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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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과중에 수사부서 탈출하는 경찰… 피해자는 사건 처리 지연 호소

‘검수완박’ 첫 단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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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4-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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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일선 수사부서에 있어 봐야 업무량만 많고 승진 기회는 적다. 인지수사라면 모를까 일반 고소·고발 사건은 다들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수사부서 경찰관)

    “체감상 사건 처리 속도가 4배 정도 느려졌다. 이른바 ‘중요하지 않은 사건’으로 여겨지면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고발장 접수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적잖다.”(형사사건 전문 변호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둘러싸고 여아가 격돌한 가운데 일선 수사 현장에선 이미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이 적잖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수사부서의 업무 과중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추진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현재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인 6대 범죄 중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을 법안 공포 후 4개월 뒤 경찰에 완전히 넘기는 것이 뼈대다. 다만 선거 범죄의 경우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 시점인 올해 말까지 수사권·기소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권·기소권 분리가 핵심이다. 이 개정안들이 시행되면 검찰을 중심으로 약 70년간 이어진 형사사법시스템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변호사 86% “사건 지연 직간접 경험”

    하지만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점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검수완박까지 강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월 1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수완박의 첫 단추는 끼워졌다.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직접수사 대상을 6대 범죄로 축소한 것이 핵심이다. 수사한 사건을 모두 검찰에 송치하던 과거와 달리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인 ‘불송치 결정권’을 얻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재수사·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형사사법시스템 현장 상황은 어떨까.



    전문가들이 수사권 조정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는 것은 사건 처리 지연이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지난해 12월 전국 회원 변호사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439명)가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고소사건 진행 중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가 지연 또는 연기된 사례를 경험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형사고소 사건이 적정 기간에 적절히 처리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부정적 응답이 84%(427명)에 달했다.

    검찰이 요청한 보완수사가 경찰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대검찰청이 4월 12일 발표한 ‘현행 수사절차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검찰청이 경찰 측에 요구한 보완수사 사건 7만2223건 중 9429건의 보완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완수사 사건 소요 기간은 1~3개월이 30.3%(2만185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1개월 이하 26.2%(1만8928건), 3~6개월 19.1% (1만3796건), 미(未)이행 13%(9429건), 6개월 초과 11.4%(8214건)였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의 줄다리기로 사건이 적시에 해결되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기다리다 지쳐 ‘괜히 신고했다’며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장애인 대상 피싱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피의자가 인터넷 공간에서 장애인을 속여 신분증 사본을 넘겨받고 수천만 원을 결제한 사건으로, 현재 피해자는 막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의 본명과 생년월일, 인상 착의도 특정됐는데 사건 접수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처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범죄 피해를 입은 이번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경찰 진술에 제대로 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물증 확보도 쉽지 않다”며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결국 대다수 서민에게 돌아간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과거 형사부 검사 업무의 70%가량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불기소 결정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해도 무방하다”며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 확보로 형사부 검사가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맡으면서 ‘업무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사뿐 아니라 검찰수사관 6000명도 중요한 인력으로 법리에 밝은 베테랑이 적잖은데, 이들을 범죄 수사에 제대로 투입하지 않는 것은 인력 낭비”라고 덧붙였다.

    일선 경찰 “예산·인력 부족한데 업무만 늘어”

    4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가결됐다. [동아DB]

    4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가결됐다. [동아DB]

    수사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은 업무가 과중해졌다고 호소한다. 경찰서에선 수사부서 기피 현상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 후 검사의 수사 지휘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재수사·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어 변화를 크게 체감하진 못한다”며 “예산과 인력은 부족한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업무와 책임만 커져 다들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경찰 수사관 인당 맡은 사건은 17.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5건)보다 19.3% 늘었다. 업무량이 늘어나니 각 사건 수사에 들이는 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형사사건 수임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증거를 수집해 유죄를 입증해야 할 형사가 탐문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답답해진 사건 당사자가 CC(폐쇄회로)TV 영상 등 자료를 직접 경찰에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현직 경찰관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들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재직하는 직장 e메일을 인증해야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구조다. 현직 경찰관이라는 한 이용자는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만 대폭 늘어나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수사관들은 업무 과중으로 대탈출 중”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로 추정되는 다른 이용자도 수사권 조정 후 수사부서의 상황에 대해 “진짜로 우리 조직에서 ‘수사권 조정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무자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며 “그렇게 좋은 제도면 왜 수사(부서)를 떠나는 사람이 많고 신임들만 들어오느냐”고 지적했다.

    검찰과 경찰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과 일선 경찰서장을 지낸 박상융 변호사는 “최근 검찰이 보완수사·재수사를 이유로 횟수 제한 없이 사건을 마구잡이로 경찰에 돌려보내 사건 종결이 빠르게 안 된다”며 “일선 검사들은 사건 송치 후 ‘6대 범죄 말곤 수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 내 수사부서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형사부 검사가 출세하기 어려운 것처럼 일반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관도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승진 기회가 적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전문가 “검찰 수사 지휘권 복원해야”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수사를 미진하게 했다’ ‘한쪽 편만 들었다’는 이유로 징계 받기 일쑤다.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신참 경찰관들이 채운다. 이들도 경험이 좀 쌓이면 또 비(非)수사부서나 지방청, 본청의 직접수사 부서로 자리를 옮기려 한다. 일선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의 수당을 높이고 인사상 가점도 부여해야 한다. 범죄의 기동화·지능화·광역화에 맞춰 검찰과 경찰이 사건 수사에서 소통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쟁화된 검수완박 논란으로 형사사법시스템의 혼란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검찰 고위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경찰 업무의 과부화가 심해지고 검찰은 사실상 할 일 없이 고급 수사 인력을 낭비하게 된다”면서 “경찰의 발 빠른 현장 수사 능력을 유지·발전시키되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변호사는 “정치권이 기존 검찰과 경찰의 합리적 업무 협업과 균형을 두 조직 수뇌부 간 파워게임으로 무너뜨렸다”면서 “검사 수사 지휘권을 복원하고 기소·불기소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 지휘권만 복원되면 검찰도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문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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