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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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미끄럼틀 타고 아찔한 활강… ‘시민 놀이터’ 된 동작구청 신청사

[진짜임? 해볼게요] 장승배기 청사 한복판에 높이 15m 초대형 미끄럼틀 설치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5-10-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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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서울 동작구청 신청사에 설치된 대형 미끄럼틀 ‘디라이드’(가칭)를 타면 지상 2층 높이에서 지하 1층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서울 동작구청 신청사에 설치된 대형 미끄럼틀 ‘디라이드’(가칭)를 타면 지상 2층 높이에서 지하 1층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이거 타려고 친구들이랑 같이 반차 내고 왔어요.”

    10월 17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구청 신청사 지하 1층 미끄럼틀 앞. 막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직장인 김모 씨(29)가 한 말이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디라이드’(D-Lide·가칭)를 타려고 구청을 찾았다. 동행한 주서희 씨(28)는 “디라이드 관련 기사를 보고 친구 넷이 구청에서 만나기로 했다. 3시에 한 번 더 탈 예정”이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올해 7월 45년 만에 서울 노량진에서 장승배기로 이전한 동작구청은 요즘 구내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꼽힌다. 청사 한복판에는 높이 15m짜리 초대형 미끄럼틀 ‘디라이드’가, 지하에는 푸드코트와 오픈스튜디오가 들어섰다. 동작구에 따르면 9월 4일 디라이드 개장 이후 10월 12일까지 약 12만 명이 다녀갔다. 행정기관이라기보다 ‘시민 놀이터’에 가까운 이 공간을 직접 확인했다.

    “미국에서 타러 올 만하다”

    청사 입구 안내대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진으로만 보던 디라이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생각보다 훨씬 컸고, 미끄럼틀에 가까워질수록 “꺅” “아악” 하는 비명이 웃음소리와 함께 뒤섞여 들렸다. 관공서에서는 들을 수 없을 법한 낯선 소리였다. 디라이드는 박일하 동작구청장이 싱가포르 공항의 대형 미끄럼틀을 참고해 구상했다고 한다. 



    디라이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시 정각에 20분 동안 운영된다. 오후 3시쯤 다시 현장을 찾으니 앞서 만났던 김 씨 옆에 대학원생 최지영 씨(29)가 합류해 있었다. 최 씨는 “‘처음엔 친구들이 왜 자꾸 구청에서 만나자는 건지 의아했는데 와 보니 이유를 알겠다. 미국 시카고에서 왔는데 정말 재밌다. 미국에서 이거 타러 올 만하다”며 웃었다.

    디라이드는 2층 꼭대기에서 시작되는 길이 35m 1호기(키 120㎝ 이상 탑승 가능)와 길이 19m 2호기(키 110㎝ 이상 탑승 가능)로 나뉜다. 헬멧과 팔꿈치 보호대, 팔토시를 착용한 뒤 양탄자 모양의 매트를 타고 워터슬라이드를 타듯이 내려온다. 안전 요원은 “어른과 아이 탑승객 비율이 반반이고 주말에는 인파가 몰려 긴 대기줄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기자도 직접 탑승해봤다. 함께 탄 8명 중 7명이 성인이었다. 5분가량 안전 교육을 받고 안내에 따라 순서를 기다렸다. 매트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뒤 완전히 누운 상태로 머리를 살짝 들고 턱은 당겨야 했다. 예상보다 하강 속도가 무척 빨랐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는 여권 신청이 한창이었는데 그런 공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재밌었다.

    동작구민 구아형 씨(47)는 “지난주 토요일에 한 번 타고 오늘 또 왔다”며 “아이는 여길 ‘동작구청 놀이터’라고 부른다. 구청이 이렇게 바뀌니 편하게 드나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동작구청 신청사 지하 1층에 있는 동작 오픈 스튜디오. 지호영 기자

    동작구청 신청사 지하 1층에 있는 동작 오픈 스튜디오. 지호영 기자

    주민이 놀 수 있게 개방된 청사

    동작구는 애초 주민이 언제든 놀러올 수 있는 개방된 청사를 구상했다고 한다.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인 건물 내부도 행정업무 공간과 상업시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관상(官商) 복합청사’로 꾸몄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상가와 푸드코트, 2층부터 10층까지는 통합민원실과 41개 행정부서가 자리한다. 동작구 홍보담당관은 “관내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은 점을 고려해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유치하고자 미끄럼틀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신청사 부지는 전통시장 ‘영도시장’이 있던 자리다.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들과 ‘상생’하고자 그들에게 청사 입점 우선권을 부여했다. 현재 푸드코트에는 ‘장승떡볶이’ ‘보영식당’ ‘구청칼국수’ 등 여러 식당이 입점해 있는데, 그중 장승떡볶이 백원선 사장(59)은 영도시장에서 순대를 만들어 팔던 상인이다. 백 씨는 “푸드코트에서 장사를 해보는 건 처음”이라며 “1순위 입주자라 점포 자리를 원하는 곳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관리비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연간 임차료는 720만 원 정도로 전보다 부담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동작구청과 10년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푸드코트 옆에는 최신 촬영 장비를 갖춘 ‘동작 오픈 스튜디오’가 있었다. 유튜브 제작, 뉴스 진행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료는 무료다. 

    구청 안에 미끄럼틀과 푸드코트 등 상업시설이 같이 있다 보니 일반 행정관청과 비교하면 다소 소음이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민원서류를 떼러 온 사람도, 아이를 데려온 부모도 비교적 편히 머물 수 있었다. 현재 ‘디라이드’라는 가칭으로 불리는 미끄럼틀은 조만간 공모를 통해 새로운 이름을 얻을 예정이다. 겨울에는 미끄럼틀을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민다고 하니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한번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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