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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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멤버십 폭탄 인상에 네이버·신세계·컬리 “우리는 무료”

중국 초저가 공습에 쿠팡은 수익 안정화로 전략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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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4-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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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대신 네이버 멤버십으로 갈아타려 한다. 네이버랑 알리를 합쳐서 쓰면 배송은 좀 느려도 충분히 (쿠팡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직후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소비자의 반응이다. 쿠팡은 4월 13일 멤버십 가격을 기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가량 급작스럽게 올렸다. 한 번에 3000원 가까이 가격이 인상되면서 쿠팡 고객들이 멤버십 해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쿠팡에서 이탈한 고객들은 다른 이커머스 멤버십으로 ‘환승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네이버 등 경쟁사 사이에선 ‘쿠팡 탈퇴 고객 모시기’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올린 배경엔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약진’이 있다. 지난해 쿠팡은 10년간 ‘계획된 적자’에 마침표를 찍고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1.9%로 저조한 수준이라 향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 제공]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 제공]

    쿠팡 와우 월 4990→7890원

    문제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업체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이들 업체와 출혈 경쟁에 나서기보다 멤버십 가격을 인상해 수익을 안정화하고 신규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에서 로켓배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쿠팡 전략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멤버십 대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쿠팡 멤버십 고객들이 가파른 인상폭에 반발해 이탈하자 경쟁사들이 그들을 자사 멤버십에 유치하고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멤버십 고객은 비(非)멤버십 고객에 비해 구매액 규모가 커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선 이들을 ‘로크인(lock-in)’하는 것이 관건이다.



    네이버, 신세계, 컬리 등 경쟁사들은 모두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표 참조). 네이버는 5월 31일까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한 번도 가입한 적 없거나 6개월 내 가입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 3개월 무료 이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멤버십 고객에겐 1만 원 이상 상품 구매 시 무료 배송을 실시한다(7월 15일까지). 신세계는 5월 한 달간 계열사 G마켓을 통해 신세계유니버스(통합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연회비를 3만 원에서 4900원으로 약 84% 할인해준다. 이 기간 가입하는 고객에겐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이 제공돼 사실상 2년간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다. 컬리는 5월 17일까지 컬리멤버스에 새롭게 가입하는 고객에게 3개월간 이용료를 면제해주고 기존(재가입) 고객에겐 3개월간 추가 적립금 2000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그 밖에 알리도 지난해 11월 선보인 VIP 멤버십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차별화된 멤버십이 선택받아”

    쿠팡은 고객들의 불만을 달래고자 특가 행사를 진행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멤버십 고객에 한해 5월 7일까지 매주 200여 종 상품을 최대 78%까지 할인해주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선언에 이어 이번 특가 행사도 고객들의 멤버십 이용 효용감을 높이려는 차원”이라며 “쿠팡은 지난해 멤버십 고객에게 총 4조 원어치 혜택을 제공했는데, 올해도 그 이상으로 혜택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차별화된 멤버십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4월 17일 전화 통화에서 “멤버십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측면에서 현재는 쿠팡이 압도적 1위”라며 “경쟁사들이 단순 할인 이상의 충실한 멤버십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미 고지를 점한 쿠팡은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 고객 이탈률이 높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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