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추천해주세요.” “어떤 종목이 오를까요?”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답하기 꺼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약세장이 펼쳐지면서 투자자들은 종목 추천을 피하는 전문가를 뒤로하고 직접 종목 선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000곳 넘는 기업을 전부 분석해 주도주를 선별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종목 발굴가’로 일컬어지는 박제영 한국투자증권 eBiz전략부 차장은 “기업 차트로 기술적 분석을 한 뒤 기본적 분석을 하면 매일 상장기업을 모두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 방법을 활용하면 현 주도주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8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박 차장을 만나 ‘셀프 종목 선별법’에 대해 물었다.
박제영 한국투자증권 eBiz전략부 차장. [지호영 기자]
주도주, 신고가 종목에 있어
왜 기술적 분석을 먼저 해야 하나.“종목 선정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나는 매일 주식장이 마감하면 2000개 기업의 주식 차트를 체크한다. 이때 짧은 시간에 좋은 종목을 어떻게 선별할까 고민하다 기본적(펀더멘털) 분석 전에 기술적 분석으로 종목을 거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술적 분석을 하나.
“주식장이 마감한 뒤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나오는 3시 40분쯤 시가총액 1위부터 시가총액 1000억 원대까지 종목 차트를 모두 살펴본다. 1700개 종목 정도 된다. 차트를 보는 데는 종목당 2~3초 걸린다.”
차트를 보면서 어떤 것을 체크하나.
“딱 2가지만 확인한다. 첫 번째는 신고가다. 두 번째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턴어라운드 종목이다. 차트를 보면서 노트 왼쪽에는 신고가 종목을, 오른쪽에는 턴어라운드 종목을 적는다. 만약 노트에 적은 기업이 20개인데 그중 대여섯 개 종목이 반도체 관련 기업이라면 현 주도주는 반도체다.”
주도주를 찾는 방법으로 괜찮은 것 같다.
“주식투자를 잘하려면 지금이 어떤 판인지 알아야 한다. 주도주에만 투자해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가는 주도 업종을, 턴어라운드 종목은 업황 개선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지금 어떤 업종을 공부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신고가 종목은 급등주나 테마주가 많지 않나.
“신고가나 턴어라운드 종목 중 테마주는 빼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급등했던 정치테마주가 대표적이다.”
약세장이나 경기침체기에는 신고가뿐 아니라 턴어라운드 종목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약세장에서는 신고가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신고가나 턴어라운드 종목이 없다면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종목이 대부분 52주 신고가였다. 당시에는 어떤 종목을 매수했다가 물려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됐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라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최근 로봇과 2차전지 관련주 등이 급등했다. 이런 종목들은 어떻게 보나.
“실적이 중요하다. 로봇은 이제 시작 단계다. 테마가 형성되는 초장기에는 변동성이 크고 투자하기도 위험하다. 로봇 관련주는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IR(Investor Relations: 기업이 주식 및 사채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활동)가 나오면 올라가는 테마주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증대한다면 설비 자동화와 관련된 로봇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이런 종목은 삼성전자와 진짜 계약했는지를 따져봐야 된다. 2차전지 소재는 지난해까지 테마를 형성하다 본격적으로 실적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봇 관련주도 실적이 나오기 시작할 때 투자해도 늦지 않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진입하기 전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에서 사서 머리에서 판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반짝하고 없어진 테마도 많고, 테마주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시장이 형성돼 대형주가 생기고 주가가 좀 올라간 다음이 투자하기에 더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종 역대급 실적
기술적 분석으로 종목을 거른 뒤 기본적 분석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회계는 향수와 같다는 말이 있다. 투자자는 기업 회계의 향만 맡으면 되지 굳이 마실 필요까진 없다는 뜻이다. 기본적인 기업 이익만 봐도 투자에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봐야 하나.
“PER(주가수익비율)다. PER로 이 회사가 돈을 잘 버는데 저평가돼 있는지 확인한다.”
PER로 저평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만약 자동차 기업이라면 같은 업종끼리 비교한다. 사과끼리 비교해야지 사과와 배를 비교해선 안 된다. PER를 체크한 뒤에는 재무제표를 본다.”
재무제표에서는 무엇을 체크하나.
“3년 동안 매출,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는지만 본다. 자산가치도 중요한데 특히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꼭 체크해야 한다. 막말로 주식은 물려도 버티면 올라간다. 아무리 안 좋은 종목도 10년, 20년 들고 있으면 한 번은 시세를 준다. 그런데 그 기간에 기업이 망해버리면 플레이를 이어갈 수가 없다. 부채 비율이 300%이더라도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되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장에서 부채 비율이 높으면 망할 수도 있다. 부채 비율이 높은 종목은 피해야 한다.”
최근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이 반등하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실적의 업종이 있나.
“자동차 업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후 주가 흐름도 괜찮다. 반도체는 이견이 좀 있다. 삼성전자는 예상치보다 실적이 덜 나왔고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잘 나왔다. 물론 실적이 모두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떨어지기도 한다. 롯데칠성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 이상으로 잘 나왔는데 주가는 엄청 떨어졌다.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실적이 좋은 것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음료는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비수기로 들어선다. 주가는 이런 경우의 수를 모두 선반영한다.”
자동차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보는 건가.
“맞다. 자동차를 구입해 인수하는 데까지 6개월~1년은 기다려야 한다. 수요가 있는데 재고가 없어 못 팔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자동차업계가 힘들었던 이유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생산 방식 때문이다. 이는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만 만들어내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생산 방식이다. 그런데 팬데믹이 터지니 부품 공급 차질로 자동차를 못 만드는 상황이 돼버렸다. 자동차 기업은 재고를 쌓아두고 싶지만 지금 수요도 못 맞추는 상황이다. 만약 수요가 조금 줄어든다고 해도 적정 재고를 쌓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당분간은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본다. 현대기아차의 7월 판매 데이터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업황이 더욱 개선되지 않나.
“자동차는 사양 산업으로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낮다. 그런데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굉장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전 세계 자동차 업종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더 올라갔다.”
완성차 기업이 테슬라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테슬라와 자동차업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면 안 된다. 테슬라 전기차가 잘 팔리는 건 자율주행에 대한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완성차 기업은 이 부분을 쉽게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당분간은 완성차 기업끼리 비교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보다 벤츠가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폭스바겐,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높다. 벤츠나 BMW는 순위에 없다. 테슬라는 논외로 하고 완성차 기업 간 싸움이 될 것이다.”
K-엔터 관련주 장기적으로 봐야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K-엔터 관련주가 들썩였다.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는 어떻게 전망하나.“단기적으로는 이미 주가에 시세가 반영돼 지금 투자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을 줄줄이 만들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 이후에도 대작이 많이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콘텐츠 흥망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원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SBS에서 편성하려다 못 했다고 한다. 드라마 전문가 집단인 SBS도 이 정도로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런 단기 이슈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K-엔터는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에서 어떤 분야를 관심 있게 봐야 할까.
“특수효과(CG) 관련 회사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비가 200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어디에 그 돈을 썼을까. 고래다. 최근 드라마에는 대부분 CG가 들어간다. 드라마 제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CG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고 실적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올해 하반기 증시 향방이 궁금하다.
“하반기에도 증시 전망이 밝지 않지만 더 떨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 경기침체를 반영한 코스피 하방 지수를 2200 정도로 본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올리고 있고 기업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증시는 V자형 반등보다 나이키형이나 L자형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투자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려한 종목 장세가 연출된 적이 많다. 긴 박스권이 형성된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바이오와 화장품, 면세점 관련주가 폭등했다. 앞으로 이런 시장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까지는 실력과 무관하게 어떤 주식을 갖고 있어도 돈을 벌었다. 앞으로는 주도주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 주도주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다. 주가가 많이 올랐던 2005년에는 중공업, 철강, 화학이 주도주였다. 2017년에는 반도체 관련주가 올랐다. 올해 하반기에는 어느 분야에서 반등이 나올지 잘 살펴봐야 한다. 서두에 말했듯이 계속 주식 차트를 살펴보면서 주도주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야 할까.
“포트폴리오에 주도주가 포함돼 있지 않으면 넣어야 한다. 교체하라는 얘기다. 주도주만 잘 찾으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돈을 벌 큰 기회가 온다.”
현실적인 목표수익률은?
“목표수익률을 높게 잡으면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목표수익률은 10% 정도가 합리적이다. 코스피가 1980년 100포인트에서 시작해 지난해 고점 3300까지 41년 동안 연평균 9% 성장했다. 지수에만 투자했어도 연평균 9% 수익이 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노력하면 10%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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