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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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상금만 100억, 노벨재단 기금이 바닥나지 않는 이유

[김성일의 롤링머니] 최초 자산보다 기금 200배 증가… 마법 핵심은 복리와 자산배분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입력2025-10-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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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은 1901년부터 6개 부문에 걸쳐 ‘한 해 동안 인류에 큰 공헌을 한 인물’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뉴시스 

    노벨상은 1901년부터 6개 부문에 걸쳐 ‘한 해 동안 인류에 큰 공헌을 한 인물’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뉴시스 

    해마다 10월이면 전 세계 시선이 스웨덴과 노르웨이로 향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노벨 시즌’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6개 부문(생리의학·물리학·화학·문학·평화·경제학)에서 ‘한 해 동안 인류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의 이름이 호명되며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에게는 지난해 느낀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찬사와 함께 1100만 스웨덴 크로나(당시 환율로 약 14억 원, 현재는 약 16억5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이처럼 영예로운 상을 120년 넘게 수여해온 노벨재단의 자금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시대 흐름에 맞춰 투자전략 바꿔

    이야기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유언을 남긴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신의 유산 3100만 크로나(약 46억5000만 원)를 기부해 재단을 설립하고, 그 투자수익으로 매년 인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라는 뜻을 남겼다. 상금은 1901년부터 매년 지급됐기에 이미 바닥을 드러내야 마땅하지만, 놀랍게도 노벨재단 자산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4년 말 기준 노벨재단 총자산은 약 68억 크로나, 우리 돈으로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오랜 세월 상금을 지급하고도 최초 자산보다 20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매년 수십억 원 상금을 전달했음에도 자산이 계속 늘어나는 ‘마법’의 핵심은 바로 ‘복리’와 ‘자산배분’에 있다.

    노벨재단은 유산을 ‘안전한 증권’에만 투자하라는 노벨의 유언을 넘어 시대 흐름에 맞춰 투자전략을 유연하게 바꿔왔다. 노벨재단은 벌어들인 투자수익의 일부만 상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시 투자해 원금을 계속 키워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리의 마법이다. 



    노벨재단은 2024년 한 해에만 11.6%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연평균 8.3%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꾸준한 고수익의 비결은 자산배분 전략에 있다. 노벨재단은 특정 자산에 ‘몰빵’하지 않고 주식, 채권, 부동산,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돈을 나눠 투자한다. 2024년 기준 재단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주식 56%, 부동산 및 인프라 9%, 채권 및 현금성 자산 11%, 그리고 대체투자 자산에 24%를 투자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이는 마치 농부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계절에 수확할 수 있는 여러 작물을 심는 것과 같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주식에서 높은 수익을 얻고, 반대로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주식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채권이나 부동산, 대체투자가 자산가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식이다. 이러한 분산투자는 변동성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노벨재단의 125년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마르지 않는 ‘연금 월세’ 프로젝트

    개인이 노벨처럼 큰돈을 모으고 재단을 만들어 기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은퇴 후 평생 마르지 않는 ‘연금 월세’를 받는 ‘나만의 작은 노벨재단’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우리에게는 정부가 세금 혜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여준 ‘절세 3총사’ 계좌가 있다. 바로 연금저축펀드, 개인형퇴직연금(IRP), 그리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다. 

    이 계좌들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통장이 아니다. 연말정산 시 납부액의 일정 비율을 세금에서 돌려주는 ‘세액공제’부터 운용 기간 중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을 당장 떼지 않고 연금 수령 시까지 미뤄주는 ‘과세이연’, 연금 수령 시 3.3~5.5%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저율과세’ 혜택까지 그야말로 세금 절약 종합선물세트다. 절세로 아낀 세금만큼 내 투자 원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이들 계좌를 최우선으로 활용해 노벨재단처럼 자산배분을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겁이 난다고 예금에만 돈을 묻어두거나, 반대로 큰 수익을 노리고 위험한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절한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추도록 주식, 채권, 달러, 금 등에 자산을 배분하는 게 좋다. 

    노벨상은 125년 동안 인류의 지성을 밝혀왔다. 우리 자산 역시 100세를 넘어 120세까지 바라보는 인간 수명보다 더 오래 우리 곁을 지키도록 설계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열어 절세 3총사 계좌를 개설하는 아주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마르지 않는 연금 월세’ 프로젝트,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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