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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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중국이 새 정부에 보낸 진짜 메시지 “사드 철회 아니면 전기코드 뽑아라”

中 정부 차원 보복 완화 없어, 더 엄중한 ‘사드 철수’ 경고

  •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unnybbsfs@gmail.com

    입력2017-05-29 1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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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출범 후 여기저기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완화됐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개별자유여행(Free Independent Tourism·FIT)을 중심으로 한 한국 여행 허용 움직임이 보이는가 하면, 우리나라 한류스타의 활동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 기조 또한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 본부 등에 따르면 이달 중순 중국 세관의 한국산 식품에 대한 표본검사가 사드 갈등 이전 수준으로 되돌갔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부터 급격히 하락하던 화장품 관련주도 최근 들어 회복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징후만을 근거로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중 갈등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단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다소 느슨해진 경제제재 고삐를 언제 다시 바짝 죌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치명적인 외교 실책이 새로운 정부에 큰 숙제를 안긴 셈이 됐다. 물론 최근 이해찬 특사의 방중은 중국과 소통채널을 뚫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제는 중국이 새 정부 환영과는 별개로 ‘사드 철회’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특사의 방중 기간에 발생한 다분히 의도적인 의전 결례는 ‘사드는 정부가 바뀌었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천명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특사 면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석에 앉은 것은 중국이 생각하는 한중관계의 ‘정상화’가 무엇인지를 강력하게 시사한다.



    중국, 사드 경고 낭독

    한국 특사단을 시 주석의 아랫자리에 앉힌 명백한 의전 결례에 대해 중국 언론은 특유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누구도 그 의미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홍콩의 친중국매체 봉황(鳳凰)TV가 이에 대한 ‘해설’을 내놓았을 뿐이다. 봉황TV 뉴스 앵커는 “한국 특사단을 맞이해 시진핑 주석이 중앙 상석에, 시진핑 앞쪽 왼편에는 중국 측 관료들이, 한국 특사단은 시진핑 앞쪽 오른편에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화면에 뻔히 보이는 모습을 굳이 말로 설명해준 것. 더욱이 현장 기자는 말 속도까지 늦춰가며 하나하나 짚어가듯이 이 모습을 설명했다. 이런 광경은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심볼리즘’ 정치의 일환으로, 우리에게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중국은 중한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에만 의미를 두고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200여 개국에 ‘고도의 중시(高度重視)’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국은 그중 한 나라일 뿐이다. 

    이 특사의 방중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참석한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있었던 몇 가지 일화를 살펴보면 중국 속내가 무엇인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일대일로 특사단 가운데 한 명이던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5월 17일 종합편성채널 JTBC와 인터뷰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장관급인 외교부장보다 높은 직급)이 한국 특사단과 면담할 때 A4 종이에 한중관계에 대한 소회를 적어 와 그 자리에서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면담 후반부에는 사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다음에 (특사가) 올 때는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상대 국가에 엄중하게 경고할 때 관련 인사를 소환해 구두로 항의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한 종이에 항의 내용을 적어 ‘낭독’할 뿐이다. 화난 표정이라기보다 오히려 무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방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하나하나 짚어준다. 낭독을 마친 뒤에는 역시나 별다른 표정 없이 종이를 접고 면담 장소를 빠져나간다. 비슷한 일을 이번에는 한국이 당한 것이다.

    대선 전 중국을 방문한 한국 측 인사들은 ‘이미 들어온 사드는 철회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신호를 중국 측에 보내며 중국의 기대를 낮추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사드 철회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압력과 회유를 동반한 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는 중국 특유의 협상 마인드가 작동하는 것이다. 5월 18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언론으로부터 이해찬 특사 방중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非常明確).”



    사드 보복 완화, 한국 대처 보고 결정

    항간에 들려오는 한한령 완화 조짐은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아직 한한령을 해제하지 않았다. 롯데마트 인터넷 홈페이지 재접속, 관광 재개, 중국 관련 주식 가격 상승, 학술 교류 재개 조짐, 비즈니스 가능성 타진 등은 일부 중국 기관과 업자가 한한령 ‘해제’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 한국 측에 과장돼 전달된 측면이 크다. 시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눈치껏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은 어르신이 헛기침만 해도 아랫사람이 알아서 움직이는 나라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여전히 사드 철수다. 더욱이 중국은 △1개 포대, 대북한용, 미국 부담 원칙 준수 △문 대통령이 이 원칙들을 다시 천명, 확인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불가입 △북핵 위협 제거되면 사드 철수 등 한국 학계에서 제기한 여러 절충안조차 받아들일 생각이 결코 없어 보인다. 온건파인 중국 외교부와 강경파인 군부 간 입장 차로 “중국도 사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실체가 명확지 않다.

    중국은 한국이 선언식 해법이 아닌, 실질적 행동과 조치를 취하길 원한다. 지금 중국의 기본 생각은 ‘사드 완전 철수’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이미 들어온 사드의 ‘전기코드를 뽑는 것(拔掉電源線)’이다. 즉 사드 가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런 자신들의 생각에 맞춰 한국이 그에 합당한 해법을 들고 와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그것이 이번 중국 측이 한국 특사를 통해 보낸 메시지다.

    향후 중국은 현 수준의 경제 보복 수위를 더 강화하지 않는 선에서 한국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공산이 크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을 완화한 적이 없다. 만약 완화한다면 사드에 관한 국회 논의 등 공론화 과정을 지켜본 뒤 그 수위를 조절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군사적 수단을 쓰지 않고도 경제적 보복으로 상대국 ‘길들이기’에 성공한 바 있다. 앞으로 새 정부는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사드 교섭 채널을 원활하게 운용하면서 중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를 투입해 미·중 사이에서 영민한 ‘셔틀 외교’를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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