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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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명문 자사고 천안 북일고에 무슨 일이?

국제과 폐지 둘러싸고 학부모와 학교 대립… “입학 사기” vs “설립 취지 잃었다”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6-16 17: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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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천안시에 자리한 자립형사립고(자사고) 북일고가 학부모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학교법인 북일학원이 2010년부터 운영 중인 북일고 내 ‘국제과’를 점진 폐지하기로 최근 결정했기 때문이다. 4월 학교 측은 2019학년도부터 국제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폐지한다는 방침을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북일고는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에 힘입어 전국 명문 자사고로서 위상이 높다. 그중 국제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쿨 인 스쿨(school in school)’ 개념으로 교육부 승인을 받아 1개 반(일반과는 한 학년 11개 학급) 30명씩을 매년 모집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 양성을 목표로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며 원어민 교사진을 두고 있다. 북일고 국제과의 최근 5년 평균 미국 아이비리그 합격률은 18.3%로, 미국 내 명문 공립학교 실적을 상회한다. 그 결과 짧은 역사에도 국제과는 민족사관고, 용인외대부고, 대원외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외국 대학 아닌 국내 대학 입학이 문제

    하지만 북일학원 이사회가 국제과 폐지를 결정하면서 해당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충남교육청과 한화그룹 본사 정문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제과 학부모 A씨는 “북일고는 2017학년도 입학설명회 당시 국제과 폐지 가능성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무런 고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화그룹이 지원하고 최고 원어민 교사들을 초빙해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입학한 지 40여 일 만에 ‘폐지’ 통보를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입학 사기’나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정신적 고통도 적잖다고 주장한다. A씨는 “아이들 미래가 걸린 일을 어떻게 사전에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나. 그동안 재단과 학교 측의 지원으로 학생들이 최고 교육을 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고, 학교에 대한 믿음도 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북일학원은 4월 28일자로 충남교육청에 북일고 국제과 폐지 승인을 접수했다. 국제과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고충민원을 넣었다. 권익위가 교육청에 직접 권고를 내려 폐지 승인을 불허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학교 측은 왜 갑자기 국제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북일고 측은 최근 들어 국제과 학생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과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일고 한 관계자는 “처음 국제과를 만들 때는 국내에 전혀 없는 과정으로 해외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3년 전부터 국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면서 교내 갈등이 커졌다. 대학입시에서 고교별로 ‘쿼터제’가 적용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해외 대학 진학을 약속하고 들어온 국제과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면 일반과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7학년도의 경우 국제과 20명 가운데 13명이 국내대학 28곳에 지원해 전원 합격했고 6~7명이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내신등급 자체가 없어 특기자전형으로만 지원 가능하고, 학교 추천서도 받을 수 없다. 북일고 관계자는 “입학설명회 때부터 내부 규약상 국내 대학은 지원할 수 없고 내신이 없어 전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지만, 최근 국내 대학 지원 학생이 점점 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외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것보다 졸업 후를 생각하면 국내 대학 진학이 더 유리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일고 측은 신입생 선발에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제과는 국어와 예체능 과목을 제외하고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가 능숙해야만 수업 참여가 수월하다. 하지만 현 입시규정으로는 지원자의 영어 숙달 정도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게 학교 측 주장이다.

    북일고 관계자는 “국제과 개설 초기에는 자체 면접 툴을 가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교육청이 이를 막고 있어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이 크다. 결국 입학 후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이 많다. 이처럼 외부 평가와 달리 내부에서는 늘 크고 작은 진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국제과 1년 경비 18억 원이 부담?

    하지만 국제과 학부모들은 이러한 학교 측 주장에 ‘무책임하다’는 반응이다. 국제과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 시선이나 수업 관련 문제점은 학교 측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B씨는 “학교가 교내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없이, 해당 문제를 침소봉대해 그동안 북일고의 위상을 높여온 국제과를 단번에 폐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국제과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의 신분 유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과연 전과 같은 수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것. 학교 측은 “원어민 교사가 원할 경우 일정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이미 마음이 뜬 상태에서 과거 같은 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밝힌 국제과 폐지 사유에는 재정적 문제도 포함돼 있다. 국제과가 학교 예산의 대부분을 쓰고 있어 재단이 재정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과에 소요되는 1년 경비는 총 18억 원으로 대부분 원어민 교사의 인건비로 쓰인다. 국제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한화그룹이 금전적 지원을 끊으려고 국제과를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일반과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재원 균형 배분이 문제라는 것이지, 한화그룹 측의 지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느 쪽으로 매듭이 지어지든 이사회 의견을 존중할 것이며, 북일고가 명문 사립고로서 위상을 잃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일고가 충남교육청에 제출한 국제과 폐지 승인 신청은 6월 30일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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