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경기 부천시 오정동 OBS 본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18대 대통령후보자 50대 정책토크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은 안 원장이 불출마하거나 독자 행보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캠프 구성원마다 조금씩 생각이 다르지만, 박근혜 캠프에서는 안 원장 자신은 출마를 접고 민주당을 도와주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방식의 시나리오가 박 후보에게 가장 위협이 되리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이 계속 대선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건 박 후보에게 부담이 되리라 보고 있다. 안 원장이 자신보다 지지율이 낮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경우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출마 시기도 관심사다. 박근혜 캠프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 컨벤션 효과를 상쇄하고 민주당 경선 붐을 차단하려고 8월 말이나 9월 초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 그리고 검증 국면을 최대한 늦추려고 9월 말 민주당 경선 이후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 모두에 대비하고 있다.
전략 1 안철수의 불안함을 공략하라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의 최대 강점이자 안철수 원장의 최대 약점이 국정운영 능력이다. 안 원장은 국정운영 능력에 의심을 나타내는 비판 여론에 “수영하는 사람에게는 수심 2m나 태평양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성공한 기업가이니 대통령 소임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였지만 최고경영자(CEO)와 대통령의 구실은 다르다는 견해가 많다.
안 원장이 책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도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 원장의 책을 꼼꼼하게 분석한 박근혜 캠프는 더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캠프는 안 원장의 말 중에 앞뒤가 맞지 않거나 향후 실천하기 힘든 부분을 정리했다. 안 원장이 출마 이후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거나 공약을 발표할 때 책과 100% 일치하는 의견을 낼 수 없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박근혜 캠프는 야권연대가 본격화할 경우 안 원장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4·11 총선 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안 원장이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과 연대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캠프 관계자는 “책에서 현안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다 섞어 쓰다 보니, 대북정책만 봐도 금강산 관광은 재개해야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기업가 출신인 안 원장이 좌파 성향이 뚜렷한 야권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야권연대 후보가 될 경우 박근혜 캠프는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안 원장이 야권과 연대한다면 국정운영이 산으로 갈 수 있다”며 불안함을 부추기는 공세를 취할 태세다.
이와 맞물려 박근혜 캠프는 안 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인 박 후보의 준비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가 5년 동안 준비해온 많은 정책과 주변 인물들을 본선에 투입하려고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초점을 맞췄던 정책은 본선 때 일자리 정책과 미래 먹을거리 사업인 성장동력에 대한 정책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경제민주화 이슈는 이미 선점 효과를 본 데다, 구체적 정책 실현 방법이 야권이나 안 원장과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고민에 따른 것이다. 성장동력 정책은 이공계 출신인 박 후보의 강점을 살리는 것은 물론, 가장 시급한 경제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이 늘 1위에 꼽히는 여론조사도 반영한 것이다. 박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은 여러 각도로 일자리 창출 정책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캠프는 안철수 원장이 출마 의사를 접고 민주통합당을 돕는 시나리오가 가장 큰 위협이 되리라고 본다. 지난해 10월 24일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한 안철수 원장(왼쪽).
박근혜 캠프도 안철수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략을 섣부르게 시도하기 힘들다고 본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너희보다 낫다”는 냉소만 들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월 13일 안철수재단 활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유권해석을 내렸을 때 박근혜 캠프 안에서는 “안 원장이 좋은 일 하려는 걸 새누리당과 정부가 막았다”는 여론이 생길까 봐 우려했다. 캠프 관계자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은 그를 낙마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 ‘성인(聖人)’ 수준인 안 원장 이미지를 ‘기업가’로 낮추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박근혜 캠프는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와 MBC TV 프로그램 ‘무릎팍도사’, SBS TV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출연 등 국민과의 제한된 접촉을 통해 고귀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안 원장이 벤처기업을 운영하거나 기업 사외이사를 하는 과정이 드러나면 그런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안 원장이 재벌 2, 3세들의 친목모임인 V-소사이어티 회원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40대 여론이 상당히 출렁거리는 것을 목격한 이후 그런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캠프와 당에서는 안 원장의 기업가 시절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전략 3 박근혜의 변화 이미지를 부각하라
위의 두 가지 전략이 안 원장의 약점을 부각하는 전략이라면, 박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대책도 마련 중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R· R) 배종찬 본부장은 “이번 대선에서 키를 쥔 40대는 안정 속 변화를 원하는데 박 후보는 안정, 안 원장은 변화 이미지가 강하다”며 “박 후보가 변화, 안 원장이 안정 이미지를 누가 더 겸비하느냐가 승부의 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후보가 경선 슬로건을 ‘박근혜가 바뀌네, 박근혜가 바꾸네’로 정한 것도 이런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캠프는 ‘박근혜가 바뀌네’의 핵심으로 5·16 군사정변을 비롯한 역사관의 변화와 비박(비박근혜)주자 화합을 비롯한 소통·화합의 이미지 제고 두 가지로 보고 있다. 5·16 군사정변에 대해 박 후보의 기존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5·16 군사정변이 형식상 쿠데타”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는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후보가 5·16 군사정변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쿠데타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갖는 점을 감안해 캠프에서는 박 후보에게 쿠데타가 가치부정적 단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두 번째인 비박주자들과의 화합, 국민과의 소통 강화 부분은 이미 박 후보가 행동에 옮기겠다는 뜻을 캠프 실무진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경선 이후 박 후보를 줄곧 비판해온 비박주자들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중용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유세 형식의 판에 박힌 만남이 아니라 국민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 중이다. 본선에서는 박 후보가 감동 정치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박근혜가 바꾸네’ 슬로건은 정책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그 큰 축은 주거와 교육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