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요새 네 집 건너 한 집이라는 ‘1인 가구’다. 학창 시절 기숙사와 고시텔, 원룸을 거쳤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취하며 자연스럽게 혼자 살게 됐는데, 언젠가부터 사회에서는 이런 1인 가구를 ‘나홀로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 혼자 산다’ ‘식샤를 합시다’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도 부쩍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국내 1인 가구는 25.9%(471만4000가구)로 추산된다. 1980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8%에 불과하던 걸 생각하면 꾸준히 늘어온 셈이다. 통계청은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34.3%(762만8000가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황혼 이혼, 아이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등으로 중·장년 나홀로족이 늘었고, 개인주의가 확산하고 결혼이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20, 30대가 늘면서 자발적 나홀로족도 늘어났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라
과거 일본에서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 산다고 고독하거나 사람을 피하는 음침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보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열정적으로 소비하며 즐기는 화려한 ‘싱글’이 늘었기 때문이다. ‘솔로 이코노미’ ‘싱글슈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나홀로족은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4년째 혼자 사는 직장인 안영진(26) 씨는 대형마트 배달 서비스를 애용한다.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배송료가 면제되다 보니 식료품부터 소형 가구까지 모두 대형마트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한다. 그는 “마트에서 파는 소포장 채소를 애용한다. 예전에는 재료를 사서 손질하면 다 못 먹고 버릴 때가 많았는데 소포장 채소가 생긴 이후로는 음식물 쓰레기가 줄었다. 필요할 때 소량만 사먹을 수 있어 경제적이고, 배달 시간을 예약해두면 퇴근 시간에 맞춰 집 앞에 물건이 배달돼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상품을 늘리는 등 싱글족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나홀로족을 위한 대표 품목은 ‘990 야채모음’으로, 기존 포장에서 3분의 1가량 중량을 줄인 당근, 양파, 마늘, 대파, 고추 등을 99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주요 구매 고객은 1~2인 가구. 이 제품은 채소 매출에서 23% 가까운 비중을 보일 정도로 인기다. 손질한 대파나 셀러리 등 손질 채소팩과 반모, 4분의 1모 두부도 잘 팔린다. 한 판으로만 팔던 피자도 조각으로 나눠 파는데, 전체 피자 매출에서 조각피자 매출은 16%에 달한다. 6구짜리 소포장 달걀도 한 달 평균 1만 개가량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 주방용품 매출 구성비도 점차 높아져 2013년 매출이 2012년 대비 65% 늘었다.
이마트 마케팅팀 이종훈 팀장은 “이제는 1인 가족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소량 구매 고객을 잡기 위해 식품은 물론이고 주방, 가정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 상품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홀로족을 위한 ‘싱글푸드’나 ‘소셜다이닝’도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2012년 5월 생긴 ‘소셜다이닝 집밥’(집밥)이다. 현재까지 집밥 방문자 수는 1900만 명이고, 9164개 모임이 이뤄졌으며, 진행 중인 모임만 278개다. 재참여율도 높다. 한 번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이 다른 모임에 다시 참여하거나 호스트가 돼 직접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사이트 회원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30대 중에서도 특히 30대 미혼 여성이 주를 이룬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최성경(31) 씨는 집밥 모임 마니아다. 부산 출신이라 친구들이 지방에 있어 서울살이가 외로웠는데, 모임에서 제빵을 배우고 독서 모임과 영화 감상 모임에도 나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가 늘었다. 그는 “영화관에 혼자 가는 건 나홀로족에게 별로 어려운 미션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종종 같은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며 공유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조만간 영화 ‘인터스텔라’를 함께 보러 갈 멤버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집밥을 만든 박인 대표는 부모가 해외에서 사업을 해 고교 시절부터 혼자 국내에서 살았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1인 가구로 살았던 그는 요리해 다른 사람과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아 SNS로 함께 식사할 사람을 모집하면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박 대표는 “한국은 영화 관람이든 식사든 혼자 뭔가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지금은 모임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장기적으로 여러 지역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인기 있는 모임은 무지개모임(MBC ‘나 혼자 산다’에서 싱글남들이 결성한 모임 이름) 또는 함께 반찬을 만들어 먹는 모임 등이다. 처음 집밥을 찾는다면 상단에 노출된 추천 모임을 살펴보고, 인증마크가 있는 모임부터 나가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건 좋지만 혼자는 심심해
8월에는 1인 가구를 위한 싱글푸드숍 ‘샵인테이크’가 문을 열었다. 모든 식품을 1인 1회 섭취 기준으로 소용량화해 1인 가구 소비자가 식품을 필요한 만큼만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구성한 것. 여기서는 캐러멜 팝콘도 소포장해 20g에 600원, 미니프리첼은 30g에 500원 단위로 판매한다.
나홀로족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보다 여유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취미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어떤 이는 취미생활을 사업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11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개장할 취미제안공간 ‘워크앤드(Work, And?)’를 만든 직장인 민흥기(34) 씨도 경기 안양에서 2년째 자취하는 나홀로족이다. 민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부모와 함께 살다 안양의 한 병원으로 이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됐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처음 시작하게 된 독립생활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 민씨는 “싱글에게 ‘동거인’은 거추장스러울지 몰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같은 취미를 향유할 ‘친구’”라고 했다.
그는 동료 3명과 함께 의기투합해 미주 지역에서 보편화한 개념인 ‘맨케이브(Man Cave)’를 위한 ‘워크앤드’를 만들었다. 맨케이브는 성인 남성의 아지트로, 창고나 지하실을 개조해 스포츠 관람, 게임, 영화 감상 등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것을 가득 채우고 친구들과 함께 술, 음식을 즐기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활용해 나홀로족과 다양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현재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그는 “가구, 인테리어는 물론 전기 등 설비공사까지 동료들과 하나 둘씩 공부해 직접 했다. 싱글족의 영원한 고민인 ‘퇴근 후 뭘 할 건데?’에 대한 답을 제안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나홀로족은 집을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닌 ‘아지트’ 개념으로 본다. 셀프 인테리어가 각광받는 이유다. 1인 가구 웹진 ‘루머스’도 나홀로족 사이에선 입소문이 난 정보 사이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 사는 정수원(30) 씨는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로 집을 꾸미고 도배도 친환경 페인트로 직접 했다. 정씨는 “온라인 사이트와 잡지를 참고해 내 스타일에 맞게 집을 꾸몄더니 더 내 집 같고 안락한 느낌도 들었다. 주변에서도 셀프 인테리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아 그때그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살다 보면 시행착오도 겪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나홀로족은 SNS 의존도도 높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다나와싱글’ ‘마이로프트’ ‘1인가구 자취생들의 공간 싱글스토리’ ‘따뜻한 자취생들의 공간, 숟갈하나’ 등은 나홀로족을 위한 정보 공유 커뮤니티다. 여기에는 자취 생활의 애환부터 가전제품 후기, 음식 레시피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화장실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창문에 뽁뽁이(단열재) 잘 붙이는 팁’ ‘누렇게 된 셔츠 하얗게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 같은 생활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 위안도 얻는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2013년 11월 ‘머니투데이’ 기고글에서 “최근 4년간 3억 건 이상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음식과 연관된 말 가운데 1인분, 2인분이라는 표현이 급격히 증가했다. 원룸, 투룸 같은 소형주택을 칭하는 말도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이 증가한 관심사로 나타난다. 최근 40개월간 싱글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문서를 보면 42%는 관계를, 33%는 취미와 여가를, 25%는 경제와 건강을 고민한다. 싱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1위가 친구, 2위가 엄마였다”고 밝혔다. 이어 “싱글만 모이는 커뮤니티 내 문서를 분석하면 결혼 언급은 30세가 가장 많고 35세와 40세는 그뒤에 있다. 이어 31, 32, 33세 순으로 39세까지 줄어드는 분포를 보이다 40세가 지나면 결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사라진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증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1인 가구 수는 2억6000만 가구에 육박했다. 국가별 1인 가구 비율을 보면 미국이 전체의 26.7%, 영국은 29%였다. 북유럽은 많게는 전체 가구의 40% 정도가 1인 가구였다. 선진국에 비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1인 가구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선진국의 1인 가구는 부유한 노인층이 많지만, 신흥국은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 싱글족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 1인 가구도 증가세
코트라에서 펴낸 ‘2010 블루슈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세련된 싱글족을 위한 미니 가전제품이 인기고, 대만에서는 애완동물을 위한 토털서비스 ‘펫 플러스’가 등장해 싱글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2011년 중국 전국부녀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싱글족은 1억8000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소형 가전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중국 소매추산 수치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소형 가전제품 판매액은 1144억 위안(약 20조3000억 원)으로 2012년과 비교해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도쿄가스가 정보기술(IT)을 통해 혼자 사는 노인의 가스 사용량과 사용 시간을 자녀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독거노인과 청년이 함께 사는 ‘콜로카시옹’ 제도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국가에서 수입이 적은 청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주택보조금을 지원하고, 개인 침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이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 모든 연령 집단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경제력 있는 30대 이상 1인 가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동향을 감안해 공공주택 공급기관인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은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저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 사회 몰락의 징조가 아니라 기존의 가정 중심성이 약해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난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혼자 살면 노총각, 노처녀 등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발적 비혼(非婚·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뜻으로 여성학계에서 쓰는 용어)족도 늘었고 과거보다 차별이 경감됐다. 황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중·장년 나홀로족도 증가했다. 더 나아가 개인적 삶의 선택에서 1인 가구를 하나의 가구 형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었다. 결혼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과 가치관 변화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 ‘식샤를 합시다’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도 부쩍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국내 1인 가구는 25.9%(471만4000가구)로 추산된다. 1980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8%에 불과하던 걸 생각하면 꾸준히 늘어온 셈이다. 통계청은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34.3%(762만8000가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황혼 이혼, 아이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등으로 중·장년 나홀로족이 늘었고, 개인주의가 확산하고 결혼이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20, 30대가 늘면서 자발적 나홀로족도 늘어났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라
과거 일본에서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 산다고 고독하거나 사람을 피하는 음침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보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열정적으로 소비하며 즐기는 화려한 ‘싱글’이 늘었기 때문이다. ‘솔로 이코노미’ ‘싱글슈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나홀로족은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4년째 혼자 사는 직장인 안영진(26) 씨는 대형마트 배달 서비스를 애용한다.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배송료가 면제되다 보니 식료품부터 소형 가구까지 모두 대형마트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한다. 그는 “마트에서 파는 소포장 채소를 애용한다. 예전에는 재료를 사서 손질하면 다 못 먹고 버릴 때가 많았는데 소포장 채소가 생긴 이후로는 음식물 쓰레기가 줄었다. 필요할 때 소량만 사먹을 수 있어 경제적이고, 배달 시간을 예약해두면 퇴근 시간에 맞춰 집 앞에 물건이 배달돼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나홀로족을 위해 채소를 소포장해 990원에 팔고 있다.
이마트 마케팅팀 이종훈 팀장은 “이제는 1인 가족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소량 구매 고객을 잡기 위해 식품은 물론이고 주방, 가정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 상품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홀로족을 위한 ‘싱글푸드’나 ‘소셜다이닝’도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2012년 5월 생긴 ‘소셜다이닝 집밥’(집밥)이다. 현재까지 집밥 방문자 수는 1900만 명이고, 9164개 모임이 이뤄졌으며, 진행 중인 모임만 278개다. 재참여율도 높다. 한 번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이 다른 모임에 다시 참여하거나 호스트가 돼 직접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사이트 회원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30대 중에서도 특히 30대 미혼 여성이 주를 이룬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최성경(31) 씨는 집밥 모임 마니아다. 부산 출신이라 친구들이 지방에 있어 서울살이가 외로웠는데, 모임에서 제빵을 배우고 독서 모임과 영화 감상 모임에도 나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가 늘었다. 그는 “영화관에 혼자 가는 건 나홀로족에게 별로 어려운 미션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종종 같은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며 공유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조만간 영화 ‘인터스텔라’를 함께 보러 갈 멤버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집밥을 만든 박인 대표는 부모가 해외에서 사업을 해 고교 시절부터 혼자 국내에서 살았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1인 가구로 살았던 그는 요리해 다른 사람과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아 SNS로 함께 식사할 사람을 모집하면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박 대표는 “한국은 영화 관람이든 식사든 혼자 뭔가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지금은 모임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장기적으로 여러 지역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인기 있는 모임은 무지개모임(MBC ‘나 혼자 산다’에서 싱글남들이 결성한 모임 이름) 또는 함께 반찬을 만들어 먹는 모임 등이다. 처음 집밥을 찾는다면 상단에 노출된 추천 모임을 살펴보고, 인증마크가 있는 모임부터 나가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건 좋지만 혼자는 심심해
‘소셜다이닝 집밥’의 메인 화면.
나홀로족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보다 여유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취미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어떤 이는 취미생활을 사업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11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개장할 취미제안공간 ‘워크앤드(Work, And?)’를 만든 직장인 민흥기(34) 씨도 경기 안양에서 2년째 자취하는 나홀로족이다. 민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부모와 함께 살다 안양의 한 병원으로 이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됐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처음 시작하게 된 독립생활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 민씨는 “싱글에게 ‘동거인’은 거추장스러울지 몰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같은 취미를 향유할 ‘친구’”라고 했다.
그는 동료 3명과 함께 의기투합해 미주 지역에서 보편화한 개념인 ‘맨케이브(Man Cave)’를 위한 ‘워크앤드’를 만들었다. 맨케이브는 성인 남성의 아지트로, 창고나 지하실을 개조해 스포츠 관람, 게임, 영화 감상 등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것을 가득 채우고 친구들과 함께 술, 음식을 즐기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활용해 나홀로족과 다양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현재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그는 “가구, 인테리어는 물론 전기 등 설비공사까지 동료들과 하나 둘씩 공부해 직접 했다. 싱글족의 영원한 고민인 ‘퇴근 후 뭘 할 건데?’에 대한 답을 제안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나홀로족은 집을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닌 ‘아지트’ 개념으로 본다. 셀프 인테리어가 각광받는 이유다. 1인 가구 웹진 ‘루머스’도 나홀로족 사이에선 입소문이 난 정보 사이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 사는 정수원(30) 씨는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로 집을 꾸미고 도배도 친환경 페인트로 직접 했다. 정씨는 “온라인 사이트와 잡지를 참고해 내 스타일에 맞게 집을 꾸몄더니 더 내 집 같고 안락한 느낌도 들었다. 주변에서도 셀프 인테리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아 그때그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살다 보면 시행착오도 겪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나홀로족은 SNS 의존도도 높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다나와싱글’ ‘마이로프트’ ‘1인가구 자취생들의 공간 싱글스토리’ ‘따뜻한 자취생들의 공간, 숟갈하나’ 등은 나홀로족을 위한 정보 공유 커뮤니티다. 여기에는 자취 생활의 애환부터 가전제품 후기, 음식 레시피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화장실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창문에 뽁뽁이(단열재) 잘 붙이는 팁’ ‘누렇게 된 셔츠 하얗게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 같은 생활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 위안도 얻는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2013년 11월 ‘머니투데이’ 기고글에서 “최근 4년간 3억 건 이상의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음식과 연관된 말 가운데 1인분, 2인분이라는 표현이 급격히 증가했다. 원룸, 투룸 같은 소형주택을 칭하는 말도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이 증가한 관심사로 나타난다. 최근 40개월간 싱글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문서를 보면 42%는 관계를, 33%는 취미와 여가를, 25%는 경제와 건강을 고민한다. 싱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1위가 친구, 2위가 엄마였다”고 밝혔다. 이어 “싱글만 모이는 커뮤니티 내 문서를 분석하면 결혼 언급은 30세가 가장 많고 35세와 40세는 그뒤에 있다. 이어 31, 32, 33세 순으로 39세까지 줄어드는 분포를 보이다 40세가 지나면 결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사라진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증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1인 가구 수는 2억6000만 가구에 육박했다. 국가별 1인 가구 비율을 보면 미국이 전체의 26.7%, 영국은 29%였다. 북유럽은 많게는 전체 가구의 40% 정도가 1인 가구였다. 선진국에 비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1인 가구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선진국의 1인 가구는 부유한 노인층이 많지만, 신흥국은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 싱글족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 1인 가구도 증가세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면요리 전문점에는 나홀로족을 위한 1인 전용석이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가스가 정보기술(IT)을 통해 혼자 사는 노인의 가스 사용량과 사용 시간을 자녀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독거노인과 청년이 함께 사는 ‘콜로카시옹’ 제도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국가에서 수입이 적은 청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주택보조금을 지원하고, 개인 침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이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 모든 연령 집단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경제력 있는 30대 이상 1인 가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동향을 감안해 공공주택 공급기관인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은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저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 사회 몰락의 징조가 아니라 기존의 가정 중심성이 약해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난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혼자 살면 노총각, 노처녀 등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발적 비혼(非婚·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뜻으로 여성학계에서 쓰는 용어)족도 늘었고 과거보다 차별이 경감됐다. 황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중·장년 나홀로족도 증가했다. 더 나아가 개인적 삶의 선택에서 1인 가구를 하나의 가구 형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었다. 결혼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과 가치관 변화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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