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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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4월 위기설’ 항미(抗美) 김정은 vs 패권(覇權) 트럼프

美 ‘역대급’ 쌍용훈련으로 북핵 직접 저지 무력시위…北 이달 ICBM 발사 가능성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7-04-11 18: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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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과 북한이 맞붙는다는 ‘4월 위기설’ 혹은 ‘4월 전쟁설’이 퍼지고 있다. 미국 심층부의 의도는 미국 언론이 빨리 감지한다. 미국 3대 지상파 가운데 하나인 NBC의 메인 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가 한국으로 날아와 한반도 위기를 소재로 한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한 것도 이 위기설이 확산된 원인으로 꼽힌다.

    예년과 다른 한미연합군의 훈련도 주목거리다. 한미연합 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된다. 한국군이 인민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이 미 본토에서 항공모함 전단이 달려오면 한미 공군과 해군, 그리고 육군의 미사일 부대가 한 덩어리가 돼 북한을 초토화하는 반격작전을 펼친다. 항공기와 미사일로 하는 이것을 ‘A(Air) 작전’이라고 한다.

    이 연습을 위해 날아온 것이 F-35B 스텔스 전투기와 B-1 폭격기 등이다. 북한은 B-1이 날아온 것은 부정확하게 맞혔고, F-35B의 출격은 알지 못했다. 한미연합군은 인민군 레이더가 스텔스기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때문에 F-35B나 그보다 우수한 F-22,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하 은신처인 ‘철봉각’ 등이 있는 상공까지 안전하게 침투해, 이 벙커를 파괴하는 관통탄을 투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반도 ‘4월 위기설’ 확산

    그사이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국 해병대 3원정군이 달려와 한국 해병대 1사단과 이른바 ‘쌍용부대(연합해병대)’를 만든다. 그리고 A 작전에 맞선 북한의 응전이 잠잠해지면 ‘두 마리 용’은 북한 중심부를 향해 돌격 상륙하는데, 이를 위해 매년 반복해온 것이 쌍용훈련이다. 그와 동시에 한국 육군 7군단과 한미연합사단이 주공 · 조공으로 나눠 북진한다. 북한 전역 장악을 목표로 지상군이 출동하는 ‘G(Ground)’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쌍용훈련은 ‘역대급’이었다. 예년에 미 해병대는 대대급 부대를 파견했는데, 이번에는 세 곱을 보냈다고 한다. 언론 홍보는 자제했지만 20여 개국의 고위 장성을 초청해 참관케 했다. 이는 유사시 유엔사를 확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겉으로는 유엔사, 안으로는 한미연합사’로 전쟁을 치르려는 것이다. 

    A와 G 작전 사이 참수작전을 펼친다. 미 육군은 30시간 이상 체공하는 저격용 무인기 ‘그레이 이글’을 의심지역에 띄워놓고 감시하다, 은신처를 옮기는 김정은과 북한 요인들이 보이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 공군은 스텔스기인 F-22를 띄워놓고 감시하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바로 지하 관통탄을 투하한다. 한미연합 특수전사령부는 미 해군의 ‘데브그루’, 미 육군의 ‘델타포스’, 한국군의 특임여단을 대기시켜놓은 뒤 명령이 떨어지면 미 공군의 MC-130과 한국 공군의 C-130H에 태워 좀 더 정밀한 참수작전을 펼치게 한다. 그러는 사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와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것에 대비한다.

    이러한 4개 작전의 순서를 바꿔 축소하면 ‘선제타격’이 된다. 북한군이 공격 조짐을 보이면 먼저 A 작전과 참수작전을 펼치고, 사드와 SM-3로 북한 역습에 대비한다. G 작전은 ‘침략했다’는 오해를 피하고자 보류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수뇌부는 이 작전 개념을 보고받고, 대북·대중 전술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념과 다른 협상술을 구사한다. 상대와 논의를 거듭해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것을 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통고함으로써 강요된 협조를 이끌어낸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로 이러한 화법을 구사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미국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핵을 제지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고 통고하듯 말했다.



    “김정은은 절대로 미국에 밀리려 하지 않는다”

    그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통고하듯 대화한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준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북핵 문제도 해결하라는 숙제를 던져주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고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독수리연습에 역대급 부대와 장비를 파견한 듯하다.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 엘리트 출신의 한 탈북자는 ‘항미(抗美)’라는 콘셉트로 설명했다. 남조선을 점령한 미제(美帝)가 핵무기를 배치하고 경제를 봉쇄해 조선 인민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김정은 동지가 핵을 개발해 이를 막아내고 있으니 북한 인민이 배신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은의 권력은 항미에서 나온다. 김정은은 재일교포 출신인 고영희에게서 태어났기에 항일을 바로 내세우기 어려워 항미를 강조한다. 김정은 등장 이후 아리랑 축전은 완전히 사라지고, 군사 퍼레이드가 많아졌다. 아리랑 축전은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소재로 한 것이었고, 지금의 군사 퍼레이드는 미국에 맞서는 핵·미사일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은 감추려는 성향이 짙었으나 김정은은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핵·미사일 과학자를 공개한 적이 없는데, 김정은은 ‘맞담배’를 피우고 ‘어부바’를 하며 그들을 공개한다. 그들에게 분양해주겠다며 평양 여명거리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공사를 독려하고 있다. 김정은은 절대로 미국에 밀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특한 두 사람의 리더십이 마주치고 있는 곳이 지금의 한반도다. 트럼프 대통령 곁에는 호흡을 척척 맞춰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있고, 한국도 있다. 반면 중국에게는 “알아서 하라”고 몰아세우며 협조를 강요하고 있다. 시 주석이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때문에 4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김일성 탄생 105주년, 김정일 탄생 75주년, 김정은 탄생 35주년, 인민군 창건 85주년, 그리고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된 5주년인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따라서 태양절(4월 15일)이나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무렵에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군사 퍼레이드에 그 모형이라도 내놓을 공산이 크다. 그 같은 도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면 한국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發) 충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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