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논현역 주변 ‘분노지’는 작은 이자카야다. 이곳은 문동택 오너 셰프가 혼자 주방을 책임지고 테이블 수도 적지만 음식과 사케 수준은 국내 최정상급이다. 홀로 만드니 셰프의 요리 수준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문 셰프는 일본 쓰지조리전문학원 출신으로 칼질이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음식은 사케나 일본 소주와 특히 잘 맞는다. 제철 생선은 그때그때 바뀐다. 최근 들어 한반도 근해에서 참치가 많이 잡히는 덕에 참치 사시미를 생으로 맛볼 수 있다. 채소와 돼지고기를 함께 넣고 찐 부타무사샤브나 커다란 바지락찜은 이 집 인기 메뉴다. 재료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일본 음식의 본모습을 지키고자 좋은 재료만 엄선해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요즘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는 와인식 사케도 여러 종류를 맛볼 수 있다. 탄산을 살린 야마모토나 시노미네 같은 사케도 좋고, 일본 소주와 물을 7 대 3 비율로 섞어 하루 동안 숙성한 마에와리는 위스키 같은 부드러움과 향을 지니고 있다.
양재동 ‘슈토(酒盜)’도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셰프 혼자 하는 식당의 장점을 그대로 간직한 ‘슈토’는 정통 사케 바(bar)를 추구하지만 음식도 좋다.
‘슈토’는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잔으로 마실 수 있는 술집이다. 사케는 병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1.8ℓ들이 병이 제일 맛있다. 문제는 양이 많아서 한두 명이 다 마시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슈토’는 모든 사케를 잔술로도 팔기 때문에 일식이 사케와 일심동체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50대 이상 한국인이 가진 양고기에 대한 거부감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초반 쇠고기가 귀해지자 정부는 값싼 양고기를 대량 수입해 학교 급식 등에 사용했는데 냉동 상태에서 몇 년씩 지난 양고기는 유독 냄새가 심했다. 그때부터 양고기는 무조건 냄새가 심하다는 인식이 한국인 머릿속에 콕 박힌 것. 하지만 지금 양고기 전문점에서 파는 고기는 대부분 1년 미만 램(lamb)을 사용한다. 램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원래 양고기는 밀도가 높고 육향의 풍미가 은근해 좋다. 고급 서양요리에 양고기가 메인 요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양고기는 기름과 근육을 제거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맛이 좌우된다. ‘이치류’는 독특한 시스템과 홋카이도식 칭기즈칸 양고기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기존 일식당의 고정관념을 깬 신조류 일식당의 성공이 반갑다.