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램·HBM 쌍끌이 수요
SK하이닉스는 최근 서버·데이터센터향 D램 수요 급증이라는 호재를 맞았다. 2017~2018년 구축된 일반 서버의 D램 수명(7~8년)이 다해가는 가운데 많은 양의 D램을 필요로 하는 AI 서버 구축 열기가 뜨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는 8월 말부터 가시화하기 시작해 D램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기가비트) 현물 가격은 이달 들어 7년 만에 7달러(약 1만 원)를 넘어섰다.대규모 D램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반도체 3사(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는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생산시설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D램 공급 부족에 따른 판매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
경쟁적인 AI 설비투자에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HBM 시장에서도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4사(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설비투자 총액은 전년 대비 58% 늘어난 4000억 달러(약 573조 원)대로 예상된다. 연초 ‘전년 대비 21% 증가’에서 분기마다 상향된 결과다. 내년 역시 연초에는 올해 대비 6% 증가로 전망됐으나 현재는 18%(약 4300억 달러·약 616조 원)다. 여기에 오픈AI도 1000억 달러(약 143조 원)를 투입해 10GW(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한 내년 HBM 필요 용량은 약 41억5000만GB다. 이 수치 또한 향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10월 29일 발표되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부터 이 같은 긍정적 업황이 반영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전년 동기 대비 61.4% 증가한 11조3434억 원으로 제시했다.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0조 클럽’에 입성하게 된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시장 컨센서스 또한 뛰어넘은 11조 원 후반~15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중장기 실적 개선 가능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49만 원에서 64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중국에서 AI 추론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오픈AI 등 AI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D램 기술 리더십과 급성장하는 서버 시장에서 높은 노출도를 보유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 회복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앞서 제시한 64조1000억 원에서 27% 상향한 81조5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국내에서는 IBK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기존 45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올려 가장 높게 제시했다.

경기 이천에 자리한 SK하이닉스 본사. 뉴스1
“PBR 2배 이상도 정당”
이 같은 목표주가는 SK하이닉스가 주가순자산비율(PBR) 2배 이상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도출됐다. HBM 경쟁력 덕에 SK하이닉스가 일반 메모리 기업이 아닌,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가진 AI 핵심 기업으로 발돋움한 만큼 시장이 이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BM은 사이클 산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메모리업체의 근본적인 저평가 이유를 완화한다”면서 “HBM 매출 비중이 전체의 45%에 육박하는 SK하이닉스는 PBR에 할증을 적용해 최상단을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른 목표주가는 기존 PBR 최상단에 30% 할증(2.65배)을 적용한 58만 원이다. HBM 가치를 별도 평가해 일반 메모리보다 높은 멀티플을 줄 경우 60만~64만 원 목표주가 산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한편 지난달 SK하이닉스를 1조3660억 원가량 순매수하며 급등세를 이끈 외국인투자자는 10월 들어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10월 17~23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도합 1조6230억 원어치 처분했다가 24일 매수를 재개했다. 이에 대해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외국인이 같은 반도체 섹터 안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큰 삼성전자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일부 수정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더 빠르고 강하게 오른 데 따른 일시 매도일 뿐, 연말까지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 주가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11월 ‘빚투’ 반대매매 연중 최고치… 증시 대기 자금도 감소
‘롯데 3세’ 신유열, 바이오 사업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