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은 저축의 날이었다. 1964년 제정된 이날은 올해로 5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저축의 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 저축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1980~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20~25%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고도성장 신화를 상징하는 1988년 가계 저축률은 정점(24.7%)을 찍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평균 3%대에 머무르고 있다. 100만 원을 벌면 97만 원을 쓰고 3만 원만 저축하는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인 5.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소비가 경제의 엔진인 미국(4.2%)보다도 낮은 수치다(그래프 참조).
특히 부채 위기인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저축률이 상승했는데, 거꾸로 우리나라는 더 낮아졌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 가계 저축률은 0%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대까지 올라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빚을 갚으려면 저축을 해야 한다. 저축액이 늘지 않고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매년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으면서도 저축률은 최하위권이다.
1년 연봉 모으려면 33년 걸려
낮은 가계 저축률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대략적으로 의견 일치가 이뤄진 듯하다. 2000년 들어 크게 증가한 가계 부채, 가계 소득 증가세 둔화, 높은 사교육비, 비정규직 등 고용시장의 불안정성 증대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원인들은 사실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낮은 저축률의 의미를 들여다보면서,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1980~90년대 우리나라 저축률은 20%대였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5년만 저축해도 1년 연봉을 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금리도 높았다. 저축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고 수익률도 좋았다. ‘저축하는 놈은 못 당한다’라는 말이 설득력 있던 시기다.
반면 저축률 3% 시대에는 1년치 소득을 모으려면 약 33년이 걸린다. 저축률이 좀 올라 4%라 해도 25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금리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은행들은 매년 관행처럼 판매해온 저축의 날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10월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0%로 낮췄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로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특판 상품 판매를 접은 것이다.
결국 낮은 저축률과 초저금리의 만남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저축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벌 돈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벌어놓은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가입한 금융상품이나 투자 자산 등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자산 재조정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저축률이 낮아지면 삶에서 복지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낮은 저축률을 정당화하려면 복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 가장 고비용인 교육비, 노후생활비, 의료비 등을 복지정책에서 지원하면 저축의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70~90년대 우리나라 저축률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는 복지정책의 미비였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게 1988년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보험은 이듬해인 89년 실시됐다. 과거에는 집에 비용이 많이 드는 만성질환 환자가 있으면 살림이 거덜 나는 경우가 적잖았다. 우리나라 국민은 미비한 복지를 저축으로 스스로 해결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과거처럼 높은 저축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에서 만들어놓은 복지 시스템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연금에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을 적극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폭이 많이 확대됐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민간보험에도 가입할 필요가 있다.
가계 저축률은 낮지만, 기업 저축률과 가계 저축률을 합한 ‘총저축률’은 30% 수준으로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개인 살림은 가난해지고 있는데 기업들 호주머니는 두둑하다는 의미다. 기업 저축률이 높다는 건 기업들이 이익을 배분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유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높은 기업 저축률과 배당투자
현재 우리나라 기업 저축률은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11~12%였지만, 2000년대 들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2008년 16.8%, 2010년 19.7%를 기록했다. 물론 금융위기 이후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사내 유보가 많아진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저축률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아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기업에 쌓인 돈은 개인과는 조금 다르다. 기업이 돈을 쌓아 두고 있다고 그 돈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돈이 경제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투자를 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에 매우 인색하다.
투자 관점에서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먼저 배당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최경환 경제팀은 배당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배당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같은 장기투자자들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공단은 향후 배당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성장 기조가 안착하면 삼성전자처럼 크게 성장하는 대형 회사가 등장하기 어렵다. 장기투자자가 성장만 보고 투자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경우 자연스레 배당 같은 현금흐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장기로 운용해야 하는 연기금 등이 배당을 크게 선호하는 이유다. 정부 정책과 함께 배당 같은 자산군에 대한 장기투자자의 수요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는 각 기업에 대한 배당 압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투자자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부채 위기인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저축률이 상승했는데, 거꾸로 우리나라는 더 낮아졌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 가계 저축률은 0%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대까지 올라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빚을 갚으려면 저축을 해야 한다. 저축액이 늘지 않고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매년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으면서도 저축률은 최하위권이다.
1년 연봉 모으려면 33년 걸려
낮은 가계 저축률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대략적으로 의견 일치가 이뤄진 듯하다. 2000년 들어 크게 증가한 가계 부채, 가계 소득 증가세 둔화, 높은 사교육비, 비정규직 등 고용시장의 불안정성 증대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원인들은 사실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낮은 저축률의 의미를 들여다보면서,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1980~90년대 우리나라 저축률은 20%대였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5년만 저축해도 1년 연봉을 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금리도 높았다. 저축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고 수익률도 좋았다. ‘저축하는 놈은 못 당한다’라는 말이 설득력 있던 시기다.
반면 저축률 3% 시대에는 1년치 소득을 모으려면 약 33년이 걸린다. 저축률이 좀 올라 4%라 해도 25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금리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은행들은 매년 관행처럼 판매해온 저축의 날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10월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0%로 낮췄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로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특판 상품 판매를 접은 것이다.
결국 낮은 저축률과 초저금리의 만남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저축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벌 돈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벌어놓은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가입한 금융상품이나 투자 자산 등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자산 재조정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저축률이 낮아지면 삶에서 복지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낮은 저축률을 정당화하려면 복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 가장 고비용인 교육비, 노후생활비, 의료비 등을 복지정책에서 지원하면 저축의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70~90년대 우리나라 저축률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는 복지정책의 미비였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게 1988년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보험은 이듬해인 89년 실시됐다. 과거에는 집에 비용이 많이 드는 만성질환 환자가 있으면 살림이 거덜 나는 경우가 적잖았다. 우리나라 국민은 미비한 복지를 저축으로 스스로 해결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과거처럼 높은 저축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에서 만들어놓은 복지 시스템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연금에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을 적극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폭이 많이 확대됐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민간보험에도 가입할 필요가 있다.
가계 저축률은 낮지만, 기업 저축률과 가계 저축률을 합한 ‘총저축률’은 30% 수준으로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개인 살림은 가난해지고 있는데 기업들 호주머니는 두둑하다는 의미다. 기업 저축률이 높다는 건 기업들이 이익을 배분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유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높은 기업 저축률과 배당투자
저축의 날을 맞아 열린 저금통 전달식에 참석한 유치원생들.
기업에 쌓인 돈은 개인과는 조금 다르다. 기업이 돈을 쌓아 두고 있다고 그 돈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돈이 경제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투자를 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에 매우 인색하다.
투자 관점에서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먼저 배당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최경환 경제팀은 배당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배당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같은 장기투자자들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공단은 향후 배당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성장 기조가 안착하면 삼성전자처럼 크게 성장하는 대형 회사가 등장하기 어렵다. 장기투자자가 성장만 보고 투자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경우 자연스레 배당 같은 현금흐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장기로 운용해야 하는 연기금 등이 배당을 크게 선호하는 이유다. 정부 정책과 함께 배당 같은 자산군에 대한 장기투자자의 수요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는 각 기업에 대한 배당 압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투자자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