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면 그냥 걸어서 빠져나오면 된다. 그런데 그 간단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로 불리는 세스 고딘은 “자유는 문제이자 기회다”라고 말한다. 자유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둘째, 해결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셋째,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대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대가보다 적다.
‘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은 늘 적당한 시기가 언제일까 고민하고 망설이는 사람을 위한 ‘행동’ 지침서다.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타이밍을 만들라는 것. 하지만 사람은 대부분 ‘선택’의 순간 뒤로 한 발 물러선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선택권이 없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자유로워지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개설하지 않은 인터넷 블로그,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다니는 직장, 간과하고 지나치는 부당한 일들, 수강하지 않은 과목, 물어보지 않은 질문이야말로 자유와 선택을 두려워한 결과다. 그렇다면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은 어떤가. 뭔가를 난생처음 할 때 우리는 늘 준비돼 있지 않다. 적당한 시기란 바로 지금이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편집한 ‘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은 시작할 용기를 불어넣는다. 결정장애에 빠진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2015년 출간 직후 아마존 종합 베스트 7위를 했다는 제프 고인스의 ‘일의 기술’은 일이란 곧 한 사람의 인생이며, ‘각 사람에게 주어진 부르심(직업, 천직, 소명)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인식, 도제, 연습, 발견, 직업, 숙련, 유산이라는 7단계로 일과 인생을 설명했다. 오늘 아침 마지못해 출근해 벌써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최선의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김성호의 ‘보이게 일하라’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고 말한다. 왜 일하는지 보이게 하라. 어디로 가는지 보이게 하라. 무엇을 하는지 보이게 하라. 어떻게 하는지 보이게 하라. 공유와 협업이 보이게 하라. 누가 무슨 성과를 냈는지 보이게 하라. 이 ‘보이게 일하는 법’ 6단계의 핵심은 조직의 비전, 목표, 프로세스, 평가와 보상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면 협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다. 공유와 협력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혼자 일하지 마라’ ‘혼자 밥 먹지 마라’가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약이 될 책은 무엇인가.
날씨의 맛
알랭 코르뱅 외 지음/ 길혜연 옮김/ 책세상/ 332쪽/ 1만6800원
“도시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네. 가슴을 파고드는 이 울적함은 무엇일까?”(폴 베를렌의 시 ‘도시에 비가 내리듯’ 중에서) 비와 울적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알랭 코르뱅 프랑스 파리1대학 명예교수를 비롯해 지리학, 기상학, 사회학, 문학 분야 전문가 10명이 비, 햇빛 같은 날씨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발자취를 탐색했다. 원제는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를 느끼는 감수성의 역사’다.
왕희지 평전
궈롄푸 지음/ 홍상훈 옮김/ 연암서가/ 536쪽/ 2만5000원
왕희지는 중국 동진(東晋) 출신 서예가로 한나라 때부터 전해지는 해서, 행서, 초서의 실용서체를 예술적 서체로 승화해 ‘서성(書聖)’으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특히 당 태종의 극찬과 애호 아래 그의 글씨는 중국 서예의 모범이 됐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평전은 왕희지의 생애, 정치사상, 철학, 서예, 문학적 성취 등을 다루며 아버지에 이어 서예가로 이름을 날린 왕헌지도 함께 소개했다.
나라타주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블루엘리펀트/ 408쪽/ 1만3000원
대학생 이즈미는 고교 연극부 고문이던 하야마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한때 특별한 감정을 품었던 선생님과의 재회와 이별. 대학 졸업 후 첫사랑을 추억하며 “사랑이라 하기엔 너무 어렸다”고 말하는 이즈미에게 직장 동료는 “아직 어려서 사랑한다는 걸 미처 몰랐던 거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일본 출간 당시 ‘제2의 에쿠니 가오리’라는 극찬을 받으며 6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연애소설.
출판의 미래
장은수 지음/ 오르트/ 224쪽/ 1만5000원
슈퍼 자이언트의 시대, 편집의 귀환, 세계화 2.0, 저자의 소출판사화, 읽기 습관, 가용성, 팬덤, 데이터, 유연성, 제휴 등 10가지 키워드로 미래 출판 전략을 정리했다. 마지막 ‘보론’ 편에서는 출판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페이퍼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로), 소출판사를 위한 제언(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네 가지 주요 경로(서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연결 공간 창조) 등을 제안했다.
처음 읽는 동아시아사 1
신주백 외 지음/ 휴머니스트/ 408쪽/ 2만 원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동아시아 공통의 역사를 정리한 책. 북쪽 몽골부터 남쪽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까지, 동쪽으로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서쪽 미얀마와 중국 서북지역에 자리 잡은 17개국까지 역사를 주제별 접근 방식과 각국 통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소개했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18세기까지를, 2권은 동아시아의 식민, 전쟁, 모던과 제국주의를 다룰 예정이다.
돈키호테를 읽다
안영욱 지음/ 열린책들/ 360쪽/ 1만8000원
완역본 ‘돈키호테’로 호평받았던 저자가 2년 만에 종합 해설서를 내놓았다. 1부에서는 기존 기사 소설의 패러디물로서 ‘돈키호테’의 작품구조와 내용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왜 작가는 미친 편력 기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가’ ‘그의 세 번의 출정과 귀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그는 광인 돈키호테가 아닌, 제정신으로 돌아온 알론소 키하노로 죽음을 맞이하는가’와 같이 패러디 아래 숨겨둔 메시지를 테마별로 분석했다.
경제인류학 특강
크리스 한·키스 하트 지음/ 삼천리/ 312쪽/ 1만7000원
경제인류학은 생산, 교환, 소비, 효용 같은 개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경제(human economy)’를 대상으로 하며 교육과 안전, 건강한 환경 같은 공공재, 인간의 존엄 같은 무형의 욕구까지 포함한다. 경제인류학자 카를 폴라니는 무차별적 시장원리의 확장이 가져올 위험성과 근대경제학 이론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폴라니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미노타우로스
김주욱 지음/ 황금테고리/ 212쪽/ 1만2000원
Q가 운영하는 ‘니드서비스사이트’의 특별 고객 미노타우로스가 오감을 만족시켜줄 자연미인을 찾자 상품 12번이 제공된다. 외부와 차단된 별장 안으로 들어간 12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첫 중편 ‘허물’, 장편소설 ‘표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표제작 ‘미노타우로스’와 ‘방충망 속으로’ ‘김 반장의 트렁크’ 등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는 단편 7편을 수록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