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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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北 인도적 지원, 정부는 갈팡질팡

朴 “과거처럼 ‘퍼주기’ 안 돼”에 통일부 기존 ‘인도적 지원 허용’ 원칙 잃어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6-03-21 09: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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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던진 초강수는 개성공단 폐쇄만이 아니었다. 보건의료 분야 등 인도적 대북지원도 중단했다. 결핵 환자나 어린이를 위한 의료 지원이 차질을 빚으면서 민간단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방지’라는 명분에도 맞지 않는 이유를 들어 인도적 지원 중단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2월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발사한 이후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국정연설에서 던진 메시지는 매우 단호했다. “남북 간 긴장이 극도에 달한 상황에서도 (중략) 국제기구에 382억 원과 민간단체 사업에 32억 원을 지원해 북한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중략) 이제 더는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문맥상 북한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사업도 ‘퍼주기식 지원’에 포함되는 것처럼 읽힌다.
    이 내용을 확인해준 것은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었다. 박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 이튿날인 2월 17일 오전에 열린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정 대변인은 “현재 북한의 도발이 계속 악순환되는 엄중한 상황에서는 인도적 교류도 잠정적으로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조차 악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브리핑 현장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해 대변인은 직답을 피했다.



    보건의료 지원도 대북 퍼주기?

    3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후 한국 정부는 8일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 관련 금융제재 대상 확대 △해운 통제 강화 △수출입 통제 강화 △국민·재외동포의 해외 북한 영리시설 이용 자제 계도 등 네 가지였다.
    이에 대해 국내의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내 55개 인도적 대북지원 민간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3월 3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도 ‘결의안 조치들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의도하는 바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을 위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의 지원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군사적 문제를 넘어 유지,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내 결핵 치료 사업에 주력하는 유진벨재단은 3월 9일 ‘의료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한국 정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한국 정부가 8일 발표한 대북제재에 인도적 지원을 예외로 하는 것을 빠뜨려 북한 결핵 환자 1500명 이상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다. 유진벨재단은 의료적 비상사태를 선언한다.”
    유진벨재단 측은 2월부터 다제내성 결핵(MDR-TB) 치료제와 치료 물품을 담은 컨테이너 3개를 북한에 보내고자 당국을 조용히 설득하고 있었다. 이 물자는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 결핵 환자 1500명의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다제내성 결핵이란 일반적인 결핵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유진벨재단이 치료하고 있는 북한 결핵 환자 1500명의 치료가 중단될 경우 다제내성 결핵이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흔히 ‘슈퍼결핵’이라 부르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은 치료가 더욱 어렵고 사망률도 높다. 유진벨재단 측은 “치료가 중단되면 짧으면 2주일 내로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이 환자들 사이에서 발병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치료제에도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 환자가 집에서 죽어갈 경우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슈퍼결핵’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북한에 12개소가 있는 유진벨재단의 결핵 치료소에 비치된 치료제는 4월이면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세반(영어명 Stephen W. Linton) 유진벨재단 회장은 “조치를 빨리 취하지 않으면 환자들은 치료에 실패해 죽게 될 것이다. 나는 전면전 외에 한민족에게 이보다 더 큰 비극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인세반 회장은 한국 선교회 2세대에 속하는 윌리엄 린턴(1891~1960·한국명 인돈)의 손자. 린턴의 장인인 유진벨(1868~1925) 목사에서부터 조부, 부친, 그리고 인세반 회장까지 4대가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한 덕에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인세반 회장의 동생.



    유진벨재단 “한반도 의료 비상사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3월 8일 열린 북핵TF 자문단 회의에서 “유진벨재단이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하지만 민감한 상황이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본래 유진벨재단은 정부의 결핵 치료제 반출 승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 계획이었으나 10일 갑자기 연기했다. ‘주간동아’는 인세반 회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유진벨재단 측은 “일정상 인터뷰가 어렵다”며 거절했다.
    “그나마 유진벨재단은 유명 외국인이 회장인 단체라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순수 국내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민간 대북 교류 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내려진 5·24 조치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교류는 정부의 억제로 급격히 감소했다.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 의료, 교육 지원 사업을 하는 ‘어린이어깨동무’의 경우 2013년 어린이 영양식재료 지원 이후 제대로 된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 후 2년 만인 2015년 12월 어린이를 위한 의약품, 의료소모품, 검사시약 등 보건의료 지원 사업이 겨우 이뤄졌지만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추가 지원이 중지된 상태다.
    “인도적 대북지원만으로 한반도 내 평화 구축과 북한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인도적 대북지원이 한반도 평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북민협은 3월 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돕는 ‘퍼주기’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대북 인도적 지원 축소 또는 중지는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민족적 포용성에 큰 장애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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