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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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메이드 맨

빗물국자와 빗물집수통

에너지도 아끼고 물 부족도 해결하자

  • 김성원 적정·생활기술 연구자 coffeetalk@naver.com

    입력2016-03-28 1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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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상하수도 시설이 잘돼 있다. 농촌도 웬만하면 수도가 연결돼 있거나 곳곳에 지하관정을 설치해 가정용이나 농사용으로 사용한다. 한국이 ‘물 부족 국가’란 말이 도무지 실감 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은 분명히 ‘물 부족 국가’이며,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차분히 따져보면 식수 외에도 가정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발전 냉각용수 등 물 수요가 적잖다. 주변을 살펴보면 농업용수를 감당하던 지하관정이 말라 물 대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산촌에서는 아직도 계곡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잖고, 작은 섬에 사는 사람들은 육지에서 배로 물을 실어다 먹는다. 각종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품질로 물을 정수하고 각 가정으로 이송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든다. 지하관정을 뚫고 모터로 물을 품어 올리는 데도 전기가 사용된다. 물은 결국 에너지인 셈이다.



    첫 번째 과제는 빗물 오염 막기

    요즘 도시에서도 옥상이나 자투리 땅, 도시농장 등에서 텃밭을 가꾸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텃밭을 가꾸다 보면 물 주기가 쉽지 않다는 걸 곧 알게 된다. 작은 농사에도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제때 비가 오면 상관없지만 갈수기엔 식물이 쉽게 시들 수 있다. 사실 수돗물보다 빗물을 뿌려주면 작물은 쑥쑥 잘 자란다. 수돗물엔 식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염소가 들어 있고, 빗물엔 식물의 성장을 돕는 질소가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빗물이 수돗물보다 깨끗하고 안전하다. 빗물의 용도는 이뿐이 아니다. 세차할 때나 마당을 청소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아쉽게도 건물 지붕에 내리는 빗물이나 이른 새벽 지붕에 맺히는 이슬은 대부분 홈통을 통해 떨어져 하수관으로 흘러가버린다. 그래서 홈통 밑에 집수통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해두면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붕면적 100m2인   4인 가정의 경우 평균 4m3 정도 빗물을 이용할 수 있다.

    빗물집수통은 갈색 고무통을 사용할 수도 있고, 농사용 플라스틱 드럼통을 사용할 수도 있다. 빗물을 받으려면 지붕처마 밑에 부착된 빗물 홈통을 적당한 높이로 자르고 그 밑에 큰 플라스틱 드럼통을 놓아도 된다.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햇빛이 투과되는 투명 재질보다 불투명한 통을 사용해야 한다. 빗물이 햇볕을 받으면 미생물과 유기물질이 반응해 썩을 염려가 있고 녹색 이끼가 낄 수도 있다.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나무그늘을 만들어줘야 한다. 반드시 빗물이 들어오는 곳에 거름망이나 필터를 설치하고 수시로 점검해 낙엽, 흙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물이 탁해지기 시작하면 모기 유충이 서식할 수 있고, 어느새 물이 썩고 만다.



    무엇이든 불편 없이 쓰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빗물집수통이 갖춰야 할 기본 구조를 살펴보자. 보통 빗물집수통은 지붕처마의 빗물받이를 거쳐 빗물을 지면으로 내려보내는 홈통 밑에 둔다. 홈통으로 내려오는 빗물을 받으려면 집수통 뚜껑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 구멍에 먼지나 오물을 걸러내는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거름망 부착이 필요하다. 비가 올 때는 짧은 시간 내 집수통에 물이 가득 차게 되는데 이때 넘치는 물을 배출하는 토출관을 집수통 상부에 연결한다. 집수통 아래쪽 전면에 빗물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밸브를 부착한다. 밸브 밑에는 집수통 안에 깔린 오물을 청소하거나 물을 완전히 빼낼 수 있도록 마개가 있는 배출구를 만들어둔다. 더 많은 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여러 개의 드럼통을 연결하기도 한다. ‘그림1’과 같은 순서로 플라스틱 드럼통과 농자재상가나 건자재상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플라스틱 배관자재를 사용해 빗물집수통을 만들 수 있다.



    토출관 없이도 넘치지 않게

    뚜껑에 구멍을 뚫은 빗물집수통은 아무리 거름망으로 큰 이물질을 걸러내도 먼지나 미세한 이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차단한다 해도 구멍으로 햇볕이 들어가면 녹조가 낄 수도 있다. 또 토출관을 설치해도 큰 비가 내릴 때는 배출량에 한계가 있어 물이 넘치기 십상이다.

    어떻게 하면 집수통 오염을 막고 토출관도 필요 없는 빗물집수통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림2’처럼 빗물국자가 달린 호스를 홈통 중간에 끼워 넣고 빗물집수통과 수평으로 연결하면 물이 넘치는 법이 없다. 즉 토출관이 필요 없게 된다. 빗물국자가 수직 홈통으로 내려가는 빗물의 일부를 집수통으로 흘려보낸다. 집수통과 홈통을 연결하는 호스가 수평이 되면 물이 넘치지 않는다. 집수통에 물이 가득 차면 자연스럽게 연결 호스 안에도 물이 차기 때문에 그 이상의 빗물이 입수되지 않는다. 홈통에서 내려오는 빗물은 집수통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지면으로 배출된다. 이 방식은 집수통 뚜껑을 닫아둘 수 있어 햇볕에 노출되지도, 먼지가 들어가지도 않아 집수통 뚜껑에 먼지와 낙엽 등을 걸러낼 거름망을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지붕처마의 빗물받이와 수직 홈통을 연결한 구멍에 거름망 투구를 씌워 이물질이 집수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한다.

    이 방식에서 핵심 부품은 빗물국자다. 빗물국자는 호스 배관 고정부품 안쪽에 부착한다. 빗물국자는 작은 사각 ‘스팸’ 깡통을 오려서 만들 수도 있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국자의 긴 손잡이 부분을 잘라낸 뒤 남은 부분을 꺾어서 만들 수도 있다. 빗물국자는 배수관을 완전히 막지 않고 2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만 차지한다. 빗물집수통과 홈통을 연결하는 호스는 반드시 수평으로 연결해야 한다. 집수통의 수평과 연결 호스의 수평이 중요하다. 호스가 밑으로 처지면 집수통의 빗물이 넘치게 되고, 높으면 빗물이 집수통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올봄에 에너지를 아끼고 물 부족도 해결할 수 있는 빗물집수통을 만들어보자. 잠깐! 아무리 간단해도 무작정 달려들진 말자. 구조와 원리를 이해했으면 필요한 도구를 점검해보고, 활용할 만한 재료를 찾아보자. 소비에만 길들여진 도시인 중엔 예상외로 일 머리가 없는 사람이 많다. 일 머리 있는 사람은 준비가 반이란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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