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7)는 8월 4일 경기 여주교도소를 나서며 출소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이날 현장에는 가족과 정치권 인사 등 60여 명이 안 전 지사를 마중 나왔다. 안 전 지사는 이들과 인사를 나눈 후 SM7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월 4일 3년 6개월간의 복역을 마치고 경기 여주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친노(친노무현) 적자’ ‘노무현의 남자’ 등으로 불리며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기도 했지만 정계 복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투 사건’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만큼 이후로도 사실상 공식 활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그와 거리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출소 현장에도 김종민, 강준현 의원 두 명만이 자리했다.
정치인 안희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안 전 지사는 1989년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이후 ‘3당 합당’에 염증을 느껴 여의도를 떠났다. 그런 그를 다시 정계로 끌어들인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안 전 지사는 1994년 지방지차실무연구소에서 변호사 노무현을 만났고 이광재 의원과 지근거리에서 그를 도왔다. 20년이 넘는 이 같은 인연에 ‘좌희정 우광재’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선거자금 등 ‘안살림’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두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16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 상황이 급변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65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다. 2006년 8‧15 특별사면 됐지만 한동안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안희정 출판기념회’에 영상으로 축하메시지를 보냈는데 당시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여러 번 곤경에 빠졌었는데 안희정 씨가 나 대신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되며 정계에 복귀한 그는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며 입지를 굳혔다. 안 전 지사는 이후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민주당 19대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차차기는 안희정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히지만 충남도지사로 지냈던 2017~2018년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상대로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피감독자 간음 및 강제추행,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2018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됐다. 민주당은 그를 출당 조치했다. 김 씨는 2020년 당시의 상황을 담은 책 ‘김지은입니다’를 출간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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