주 수가 592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삼성전자 주주였던 셈이다. 하지만 2022년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 뒤 삼성전자 주가가 전 고점(9만68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어 대다수 반도체 기업이 전 고점을 돌파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던 점 역시 개인투자자가 등을 돌리게 된 원인이다.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해 전 고점을 돌파했고 이후로도 20% 이상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전 고점은커녕 최근 하락으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이 같은 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소액투자자 수는 주가 추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여왔다. 주가가 하락 또는 횡보할 때 소액투자자 수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주가가 급등하면 소액투자자 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다음 사이클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3년가량 지나면 전 고점을 회복했는데, 최근에는 3년 이상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자 기다리다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떠났다는 것이다.

    서학개미로 변신하는 동학개미

    삼성전자에 등을 돌린 개인투자자가 향한 곳은 미국 등 해외시장이다. 직장인 팽덕범 씨(32) 역시 삼성전자에 3년 이상 장기투자 중인 개인투자자지만 곧 주식을 정리할 계획이다. 팽 씨는 “올해 반도체 주식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가 ‘본전’을 회복한 만큼 정리한 후 미국시장으로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을 정리한 돈으로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들 주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 삼성전자를 매도한 뒤 관련 주식을 사려고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학개미가 서학개미로 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273억3000만 달러(약 170조1300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보관금액의 74.3%를 차지하는 946억4000만 달러(약 126조4400억 원)가 해외주식에 투자됐으며, 미국 주식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열풍에 로이터통신은 8월 14일 “한국 개미들이 국내시장을 외면하면서 미국 주식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잃을 게 없는 주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완전히 외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한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저점 매수하는 모양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블랙먼데이’ 당일인 8월 5일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가 폭락했던 8월 5일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351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0% 이상 급락하며 장중 7만2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올해 최저 가격으로,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는 2주일 사이 12.3%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8만전자’를 수성하지 못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 시점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조정기를 거치면서 역대급 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실적 개선세를 고려하면 잃을 게 없는 주가”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인 만큼 주가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익 교수는 “삼성전자는 8월 5일 시장이 급락한 후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저점이 사실상 바닥권일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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