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최근 AI 투자전략을 담은 책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싶습니다만’을 출간한 곽 이사를 만나 급성장하는 AI 산업의 전망과 투자전략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곽 이사는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를 마치고, 중앙대에서 재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7년간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으며, 현재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챗GPT 출시로 AI 발전 가속화
“AI는 1950년대에 연구가 시작돼 1960년대까지 주로 기계 학습과 전문가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이뤄졌고,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인공신경망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그래프2 참조). 1990년 컴퓨팅 성능이 향상되고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AI 분야가 크게 발전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했다. 특히 딥러닝 기술은 AI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 AI는 의료, 금융, 제조, 운송,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쯤 AI 칩이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 챗GPT가 출시됨으로써 AI 발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까.
“생성형 AI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재 검색엔진에 생성형 AI를 장착해 기존 사용자들로부터 구독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향후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되면 수익 창출을 더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생성형 AI는 산업 생태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역사적으로 혁신 기술은 경기가 안 좋을 때 탄생했다. 윈도95가 출시된 1995년, 아이폰이 나온 2007년은 역사적인 경제위기였다(그래프3 참조). 경기가 좋을 때는 규제가 많고, 독과점 이슈 때문에 혁신 기술을 꽃피우기 힘들다. 반면 경기가 나쁠 때는 규제가 완화되고, 독과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아 혁신 기술이 기존 경쟁자들과 격차를 더 많이 벌릴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경기가 나쁠 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규제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생성형 AI도 글로벌 경기 둔화를 바탕으로 오히려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바이두도 기회 있을 것
현재 생성형 AI 분야는 미국이 치고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현재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형 AI 시장을 다 잡아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네이버나 중국 바이두에도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영어와 관련된 데이터셋은 당연히 구글 바드나 마이크로소프트 빙이 우위에 있지만, 한글이나 중국어 데이터셋은 해당 국가의 빅테크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셋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데.
“현재로선 네이버가 생성형 AI를 빨리 출시하는 것보다 사용자 눈높이에 맞춰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미 사람들이 챗GPT, 구글 바드를 써봐서 엉성하게 출시했다간 오히려 욕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건 네이버가 한국 시장에서 챗GPT나 구글보다 언어 감수성과 빅데이터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챗GPT는 ‘내가 쓴 글을 헤밍웨이 스타일로 바꿔줘’ 하면 바꿔주지만, 김영하 작가 스타일로 바꾸지는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 네이버가 가진 장점이 분명하다.”
주목해야 할 AI 관련 국내 기업은 어디인가.
“반도체 후공정 기업 한미반도체,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 AI 콘텐츠 생성 플랫폼 뤼튼 등이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납품 중인 메모리 반도체 HBM을 붙이는 본딩 장비를 납품하고 있고, 이수페타시스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MLB(고다층 메인 보드 기판) 공급 업체다. 뤼튼은 비상장사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조회수를 높이는 글이나 영상의 제목을 뽑아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AI 관련 해외 기업을 꼽는다면.
“선두로 나서고 있는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플랫폼스 외에 AMD와 어도비를 주목할 만하다. AMD는 GPU(그래픽 처리장치)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이어 2등이지만, AI 시장이 커지면 엔비디아가 소화하지 못할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도비는 몇 년 전부터 AI 분야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현재도 생성형 AI로 원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만들 수 있는데, 그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성형 AI는 만 1세도 안 됐다. ‘지금 투자해도 괜찮겠냐’고 묻는 것은 아직 돌도 안 된 아이를 두고 삶과 죽음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 생성형 AI 분야는 염려보다 기대되는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다른 IT 플랫폼은 유료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챗GPT는 출시 석 달 만에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다. 돈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어 어떤 혁신 기술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1995년이나 2007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주식을 사지 않겠나(그래프4 참조). 10년, 20년 후 타임머신을 타고 2023년으로 돌아온다면 어떤 종목을 살까. 생성형 AI 선두주자들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엔비디아, AMD 같은 기업일 것이다. 이들 기업은 이미 시장 초강자들이며 AI로 날개를 단 격이다. 물론 주가 부침은 있겠지만 긴 호흡으로 기간을 배분해 투자하면 유의미한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AI 앱 서비스 기업 투자 유망
그렇다면 어떤 전략으로 AI 종목에 투자해야 좋을까.“투자할 때는 산업 성장에 따른 코어와 세트 라이트 종목을 나눠야 한다. 어떤 산업이 태동할 때는 우선 인프라가 구축된다. 따라서 생성형 AI가 출시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먼저 상승했다. 물론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고 반도체 기업이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빅테크 기업은 대규모 비용이 발생해 반도체 기업 다음으로 주가가 반응했다. 그다음 주가가 상승할 타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앱 서비스를 창출하는 어도비, 메타플랫폼스 등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를 통해 비즈니스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기업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분야 선두인 테슬라다. 중단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반도체나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는 어도비나 메타플랫폼스가 유리해 보인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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