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이 대패한 후 야권이 격랑에 휘말렸다. 문재인 대표 리더십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국회의원 지역구 4곳 중 수도권 3곳을 새누리당에 내주고, 텃밭 광주 서을까지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빼앗기자 새정연 당원들도 충격에 빠졌다.
물밑에서는 벌써 ‘분산투자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해 ‘여론조사 지지율 상위권 선수’에게만 집중하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즉 다양한 인물을 당에 포진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 서울의 박원순 시장,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 충청의 안희정 도지사 등 이른바 ‘미래주자 후보군’에게 투자를 분산하자는 내용이다. 안철수 전 새정연 대표를 재단장해 수도권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결혼식장에 집결한 손학규계
이런 가운데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정치인은 손학규전 민주당(현 새정연) 대표(사진)다. 그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패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백련사 부근에 머물고 있다. 한때 일부 정치인이 그를 찾아 정계 복귀를 요청했으나, 정작 본인이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그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4월 25일 서울의 한 결혼식장 풍경도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손 전 대표의 이날 서울 나들이는 같은 날 한 시간 간격으로 잡힌 최측근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강훈식 전 정무특별보좌관(특보), 배상만 전 수행비서는 손 전 대표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규탄, 풍찬노숙 투쟁’에서도 손 전 대표 곁을 지킨 인물들이다. 손 전 대표가 이불을 싸들고 전국을 돌 때 시골 경로당 냉방에서 함께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손 전 대표는 이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랜만에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일찌감치 결혼식장 부근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날 그의 상경은 의도했든 안 했든 ‘손학규계’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인 결과로 이어졌다. 신학용, 조정식, 김민기 의원과 김유정, 전현희, 전혜숙 전 의원, 그리고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이른바 손학규계 인사들이 결집한 것. 그가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상경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김헌태 전 전략기획위원장, 김경록 전 부대변인과 김성식 전 의원 등도 눈에 띄었다.
물론 이들은 강훈식 전 특보와도 인연이 깊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과거 용사’가 모인 것은 최근 심상치 않은 야권 재편 기류 속에서 손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게다가 손 전 대표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날은 공교롭게도 재보선을 치르기 며칠 전이었다.
손 전 대표 측근들은 손 전 대표의 서울행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펄쩍 뛰고 있다. 한 측근은 “스스로 ‘토굴’로 간 진정성이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도 “자연과 지내니 좋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는 “빨리 토굴에서 나오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자리를 떠난 후 기자에게 “토굴을 부수고라도 여의도에 모시고 와야 한다”며 “개인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당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구원 등판 가능성’ 높아져
정치 전문가들도 ‘손학규 구원 등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야권 전패가 그를 토굴에서 여의도로 불러낼 것이란 관측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손학규 호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여권 한 고위 인사는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해 손 전 대표가 다시 ‘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벌써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한 야당이 다음 정권이라도 잡으려면 내년 총선에서 일단 이겨야 한다”며 “그러려면 수도권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3곳을 모두 빼앗긴 현 지도부 얼굴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유권자의 호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찾다 보면 손 전 대표가 이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 당을 뛰쳐나간 정동영 전 의원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당시 후보와 경쟁했지만, 이른바 ‘비노무현(비노)계’라는 공통점을 고리로 이후 연대를 시도하곤 했다. 새정연 당적을 갖고 있던 지난해 10월, 그가 강진으로 손 전 대표를 찾아간 적도 있다. 당시 당내 비노 진영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배제된 상황이었고, 이에 범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립하는 정 전 의원이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요청하고자 강진을 찾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밖에도 안철수 전 대표 등 이른바 ‘새 정치’ 기류에서 급부상한 인물들도 손 전 대표와 껄끄럽지 않은 관계라는 후문이다. 일례로 손 전 대표 시절 발탁된 김경록 전 부대변인 등은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에서 일한 바 있다.
새정연 한 인사는 야권 분열을 막는 교량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서울 관악을 사태처럼 야권에서 후보가 또 난립하면 내년 총선 격전지에서도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며 “야권 전반에서 ‘비호남 인물’이 필요해 손 전 대표가 또 거론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최근 야권이 혼란에 빠지면서 ‘손학규 같은 인물’도 필요하다는 것이지, 반드시 손학규가 대안이라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그가 불쏘시개가 될지, 아니면 대안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운명이 ‘본인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야권의 큰 흐름과 유권자 민심에 달렸다는 얘기다.
물밑에서는 벌써 ‘분산투자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해 ‘여론조사 지지율 상위권 선수’에게만 집중하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즉 다양한 인물을 당에 포진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 서울의 박원순 시장,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 충청의 안희정 도지사 등 이른바 ‘미래주자 후보군’에게 투자를 분산하자는 내용이다. 안철수 전 새정연 대표를 재단장해 수도권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결혼식장에 집결한 손학규계
이런 가운데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정치인은 손학규전 민주당(현 새정연) 대표(사진)다. 그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패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백련사 부근에 머물고 있다. 한때 일부 정치인이 그를 찾아 정계 복귀를 요청했으나, 정작 본인이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그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4월 25일 서울의 한 결혼식장 풍경도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손 전 대표의 이날 서울 나들이는 같은 날 한 시간 간격으로 잡힌 최측근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강훈식 전 정무특별보좌관(특보), 배상만 전 수행비서는 손 전 대표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규탄, 풍찬노숙 투쟁’에서도 손 전 대표 곁을 지킨 인물들이다. 손 전 대표가 이불을 싸들고 전국을 돌 때 시골 경로당 냉방에서 함께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손 전 대표는 이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랜만에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일찌감치 결혼식장 부근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날 그의 상경은 의도했든 안 했든 ‘손학규계’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인 결과로 이어졌다. 신학용, 조정식, 김민기 의원과 김유정, 전현희, 전혜숙 전 의원, 그리고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이른바 손학규계 인사들이 결집한 것. 그가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상경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김헌태 전 전략기획위원장, 김경록 전 부대변인과 김성식 전 의원 등도 눈에 띄었다.
물론 이들은 강훈식 전 특보와도 인연이 깊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과거 용사’가 모인 것은 최근 심상치 않은 야권 재편 기류 속에서 손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게다가 손 전 대표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날은 공교롭게도 재보선을 치르기 며칠 전이었다.
손 전 대표 측근들은 손 전 대표의 서울행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펄쩍 뛰고 있다. 한 측근은 “스스로 ‘토굴’로 간 진정성이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도 “자연과 지내니 좋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는 “빨리 토굴에서 나오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자리를 떠난 후 기자에게 “토굴을 부수고라도 여의도에 모시고 와야 한다”며 “개인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당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구원 등판 가능성’ 높아져
손학규 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 백련사 부근 토굴집.
여권 한 고위 인사는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해 손 전 대표가 다시 ‘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벌써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한 야당이 다음 정권이라도 잡으려면 내년 총선에서 일단 이겨야 한다”며 “그러려면 수도권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3곳을 모두 빼앗긴 현 지도부 얼굴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유권자의 호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찾다 보면 손 전 대표가 이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 당을 뛰쳐나간 정동영 전 의원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당시 후보와 경쟁했지만, 이른바 ‘비노무현(비노)계’라는 공통점을 고리로 이후 연대를 시도하곤 했다. 새정연 당적을 갖고 있던 지난해 10월, 그가 강진으로 손 전 대표를 찾아간 적도 있다. 당시 당내 비노 진영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배제된 상황이었고, 이에 범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립하는 정 전 의원이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요청하고자 강진을 찾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밖에도 안철수 전 대표 등 이른바 ‘새 정치’ 기류에서 급부상한 인물들도 손 전 대표와 껄끄럽지 않은 관계라는 후문이다. 일례로 손 전 대표 시절 발탁된 김경록 전 부대변인 등은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에서 일한 바 있다.
새정연 한 인사는 야권 분열을 막는 교량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서울 관악을 사태처럼 야권에서 후보가 또 난립하면 내년 총선 격전지에서도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며 “야권 전반에서 ‘비호남 인물’이 필요해 손 전 대표가 또 거론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최근 야권이 혼란에 빠지면서 ‘손학규 같은 인물’도 필요하다는 것이지, 반드시 손학규가 대안이라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그가 불쏘시개가 될지, 아니면 대안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운명이 ‘본인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야권의 큰 흐름과 유권자 민심에 달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