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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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기차 화재 당시 벤츠 ‘BMS’ 정상 작동 안 했을 가능성”

배터리 이상 징후 감지 1차 컨트롤타워… 국내 전기차 화재 91%는 국산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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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8-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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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공동 혹은 단독으로 생산해 배터리에 장착한다. [현대차 제공]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공동 혹은 단독으로 생산해 배터리에 장착한다. [현대차 제공]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경기 용인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 불이 나는 등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 건너편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전기차 발화 추정 화재로 인근 차량 200여 대가 전소돼 ‘전기차 화재 포비아’가 계속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다.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공동 혹은 단독으로 생산해 배터리에 탑재하는 BMS는 대규모 발열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1차적으로 컨트롤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츠 “차주 알림 수신 여부 확인 안 돼”

    BMS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경고 알림’이다. 전기차 화재는 통상 배터리 내부 단락(합선)과 이에 따른 열폭주로 발생한다. 정상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 얇은 분리막으로 나뉘어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안전하게 전기가 생성된다. 그러나 셀 제조 불량, 외부 충격, 과충전 같은 이유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분리되지 않은 채로 한꺼번에 많은 리튬이온이 흘러 대량 발열과 과전류, 이에 따른 연쇄 셀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 배터리 온도, 전류 등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BMS가 차주 및 차량 제조사 측에 이상 징후를 즉시 통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에서는 이 같은 BMS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BMS가 화재 전 징후를 포착해 정상적으로 알림을 발신했다면 발화점인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차주가 배터리 이상을 인지했을 테지만, 이 차주는 최근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불이 날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원래대로면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 알림이 갔을 것”이라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 해당 차주가 알림을 수신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더욱이 벤츠를 포함한 독일 완성차 브랜드는 전기차 전환에 뒤처져 BMS 성능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츠 EQE 모델은 지난해 미국, 호주 등에서 BMS 오류 관련 리콜 명령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올해 7월 해당 모델의 리콜을 진행했다. 인천 청라 벤츠 차주가 BMS 리콜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반드시 사전에 징후가 나타난다”며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당시) 초기 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장시간 불길이 이어졌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매우 높은 확률로 벤츠 BMS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완성차업체별로 BMS 작동 방식이 다른데 테슬라나 현대차 BMS가 종일 각성 상태로 모니터링을 한다면, 최소한의 전력을 사용하는 벤츠 BMS는 평소 가수면 상태로 모니터링을 하다가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시스템”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완성차업체 BMS가 24시간 더 세밀하고 폭넓게 배터리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 “순간·미세 단락도 감지 가능”

    BMS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국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는 앞다퉈 자사 BMS의 안전성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업계 영업기밀’로 여겨지는 시스템 모니터링을 비롯해 충전 제어, 셀 밸런싱 등 BMS의 3가지 주요 기능을 8월 15일 전격 공개했다(표 참조).

    시스템 모니터링 기능은 배터리 온도, 전류 및 전압, 순간·미세 단락 등을 감지해 현대차·기아 원격지원센터로 이상 데이터를 전송하고, 위험 정도에 따라 차주에게 입고 점검 및 긴급 출동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신한다. 특히 순간·미세 단락 감지 기능은 잠재적 사고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신형 전기차는 물론, 이미 판매된 전기차에도 연말까지 업데이트를 통한 적용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까지는 현대차만 차주에게 문자메시지 알림을 보내왔으나 8월 21일부터는 기아도 동일한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 밖에 3단계 과충전 방지 체계를 기반으로 한 충전 제어, 배터리 셀을 종합 관리해 내구성과 성능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셀 밸런싱 기능이 있다.

    LG엔솔 “BMS 특허 세계 1위… 수익화할 것”

    8월 19일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3차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8월 19일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3차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LG에너지솔루션은 전수조사를 통해 자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BMS 특허를 보유했음을 밝혔다. 특허정보조사 전문업체 WIPS와 함께 BMS 특허 수 상위 10위 한중일 배터리 제조사의 2018~2022년 특허를 조사한 결과 자사가 5475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고 8월 20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조사 대상 기업 전체 특허 수(1만3500여 건)의 40%에 해당하는 비중이며, 관련 특허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수가 8000건을 넘는다. LG엔솔은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향후 자사 배터리 셀을 장착하지 않은 전기차에도 BMS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수익화한다는 입장이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BMS 솔루션 분야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최고의 고객 가치를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중국산 배터리 공포’가 높아진 가운데 국산 배터리의 위험성을 지적한 자료가 공개돼 화제다. 앞서 사고 차량인 벤츠 EQE 350+에 중국 파라시스가 제조한 삼원계(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력해온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NCM 배터리는 성능이 나쁘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2024년 8월까지 국내에서 화재가 난 전기차 139대 중 90.6%(126건)는 국산(LG엔솔·삼성SDI·SK온 등)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8월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인천소방본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함께 폭발한 벤츠 차량 배터리 팩을 분해하는 3차 감식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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