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과 박선숙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수의 선거홍보업체로부터 불법정치자금 수억 원을 받고 허위로 회계보고한 혐의다. 선관위에 따르면 광고대행업체 S사는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에 6820만 원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제공했다. 또 S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방식으로 선거홍보 태스크포스(TF) 팀원에게 6000만 원을 제공하는 등 1억282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또 다른 업체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은 것까지 합치면 총 2억3820만 원이다.
이번 사건으로 김 의원이 정치권에 발탁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6년생으로 20대 총선 최연소 당선인인 그는 충북 청주 일신여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내 디자인 동아리 브랜드호텔에서 활동한 김 의원은 2012년 산학동아리를 정식 법인으로 전환해 같은 학과 선후배 2명과 함께 브랜드호텔 공동대표를 지냈다. 브랜드호텔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포장지(패키지)와 이마트 식품 자체 브랜드(PB)인 피코크 제품군을 디자인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김 의원이 브랜드호텔 공동대표 자격으로 인터뷰에 응한 기사를 보면 브랜드호텔 설립 후 해마다 매출이 200%씩 성장했고,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얻으면서 유명 제과업체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랐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브랜드호텔이란 이름은 디자인이 주는 의외성이나 옴니버스 공간인 호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신청서도 안 쓰고 ‘깜짝 낙점’
디자인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김 의원을 정치계로 처음 이끈 인물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영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환 사무총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호텔의 자문이자 김 의원의 지도교수였던 A교수가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사무총장에게 김 의원을 소개했고, 이런 인연이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것. 결국 김 의원은 4·13 총선에서 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에 인선돼 당 PI(Party Identity·로고)와 로고송을 제작했다. 이 밖에도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은 당 선거 메시지 기획을 비롯해 총선 관련 선거 홍보 전반을 책임졌다.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3월 22일 열린 PI 발표 기자회견에서 “몇 주 전 숙명여대에서 브랜드호텔 대표를 처음 만났다. 여러 인상 깊은 활동을 해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처음 당을 만드는 일이나 벤처 창업이나 많은 공통점이 있어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의기투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다음 날 김 의원이 비례대표 7번으로 ‘깜짝 공천’됐다.
문제는 김 의원이 일반적인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들과 달리 서류 심사와 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6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좋은 인물을 지역구에 공천할 때나 특히 비례대표로 좋은 사람을 공천할 때는 그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입당원서를 쓰고, 공천 신청서 혹은 비례대표 신청서를 만들어 바로 공천하고 비례대표 접수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게 우리 당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치권 관행으로 이뤄진 것이고 거기에 대한 시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김 의원의 화려한 집안 배경이 드러나면서 청년 비례대표가 ‘금수저 등용문’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김 의원의 아버지는 김현배 (주)도시개발 대표이사로 14대 국회 당시 민주자유당(민자당) 비례대표로 당선했으며, 지난해까지 새누리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로써 김 의원과 김 대표는 헌정 이래 최초의 부녀 비례대표 의원으로 기록됐다.
또한 김 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 사무총장이 동향(청주)이라는 점을 들어 부친과의 친분으로 김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에 추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의원의 부친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청석학원 공동설립자의 증손녀

김 의원은 청주대 등이 속한 청석학원 공동설립자인 김영근의 증손녀이기도 하다. 청석학원은 청암 김원근·석정 김영근 선생이 함께 세운 명문 사학으로 알려져 있다. 두 형제는 전국을 돌며 행상을 해 모은 돈으로 일제강점기인 1942년 청주대의 뿌리인 대성보통학교를 설립했다. 또한 군정기인 47년 청주상과대를 세워 청주를 ‘교육의 도시’로 발전시켰다. 현재 청석학원은 청주대를 비롯해 청주대성고, 청석고, 대성여자상업고, 대성중, 대성여자중, 대성초 등 7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번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김 의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6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헌금은 없고 리베이트 또한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김 의원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같은 날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이상돈 최고의원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최고의원은 “브랜드호텔이 홍보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이 은행계좌에 그대로 있다. 브랜드호텔의 인건비나 소소한 경비로 지불됐고 외부인에게도, 우리 당 누구에게도 나간 적이 없다. 통장 사본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진상조사를 두고 ‘졸속 조사’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번 의혹의 해심인 B사와 피고발 당사자인 김수민·박선숙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은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래계좌가 아닌 현금 등 다른 방법으로 우회해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