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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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산의 생존 창업

창업컨설팅 사기에 걸리지 않는 법

높은 권리금 제시하며 매매 권유 후 상권분석 및 홍보비 요구하면?

  • 오앤이외식창업 대표 omkwon03@naver.com

    입력2016-06-17 17: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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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산업 전반에 걸쳐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수출은 정체 상태고 내수는 점점 더 악화돼 소비자 주머니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여기에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사회적 현상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노리고 자영업자에게 접근하는 신종 사기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창업컨설팅 사기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느 날 가게에 창업컨설팅 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높은 권리금을 받게 해줄 테니 가게를 팔라고 제의한다. 가게 운영자가 반응을 보이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가게를 처분해주는 대신 상권분석 및 홍보비로 200만~3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한다. 권리금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큰돈도 아니다 싶어 덜컥 주고 나면 컨설턴트는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다.

    한번은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창업컨설턴트가 찾아와 높은 권리금을 제시하며 매매를 권했다. 그 가게가 입점한 곳은 상권 규모는 작지만 작은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고 배후지 가구 수에 비해 점포 수가 많지 않아 비교적 장사가 잘됐다. 게다가 조만간 대형 패스트푸드점이 입점할 예정이어서 상권 상황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컨설턴트가 찾아와 높은 권리금을 제시한다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메뉴 비법 전수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얹어 제시하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지인은 필자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했다. 필자가 이 가게의 1년치 순이익과 시설 및 바닥권리금을 계산해보니 그 정도 권리금이면 나쁜 조건이 아니어서 가게를 파는 것도 괜찮겠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후 들려오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매매과정이 아니었다. 이 창업컨설턴트도 상권분석 및 홍보비로 250만 원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듣고 필자는 지인에게 일단 가게 처분을 보류하라고 했다. 정상적인 창업컨설팅 회사라면 무작정 가게를 찾아다니면서 매매를 유도하고 상권분석 및 홍보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10년 전부터 유행한 광고비 명목 가로채기

    이런 유형의 사기는 10여 년 전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기승을 부렸다. 당시만 해도 매월 일정 금액을 받고 자격증을 빌려주는 일이 다반사여서 부동산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빌린 자격증으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높은 권리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자영업자에게 광고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사기를 쳤다. 당시는 또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아 점포 매매를 위해 생활정보지 광고를 많이 이용하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기 유형이 나타났는데, 가장 흔한 것이 광고 영업사원을 빙자해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대행해주겠다며 광고비를 받아 챙기는 일이었다. 그들은 점포 매매를 원하는 자영업자에게 접근해 빠른 시일 안에 높은 권리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30만 원 안팎의 광고비를 챙겼다. 그나마 조그맣게 광고라도 내주면 다행인데, 돈만 받고 아예 행적을 감추는 일이 잦았다. 몇 년 전 음식점 영업이 부진해 적자가 누적되자 견디다 못한 주인이 생활정보지에 점포 매매 광고를 냈다. 그 광고를 보고 부동산컨설턴트라는 사람이 전화를 해와 생활정보지보다 일간신문에 광고를 내면 더 빨리 점포를 처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점포를 빨리 처분하고 싶었던 운영자는 그 제안에 솔깃했고 그들이 요구한 광고비 명목으로 25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 부동산컨설턴트는 이후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임차료가 2배 이상 뛴 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고 하는 점포가 많은 곳에 창업컨설턴트를 사칭하는 이가 주로 돌아다닌다는 사실도 기억해둬야 한다.



    감정평가서 발급 명목으로 수수료 착복

    어느 날 부동산중개업자가 생활정보지에 낸 부동산 임대 광고를 보고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해주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알고 보면 자격도 없는 이가 부동산 감정평가서 발급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부동산중개업자 및 감정평가 직원을 사칭해 점포 권리금을 높게 받으려면 감정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챙기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이런 뻔한 속임수에 넘어갈까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당장 계약할 것처럼 가게 운영자에게 접근해 그들의 다급한 심정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빨리 가게를 처분하고 싶은 운영자는 그들의 제안대로 하면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쉽게 넘어간다. 감정평가서 발급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날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또 일당이 부동산중개업소 직원, 광고회사 직원, 매수희망자로 각각 배역을 맡아 매도 광고비, 경매수수료, 공탁금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사례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장사가 안 돼도 임차료(월세)는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고, 가게를 팔지 못하면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자칫 보증금도 못 건지고 빈 몸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가게 운영자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하는 이런 범죄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광고비 명목으로 10만 원 미만 소액을 요구한 뒤, 더 높은 권리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수백만 원에 이르는 감정평가비와 수수료를 요구한다. 나아가 조직폭력배와 연계된 보이스피싱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광고 유치 담당자, 신문사 상담 여직원, 점포 매수 희망자, 답사 대행자, 현금 인출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사기행각에 나섰다.

    최근 들어 가게 운영자가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매매 사이트에 올린 적도 없고 가게를 팔 생각도 없는데 컨설턴트들이 무작정 찾아와 권리금과 전수비를 높게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상호만 대면 알만한 부동산컨설팅 회사와 창업컨설턴트를 사칭하며 접근하는 것이다. 워낙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업체가 많다 보니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이들이 제시하는 권리금 및 전수비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평소 손익계산법, 손익분기점 계산법, 권리금 산정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권 변동 사항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권분석 및 홍보비를 요구하며 접근하는 신종 사기에 넘어가지 않는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이런 사기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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