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이영훈</b><br>● 1954년 서울 출생<br> ● 연세대 신학과 졸업,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석사,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 석사, 미국 템플대 대학원 종교철학박사 <br>● 미국 워싱턴 순복음제일교회 목사, 일본 순복음동경교회 담임목사, 미국 LA 나성순복음교회 목사 <br>● 現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굿피플 이사장,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사회공헌 계획 공식화
순복음교회는 5월 19일 창립 55주년을 맞아 55개 사회복지단체와 대학생 55명에게 후원금, 장학금으로 각각 100만 원씩 총 1억1000만 원을 전달했다. 교회 측은 “2013년 교회 목표 중 하나인 ‘사랑 실천에 힘쓰는 교회’를 이루려고 창립 55주년 기념예배를 우리만의 축제가 아닌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의 축제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사는 근래 순복음교회가 부쩍 강조하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다. 순복음교회는 3월 말 매년 교회 예산의 3분의 1을 사회적 약자 구제와 선교사업에 쓰겠다고 밝혀 교계 안팎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1년 예산이 1200억 원대이므로 약속대로라면 매년 400억 원을 내놓는 셈이다. 구제를 통한 선교가 명분이지만, 선교보다 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교회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종교 업무 담당자는 “한국 개신교 역사에 기록할 만한 쾌거”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다른 대형 교회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교회는 사회 구원보다 개인 구원에 치중해 사회 부조리에 눈감거나 약자 구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난한 자의 이웃이 아니라 부자들의 사교모임이라는 힐난도 있었다. 교회 성장의 추동력은 물질을 통한 축복이었고, 순복음교회는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모든 교회로 파급효과 기대
교계에서는 순복음교회의 적극적 사회참여 활동을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성장신화의 주역으로 물질 축복을 강조하던 조용기(77) 원로목사의 시대가 저물고 사회 참여를 중시하는 이영훈(59) 담임목사의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2008년 취임한 이영훈 목사는 조 목사와 그 가족을 둘러싼 분란 속에서도 유연한 리더십으로 설립 후 최대 위기에 빠진 순복음교회를 무난히 이끌어간다는 평을 받는다.
두 사람은 영적인 부자지간이라 할 정도로 가깝지만, 사회관에서는 차이를 보인다는 게 주변 평가다. 조 목사는 정통 보수로 우익 성향이 강하지만 이 목사는 진보적 보수라는 평을 듣는다.
이 목사는 ‘주간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과 북한 돕기를 강조했다. 조 목사 가족을 둘러싼 교회 안팎의 분란에 대한 인간적 고뇌도 털어놓았다.
▼ 해외에 자주 나가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강연 요청이 많습니다. 지도자 세미나, 교회성장 세미나 등에 초청돼 강연을 합니다. 또 해외에 나가 있는 선교사 모임에 참석해 격려도 하고요.”
이 목사는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에 나간다고 했다.
▼ 그럼 설교를 못 할 때도 있나요.
“제가 어딜 가더라도 토요일엔 꼭 돌아와서 주일을 지킵니다. 지난 5년 동안 주일설교를 빼놓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 건강이나 체력엔 문제가 없는지요.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비결을 공개하자면 마음가짐입니다. 마음이 늘 즐겁고 기쁘면, 매사 긍정적으로 사고하면 건강을 잃지 않습니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니 아무리 바빠도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건강합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거들었다.
▼ 참 단순한 진리인데 보통 사람은 실천을 잘 못하죠.
“절대긍정의 자세를 가져라. 이것이 저 자신을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스트레스가 닥쳐도 기뻐하려 노력하고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는 거죠.”
이 목사는 세계 최대 교회 담임목사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투박하고 소탈한 느낌을 준다. 외모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다.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머리는 안정감을 주고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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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와 선교는 한 몸
▼ 어떻게 교회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와 선교 사업에 쓰겠다고 결정하게 됐습니까.
“성경을 보면요, 초대교회에서 한 일이 대외적으로는 선교이고 대내적으로는 구제입니다. 구제와 선교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도 성경에 충실한 교회로 돌아가야겠다, 그러려면 구제와 선교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사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실천해왔는데, 이번에 사회공헌 계획을 구체화하고 공식화한 겁니다.”
▼ 교회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자는 것이니 다들 잘 따라주더라고요. 현대 교회에서 빠진 부분이 바로 나눔입니다. 초대교회 시절엔 교회 안에 궁핍한 사람이 없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교회가 가진 것을 다 나누니 적어도 교회 안에서는 가난한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이 없고 신분차별도 없었죠. 사회에서 굉장히 칭찬받는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서 비판받는 공동체가 된 것은 사랑의 영역이 약해졌기 때문이죠. 그것을 회복하자는 겁니다. 앞으로 이런 운동이 모든 교회로 파급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봅니다.”
그는 “그동안 교회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회에 충격을 줄 만큼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좀 소홀했다고 봐야겠죠.
“예.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었죠. 그런데 성장을 이룬 다음에는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소외된 사람을 보살피는 일을 해야죠. 제가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할 때 전국홈리스대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노숙자를 비롯해 집을 나와 떠돌아다니면서 일용직을 구하는 사람이 50만 명쯤 되더라고요. 정부는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지만요. 그런 사람들이 다시 가정으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위원회에서 돕는 거죠. 지금은 NCCK 차원을 넘어 다양한 교파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1년 1년간 NCCK 회장을 지냈다. NCCK는 사회선교,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등에 앞장서온 기독교 내 대표적인 진보단체다. 보수성이 강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더불어 한국 기독교 교단 모임의 양대 축을 이룬다.
▼ 구제와 선교는 떼어놓을 수 없겠죠?
“같이 가는 거죠.”
▼ 구제를 통해 선교를 하는 거니까….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섬기다 보면 자연히 선교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대상자가 종교적 접근을 부담스러워해 거부하는 경우도 있을 법한데요.
“우리 교인들이 연말마다 1만 가정을 방문해 생필품 패키지를 선물합니다. 10만 원 상당이니 10억 원쯤 되죠. ‘예수 믿으라’는 말은 하지 않고 ‘교회에서 여러분을 섬기러 왔다’고 하니 다들 반가워하더라고요.”
▼ 1만 세대는 어떻게 선정합니까.
“서울시 각 구에서 추천받습니다. 대상은 극빈가정입니다. 교인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어요.”
순복음교회는 북한 돕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7년 평양에서 착공식을 한 조용기심장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이 병원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2010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자꾸 늦춰져 현재 35% 공정에 묶여 있다.
“횟수로 6년째인데 그냥 멈춰 있습니다. 6개월만 더하면 끝난다는데.”
▼ 남북관계 경색이 원인인가요.
“남쪽이 되면 북쪽이 안 되고, 북쪽이 되면 남쪽이 안 되고…. 지난해에도 거의 다 풀었는데 막판에 막혔어요. 북한에 물자 보내기로 하고 날짜까지 협의한 상태였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여러 번 건의해 허락을 받았고요. 북한에서 마지막으로 연락 오기를 홍수가 났으니 쌀과 시멘트를 보내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았어요. 군사적 용도로 쓰인다면서.”
이 목사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우리가 통 크게 양보했다면 확 풀렸을 텐데… . 아쉬움이 있죠. 이번 정부에서는 정말 통 크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을 도와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자꾸 힘겨루기만 하고 자존심 싸움만 하니…. 제가 북한에 세 번 갔다왔는데, 그 사람들이 가진 건 자존심뿐입니다. 굉장히 강하죠. 그걸 존중해주면서 협력사업을 벌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북한은 도와야
▼ 정부도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는 늘 북한에 뒤통수 맞는다고 생각하잖아요. 맡겨놓은 것처럼 막무가내로 내놓으라 하고.
“그래도 도와줘야 합니다. 왜? 한국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40대 1입니다. 뒤통수 맞는다고만 생각지 말고 굶주린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도와주면 그쪽도 마음 문을 열 겁니다. 평양 심장병원만 해도 그쪽 사람들 만나 보니 ‘남쪽 교회에서 지어주는 것’이라며 무척 고마워하더라고요. 북한 주민들이 알 건 다 알아요.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정치적 어려움이 있어도 식량 지원의 문은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핵약 같은 의료지원도 마찬가지고요. 사랑의 힘으로 북한 사회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억압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 현금보다 현물이 실제적인 도움을 주겠죠. 문제는 악용한다는 건데….
“쌀은 군량미로 쓴다니 밀가루를 주면 됩니다. 밀가루는 일반 주민한테 가요. 시멘트, 비료 등은 요청하는 대로 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는 악용 논란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했다.
“동포인데 뭘 따져요? 다 줘도 결국 우리 것인데, 왜 못 주겠어요.”
이 목사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기독교단체 대표가 없다. 지난해 1월 강영섭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이 죽은 후 후임을 정하지 않아서다. 강 전 위원장은 강양욱 전 부주석의 아들이다.
▼ 북한 종교는 관제 아닌가요.
“당에서 통제하는 건 틀림없지만, 저는 그 안에도 독실한 그리스도인이 있다고 봐요. 예배 볼 때 진짜 감동해서 눈물 흘리는 분들을 봤거든요. 지하교회도 많을 겁니다. 노출되지 않아서 그렇지. 새터민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지하교회에서 주님을 섬기다 넘어온 사람이 꽤 있더군요.”
▼ 발각되면 난리나겠죠.
“그럼요.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평생 격리되니까.”
이쯤 해서 이 목사가 난처해할 질문을 던졌다. 먼저 말 많고 탈 많았던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영산은 조용기 목사의 호다. 이 재단의 전신은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인데, 2008년 조 목사의 은퇴 후 활동을 위해 교회가 기금을 출연해 만들었다. 2011년 재단 경영권을 놓고 교회 측과 조 목사 가족이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장로들은 조 목사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재단에서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아들은 물러났지만 부인은 더 높아졌다. 재단이 임시이사회를 통해 김 총장을 공동이사장에 선임한 것. 장로들과 목사들로 구성된 당회는 “임시이사회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별도로 재단 이사진을 구성했다. 양측은 법적 다툼까지 벌였지만, 결국 조 목사 뜻대로 김 총장은 공동이사장이 됐다.
▼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이 상당히 시끄러웠는데 어떻게 정리가 됐나요.
“재단은 조용기 목사님의 2기 사역을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교회 측에서 더는 관여하지 않는 걸로 정리했습니다. 모든 권한을 재단에 위임하고.”
2011년 8월 전남 해남 아동센터를 방문한 이영훈 목사(왼쪽)와 2011년 12월 성탄절 나눔행사.
▼ 장로들이 가만히 있나요.
“예. 원래 교회가 바란 것은 조 목사님 단독 이사장이었어요. 하지만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 꽤 골치 아팠겠습니다.
“조 목사님은 저의 영적 스승입니다. 평생 목사님의 사역을 뒷받침해야 하는 저로선 목사님과 어떤 갈등도 없기를 바랍니다. 장로님들이 (조 목사님) 가족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리라 봅니다.”
▼ 교회가 재단에 출연한 기금이 얼마나 되죠.
“500억 원 출연했는데, 많은 사람의 후원으로 지금은 예산이 570억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 조 목사님같이 목사로서 성공한 분도 아들들 때문에….
“그것이 가장 힘들어요. 사실 큰아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재판도 진행 중이고.”
그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과거를 들추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런데 장로님들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서 완전히 차단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거죠.”
▼ 그 와중에 목사님도 반대파로부터 공격을 받았죠.
“많이 받았죠. 오해도 많이 받았고. 하지만 오해는 풀리리라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거든요. 윤창중(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만 봐도 그렇잖아요. 내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교회를 섬기고 조 목사님을 잘 모시니 주변에서 싸움을 붙이는 세력이 있습니다. 조 목사님께 내가 안 한 일을 했다고 거짓을 고하고….”
▼ 이 목사님이 마치 조 목사님과 그 가족을 몰아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렇게 음해하는 세력이 있지만, 저는 지금도 목사님 잘 모십니다. 목사님이 매일 새벽 5시 반에 교회에 나오시거든요. 목사님을 사무실로 모셔다드리는 것으로 제 일과를 시작합니다.”
▼ 조 목사님과 가까운 특정 세력이 이 목사님을 몰아내려는 작업을 벌인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런 얘기가 들려도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그냥 취임한 게 아니거든요.”
이 목사는 3차례 투표를 거쳐 취임했다. 처음 2차례 투표는 2006년 당회에서 이뤄졌다. 당회는 먼저 조 목사가 추천한 7명 가운데 3명을 가려낸 뒤 다시 투표를 통해 그중 한 명, 즉 이 목사를 선출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후 이 목사는 전 교인 인준투표를 거쳐 정식으로 취임했다. 2008년 5월의 일이다. 전 교인 투표로 담임목사를 선출한 것은 한국 교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 목사를 비판하는 사람 중에도 이 점만은 높게 평가하는 이가 많다.
교회에 대한 비판 겸허히 수용
순복음교회에는 대통령 탄핵제도와 비슷한 담임목사 불신임제도가 있다. 먼저 당회에서 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불신임 발의가 있어야 한다. 이어 출석교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불신임이 가결되면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 특정 세력이 이 목사님을 몰아내려면 일단 당회부터 움직여야겠군요.
“(웃음) 제가 취임한 후 교인이 크게 줄거나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면 모를까. 그 분들이 유인물도 돌리고 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소문만 돌았죠.”
▼ 저도 봤습니다.
“뭐 제가 3년 동안 100억 원을…. 그 돈 한 번 만져보면 좋겠어요(웃음). 그분들이 저의 과거를 다 조사했어요. 하나 찾아낸 게, 대학교수인 제 아내가 2000년 주택청약 넣어 5년 후 당첨된 거예요. 3년 동안 납부해 2008년 아파트를 분양받았죠. 그걸 제가 취임한 후 산 거라고…. 그리고 제가 교회 공관에 거주하는데, 그걸 또 제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이라며 아파트가 몇 채라고 소문낸 겁니다.”
▼ 목사님이 사례비 등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는 얘기도 있죠.
“그거 다 공개했습니다. 그간 제가 밖에서 설교하고 강연하면서 받은 돈은 다 교회에 헌금으로 냈습니다. 진실은 시간이라는 심판대에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 조 목사님에 대해서도 재산이 많고 받는 게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죠.
“제가 취임 후 가장 힘들었던 게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손길이 많은데 다 도와주지 못한 겁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 쓸 데가 많아요. 목사들이 치부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들은 이 목사가 회장을 지낸 NCCK를 좌파 성향이라고 공격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일부만 보고 전체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NCCK에 진보 성향이 있는 건 맞죠.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진보 성향이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 북한에 대해 포용적 자세를 취하는 것도 비판을 받는 건가요.
“그런 점도 있겠죠. 그런데 그보다 논란이 되는 건 종교혼합주의나 종교다원주의입니다. 저는 그것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다른 종교들과 대화하고 화합하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한국 교회가 유난히 독선적이고 배타적이죠.
“그런 점이 있죠. 또 남북대치 상황에서 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게 된 면도 있습니다. 일종의 양극화죠. 통일한국이라면 그런 문제가 없을 텐데.”
▼ 순복음교회 내부에서도 목사님이 진보세력과 가깝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는데요.
“저는 한 번도 종교혼합주의나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4대째 장로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고, 미국에서 정통 장로교단인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그런 제가 신학적으로 공격을 받는 건 말이 안 되죠.”
▼ 대형교회의 물질주의와 물량주의, 담임목사직 세습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교회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봐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교회의 사명인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겁니다. 가진 자가 너무 많이 가진 게 우리나라의 큰 문제거든요. 부의 재벌 편중이 나라 망칩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서도 이런 얘기를 했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대통령선거 직전 만났어요. 삼성 같은 재벌기업이 돈 쌓아놓고 쓸 데가 없어 고민하니 정부에서 길을 열어주자고 얘기했습니다. 예컨대 대기업에서 반값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으면 정부에서 그만큼 세제혜택을 주는 겁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윈윈(win-win)하자는 거죠. 또 1% 대 99%가 아닌, 100%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문제 핵심이 가진 사람은 점점 더 갖고 없는 사람은 더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라고 봅니다. 노사가 늘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러니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내놔야 문제가 풀립니다.”
▼ 그걸 교회에 적용해도 되겠군요.
“그렇죠. 큰 교회가 먼저 많이 내놔야 합니다. 아낌없이.”
순복음교회는 2010년 1월 지성전 20개를 독립교회로 분리했다. 그 결과 본교회 예산이 1800억 원대에서 1200억 원대로 줄었다고 한다.
“헌금을 쌓아두지 않고 다 쓰려 합니다. 2011년 결산에선 1억 원, 지난해엔 3억 원 남았어요. 2011년부터 회계법인에 우리 교회의 재정 분석을 맡기고 있습니다. 예산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공개해 교회 경리부에서 열람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큰 교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재정 불투명이거든요. 납세 문제도 떳떳해요. 1970년대부터 모든 교역자가 세금을 내고 있으니.”
현재 순복음교회 교역자(목사, 전도사)는 400여 명이다.
▼ 목사직 세습은 어떻게 봅니까.
“세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적임자냐 아니냐가 기준이라고 봅니다.”
▼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식이라도 상관없다?
“예. 잘못된 사람이 와서 교회를 망가뜨리는 것보다 낫죠. 아들이라도 적임자이고 교인들이 전적으로 동의한다면 문제없다고 봐요.”
세상 변화시키는 것이 사명
▼ 한국 대형교회의 시대적 사명이라면?
“개인 구원, 사회 구원이 같이 가야죠. 그동안 이게 분리된 게 한국 교회의 문제였습니다. 예전엔 축복 받고 천국 가는 개인 구원을 강조했죠.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된 이제는 사회 구원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회가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하죠. 더 나아가 생태계 구원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만든 자연이 파괴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잘 보존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봅니다.”
▼ 기독교 신앙은 있지만 교회 행태에 실망해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사람을 보고 교회 다니면 안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어요. 문제가 있으면 내부에서 끌어안고 기도하면서 해결해야 합니다. 밖으로 자꾸 나가면 교회도 약해지고 당사자도 약해집니다.“
▼ 기복신앙에 치우친다는 비판도 받는데요.
“예수 믿어 복 받아야죠. 그런데 복 받은 다음이 중요합니다. 이웃에게 베풀고 나눠야죠. 그것이 복 받는 목적이 돼야 합니다.”
▼ 과학기술 덕분에 사회는 발전하지만 개개인의 삶은 더 황폐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일상에서 점점 더 쫓기며 환경은 파괴되고…. 예수가 다시 온다는 이른바 재림 때까지 인류사회가 더 나아질 거라고 보나요.
“인간의 탐욕을 극복하는 게 당면과제입니다. 저는 마지막 때가 가까울수록 큰 부흥이 일어나 세상이 굉장히 선해지고 아름답게 변화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때가 되면 성경에서 말하는 종말이 올 겁니다.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약속한 시간이 다 됐다. 기자는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가파른 목소리로 질문했다.
▼ 기독교 정신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뭘까요.
“절대 절망을 절대 희망으로 바꾼다는 거죠.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으로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 앞으로 순복음교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건지요. 교회 내 분열부터 해결해야 할 텐데.
“큰 분열은 없습니다. 어느 교회나 자잘한 문제는 있게 마련이죠. 언젠가 기독교방송과 인터뷰할 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어떤 목사로 남길 원하느냐’ 묻기에 ‘제 이름은 기억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만 남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요. 지금도 그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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