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2023.02.03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 챗GPT 직접 사용해보니…

꼬리 무는 고차원 질문에도 완결 답변 척척… 아이폰 첫 출시와 맞먹는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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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2-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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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OpenAI)’의 웹사이트 화면. [오픈AI 웹사이트 캡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OpenAI)’의 웹사이트 화면. [오픈AI 웹사이트 캡처]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 걸까.

    “생계를 꾸리고, 기본적 생활비를 지불하고,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경제적 안정과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요.”

    부자는 일할 필요가 없겠네.

    “당신이 부자라면 재정적 이유로 일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다수의 부유한 사람은 여전히 일을 즐기고, 경력에서 성취감을 얻으며, 사회에 기여하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일합니다.”

    그럼 니트족(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고 직업 교육을 받지 않으며 지내는 사람)은 왜 있는 건데.



    “취업 기회의 부족, 능력과 관심사에 맞는 일자리 찾기의 어려움, 정신건강 문제, 장애, 경제적 곤란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 존재합니다. 니트족이 생기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개인이 역경을 극복해 다시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 같은 존재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일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경제성장을 이끌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비영리연구소 ‘오픈AI(OpenAI)’가 개발한 AI 챗봇 ‘챗GPT’(베타 버전)와 기자가 1월 31일 나눈 대화 내용의 일부다.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니트족이 존재하는 까닭’ ‘기술 발전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 심오한 질문을 연달아 던지자 챗GPT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각종 근거를 곁들여 하나의 완성된 답변을 생성했다. 마치 사람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보고서·소설·가사 막힘없이 술술

    챗GPT가 1월 31일 ‘추운 겨울’을 주제로 22초 만에 써내려간 가사의 일부. [오픈AI 웹사이트 캡처]

    챗GPT가 1월 31일 ‘추운 겨울’을 주제로 22초 만에 써내려간 가사의 일부. [오픈AI 웹사이트 캡처]

    사람에 버금가는 언어 능력을 가진 챗GPT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11월 30일(현지 시간) 챗GPT를 출시했는데, 이후 일주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두 달이 지난 최근 그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챗봇은 사용자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는 등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챗GPT에는 대규모 AI 언어 모델인 ‘GPT-3.5’가 적용돼 사람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방대한 양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한다. GPT-3.5에는 사람 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매개 변수)가 1750억 개 이상이다.

    이날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챗GPT는 실제 고도화된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픈AI 웹사이트(chat.openai.com)에 접속한 뒤 검색창에 영어 혹은 한국어로 질문을 던지면 그에 대한 답을 받아볼 수 있는데, 이때 일반적인 질의응답은 물론 보고서, 연설문, 보도자료, 편지 등 복잡한 형식의 글을 요구해도 술술 써내려갔다. 내용도 원론적 수준을 뛰어넘는다. “연초부터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총기 사고에 관해 1500자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달라”고 하자 챗GPT는 단 37초 만에 미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의 1월 총기 사고 통계 등을 포함해 완결성 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챗GPT는 예술 분야에서도 범상치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추운 겨울’을 주제로 작사를 해달라고 하자 각 소절의 박자를 비슷하게 맞추고 ‘falls’ ‘toll’ 등 유사한 발음의 단어로 라임(압운)을 살린 가사가 22초 만에 탄생했다. 1절, 코러스, 2절, 브리지, 아웃트로 등 곡의 형식적 완성도도 높았다. ‘주간동아’로 시작하는 500자 분량의 소설을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어느 월요일 아침 마을 사람들이 각자 직장과 학교로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주간동아 최신호가 발매됐다”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냈다. 마을의 존경받는 사업가가 실종된 사건을 중심으로 공동체 의식에 관한 교훈까지 담았다. 이렇게 1시간 가까이 챗GPT에 쉼 없이 질문을 던지자 “1시간 안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화면에 떴다.

    현재 챗GPT는 AI, 정보기술(IT) 등 관련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 ‘아이폰 첫 출시급 충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오픈AI 설립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12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챗GPT는 무섭도록 좋다.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가 머지않았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국내 전문가들도 챗GPT를 치켜세우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챗GPT는 기존 AI처럼 입력된 정보를 그대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잡음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거하고 중요한 것만 추려 매끄러운 답을 생성해낸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챗GPT는 출시 이후 연일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챗GPT는 지난달 명문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으로 손꼽히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필수과목 기말시험에서 모두 B 혹은 B- 학점을 받았다. 미네소타대 로스쿨 졸업시험 4개 과목에서도 전부 합격선을 넘었다. 캘리포니아 의료 스타트업 앤서블헬스 연구진 주관으로 실시된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에서는 전 과목 50% 이상 정확도를 기록했다.

    챗GPT의 성능은 향후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현재 출시된 챗GPT는 테스트 버전이지만 오픈AI가 상반기 안에 조 단위(1조~100조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GPT-4’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GPT-4가 적용된 챗GPT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까지 인식하고 상호 변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 웃음, ‘IT 공룡’ 구글 초비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4일  “챗GPT는 무섭도록 좋다.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가 머지않았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4일 “챗GPT는 무섭도록 좋다.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가 머지않았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트위터 캡처]

    챗GPT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IT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기존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를 계기로 업계의 지각 변동을 노린다. MS는 1월 23일 오픈AI와 2019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MS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MS가 이번 파트너십으로 오픈AI에 수년간 100억 달러(약 12조2000억 원)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MS는 오픈AI가 개발한 각종 AI 서비스를 품게 됐다. MS는 이달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시작으로 상반기 검색엔진 ‘빙(Bing)’에도 챗GPT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M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과 검색엔진 시장에서 각각 아마존, 구글에 밀린 2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향후 판도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비상이 걸렸다. 그간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적수는 없었다. 구글 검색을 ‘구글링’이라는 고유명사로 부를 정도였는데, 챗GPT가 최근 그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 후 사용자 스스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챗GPT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필요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챗GPT가 상용화될 경우 구글 시대가 저물 수 있다는 뜻이다. 챗GPT의 급성장에 당황한 구글은 1월 30일 사내에 위기경보인 ‘코드레드(code red)’를 발령했다. 3년 전 은퇴한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회사로 불러들여 수차례 대응책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5월 열리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구글 I/O)’에서 챗GPT에 맞설 20개 이상의 AI를 공개해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세계 각국 IT기업들도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1월 30일 바이두가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을 독립형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3월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두는 이 앱을 출시한 뒤 점진적으로 바이두 검색엔진과 통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앱 명칭은 아직 미정이다. 국내에서는 KT, LG, 네이버, 카카오 등이 AI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챗GPT가 쓴 글 판독하는 AI 등장

    챗GPT 등장 이후 교육계, 학계 등에 AI 규제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GettyImages]

    챗GPT 등장 이후 교육계, 학계 등에 AI 규제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GettyImages]

    동전의 양면처럼 챗GPT는 상당한 법적·윤리적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AI 규제라는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교육계와 학계가 표절, 대필 등 챗GPT의 부작용에 가장 먼저 직면했다. 미국 뉴욕주는 1월 5일 “(챗GPT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역 공립 중고교 내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를 통한 챗GPT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지워싱턴대 등 일부 대학은 집에서 해오는 오픈북 과제를 없애고 AI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술시험 혹은 그룹평가를 확대하는 추세다. 권위 있는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1월 논문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챗GPT 등 AI를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악용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챗GPT 판독 AI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지적을 수용해 2월 1일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탐지하는 새로운 AI를 공개했다. 다만 자체 평가 결과 이 AI는 AI가 쓴 글의 26% 정도만 “AI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람이 쓴 글을 AI가 작성했다고 보는 ‘위양성’ 비율도 9%나 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언어인지학과, 컴퓨터과학과 교수들이 소속된 연구팀은 1월 26일 챗GPT의 기술적 바탕인 AI 언어 모델 ‘GPT-3’로 만들어진 문장을 찾아내는 ‘디텍트GPT’를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프린스턴대 재학생 에드워드 티안도 유사한 기능의 ‘GPT제로’를 만들었다.

    챗GPT가 생성하는 답변 신뢰성의 한계도 여전하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입력되는 과정에서 2021년 서비스를 중단한 AI 챗봇 ‘이루다’처럼 가짜뉴스, 차별·혐오 등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챗GPT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고 전달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그 또한 기술 발전을 통해 해결해나갈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조성배 연세대 AI대학원장은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챗GPT는 개발과 사용 측면에서 모두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그것에 대한 보완이 필수적”이라면서도 “다만 챗GPT의 성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가 입력되면 사실이 아니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는 양적으로 소수가 돼 알아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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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이슬아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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